'파리 테러' 안보 이슈 급부상..막판 초접전 판세 흔들리나
[경향신문] ㆍIS 총격 테러에 프랑스 대선 ‘후폭풍’
ㆍ르펜·마크롱 등 ‘테러 대응’ 성명, 유세도 잇달아 취소
ㆍ일부 “르펜·피용에 유리”… 트럼프 “대선 영향 클 것”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대로변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던 때 대선후보들은 마지막 TV토론을 하고 있었다. 테러 소식이 전해지자 토론은 바로 중단됐다.
21일 날이 밝자 대선후보 대부분은 마지막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표심을 의식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프랑스 대선 막판 갑자기 안보 이슈가 급부상했다.
극우 민족전선(FN) 마린 르펜 후보와 선두를 다투고 있는 중도 ‘앙마르슈(전진)’의 에마뉘엘 마크롱은 후보 중 가장 먼저 성명을 내놨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역할은 프랑스인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나는 준비됐다”고 강조했다. 당선되면 정보당국의 테러 대응을 총괄하는 대테러 태스크포스를 꾸리겠다고도 했다. 다른 후보에 비해 안보정책이 약점으로 꼽혀 온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르펜은 21일 오전 라디오 RFI에 나와 “더 이상 순진해져서는 안된다”며 “내가 국가를 경영했다면 이런 테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러 요주의 인물로 분류된 사람들을 즉각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 이슈에서는 르펜과 궤를 같이하는 중도 우파 ‘공화주의자’들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성명에서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경찰서를 1만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총리는 “르펜과 피용이 위기를 과장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무엇도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중대한 순간을 어지럽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극좌 좌파연대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프랑스 앵수미즈)’의 장 뤼크 멜랑숑은 “테러는 처벌받을 것”이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하지만 유세는 취소하지 않았다.
테러 직전 여론조사에서는 마크롱이 르펜을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엘라브가 19~20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은 지지율 24%를 얻어 르펜보다 2.5%포인트 앞섰다. 마크롱은 3일 전 조사와 비슷했지만 르펜은 1.5%포인트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도 유권자의 3분의 1이 부동층인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테러와 안보를 이유로 국경을 닫고 난민을 막자고 주장해 온 르펜에게 더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그동안 테러가 발생할 때마다 르펜의 지지율이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1일 오전 트위터에 “프랑스 국민들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테러가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썼다.
현지 언론 더로칼은 르펜이 이번 테러로 최근 하락세인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하겠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봤다. 대신 유권자들은 오랜 경기침체와 높은 실업률을 해결할 정책을 원한다고 분석했다.
AFP통신은 테러로 인한 불안심리가 피용에게는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수성향에 총리를 지내는 등 안정감이 있는 피용에게 르펜을 지지하는 표가 일부 쏠릴 수 있다는 것이다. 피용은 줄곧 이슬람 전체주의에 반대하자고 주장해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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