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시민의 선택]송민순이 꺼낸 수첩, 또 '안보 논쟁' 촉발

김한솔 기자 입력 2017. 4. 21. 21:31 수정 2017. 4. 21. 23: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송 전 장관 ‘북 인권결의 문건’ 공개…각당, 문재인 안보관 공격
ㆍ문 후보 측 “기권 결정 후 북 통보…제2의 NLL 공작” 고발 검토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북한대학원대 총장)이 21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로 출근하면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입장 결정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오른쪽 사진). 송 전 장관은 이날 당시 정황을 기록한 자신의 수첩(왼쪽)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북한 이슈’가 19대 대선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북한 주적’ 문제에 이어 2007년 노무현 정부가 북한인권결의안 결정을 위해 북한 입장을 물었는지를 두고서다.

중심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있다. 보수 후보들이 문 후보의 안보관을 문제 삼아 총력전을 펴고 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21일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투표 기권을 최종 결정하기 전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에서 받은 의견이 담겨 있다며 관련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만일 남측이 반공화국 인권결의안 채택을 결의하는 경우 10·4 선언 이행에 북남 관계 발전에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는 표현이 들어 있다.

송 전 장관은 이 문건이 노 전 대통령이 아세안+3 회의 차 싱가포르로 출국했던 2007년 11월20일 오후 6시30분 백종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을 통해 접수됐고, 노 전 대통령이 20분 뒤 자신을 불러 설명했다고 전했다.

송 전 장관은 “묻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문 실장(문재인 비서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쓴 수첩 메모도 공개했다.

송 전 장관이 나선 것은 문 후보가 지난 19일 2차 TV토론에서 “북한의 입장을 사전 확인했느냐”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국정원이 정보망을 통해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을 해봤다. 물어본 게 아니다”라고 한 것을 반박하기 위해서다. 북한에 사전 문의한 뒤 ‘기권 입장’을 정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차원이기도 하다.

송 전 장관은 “이 문제를 색깔론이나 정치이념으로 보지 말고, 판단력과 진실성두 가지 측면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정면 대응에 나섰다. 문 후보는 “북한에 (기권 방침을) 통보하는 차원이지 물어본 바 없고, 물어볼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때 북방한계선(NLL)과 같은 제2의 북풍공작으로,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이라고 비판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분명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이 주재한 2007년 11월16일 회의에서 인권결의안 기권을 결정했다는 것”이라며 “그 이후 우리 입장을 북에 통보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잘못된 이야기에 대해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송 전 장관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 등으로 형사고발을 하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보수 진영은 쟁점화를 시도했다. 문 후보가 2차 TV토론에서 북한을 주적이라고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을 빌미로 ‘불안한 안보관’ 공세를 해오던 터다. 선거전이 본격화할수록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안보 대선’으로 만들어 보수층을 결집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거짓말은 지도자의 자격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후보는 “북한에 물어본 여러 가지 정황 증거가 명백하다. 이 부분은 대선후보의 정직성, 거짓말에 관한 부분으로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고 공격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북한인권결의안 찬반 여부에 대해 “당연히 찬성해야 한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라며 문 후보 입장을 간접 비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문 후보의 거짓말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문 후보 측 윤관석 공보단장은 논평을 내고 “안 후보가 한국당·바른정당과 손잡고 ‘문재인 죽이기’를 위한 색깔론 연대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