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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호랑이 '금강'은 왜 죽었나

송인걸 입력 2017.04.21. 21:06 수정 2017.04.22. 01: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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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우호 상징으로 2001년 한국행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살림 차리기 전
대전오월드서 지내다 이송 뒤 숨져

산림청 "만성신부전증 악화돼 폐사"
오월드 "만성 아냐..초기 치료했으면"
의료장비 부재·부적절 이송 논란도
전문가 "태생 잘 가려 도입을" 지적

[한겨레]

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송된지 4일째인 지난 1월29일 금강이 우리에서 웅크린채 떨고 있다. 먹이는 먹지 않았다. 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백두산 호랑이 ‘금강’은 지난 2월3일 오후 4시20분 숨을 멈췄다. 금강은 2005년 6월23일 중국 호림원(호랑이 번식·보호 자연공원)에서 태어난 수컷이다. 한-중 우호협력의 상징이 돼 암컷인 금송(2004년생)과 함께 2011년 10월26일 한국 땅을 밟았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호랑이 숲에 살림을 차릴 계획이었다. 두 호랑이는 수목원이 만들어지는 동안 대전오월드의 임시 거처에 살며 2015년 미호를 낳았다. 그러나 이 호랑이 가족의 삶은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2015년 금송이 자궁축농증, 2016년 미호가 암으로 각각 숨진 데 이어 금강도 신부전에 의한 요독증으로 폐사했다. 금강의 마지막 9일을 추적했다.

이송에서 폐사까지 금강은 지난 1월25일 대전오월드에서 마취돼 이송용 케이지에 갇혀 무진동차량에 실렸다. 250여㎞를 달려 이날 오후 새집인 경북 봉화군 춘양면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숲에 도착했다. 금강은 웅크린 자세로 몸을 떨었다. 모두들 환경이 낯설어 긴장한 탓이라고 여겼다. 다음날(1월26일) 먹이로 준 소고기와 닭고기를 먹지 않았다. 대전오월드에서 혈액요소질소(BUN)와 크레아틴 수치가 정상치보다 크게 높다는 혈액 분석 결과를 알려왔다. 전해질 제제를 탄 물을 주었다. 27일 발을 뻗는 자세를 보여 적응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금강은 이날도 우리 안에 웅크린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먹이도 먹지 않았다. 28일 처음으로 소고기 500g을 먹었다.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였다. 29일에도 호전될 기미는 없었다. 30일 평소 잘 먹던 소간을 다음날 우리에 넣어 주었으나 먹지 않았다. 2월1일 기력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서울동물원, 경북대 수의대에 진료 자문을 요청했다. 2일에는 탈수가 심하고 쇼크 증세를 보여 마취한 뒤 수액 3ℓ를 투여했다. 3일 전문가들이 치료 방법이 없고 위중하다고 판정했고 이날 오후 4시20분 금강이 숨을 멈췄다. 4일 경북대 수의대 부검 1차 소견은 만성신부전에 의한 요독증이 사망 원인이었다. 현재 금강은 박제를 하려고 백두대간수목원 동물사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

무리한 계획이 빚은 비극 산림청 백두대간수목원은 부검 의견서와 전문가 진료 자문서 등을 근거로 금강이 평소 만성신부전을 앓고 있었고 증세가 악화돼 요독증으로 폐사했다고 결론냈다. 신부전은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몸속에 대사물질인 암모니아가 쌓이거나 산-염기 균형이 맞지 않아 발병한다. 그러나 금강이 신장이 좋지 않았지만 만성은 아니라는 반론과 이송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대전오월드 쪽은 “금강의 이송을 통보받은 건 1월16~17일께다. 25일 이송 직전 채취한 혈액을 분석했더니 신장이 안 좋은 것으로 나타나 백두대간수목원에 이를 알렸다. 금강에게 구토, 체중 감소 등 만성신부전 증세는 없었고 혈액의 칼륨 수치 등도 정상이었다. 급성신부전은 초기에 치료하면 확산되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적절한 의료 장비를 갖추지 못해 치료를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 수목원이 의약품 117종을 구입한 날은 이송 이틀 전인 1월23일이었다. 원심분리기, 혈구계수기는 갖췄으나 흡입마취기, 내시경, 초음파, 세균배양기 등 의료 장비는 아직도 없다. 수목원 쪽은 “경북대 수의과대 등과 협업 체계를 갖춰 의료 장비가 없어 치료를 못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산림청은 호랑이 이송계획을 옮기기 나흘 전인 1월19일에 확정했다. 이로 인해 이송용 케이지를 이송 하루 전에야 우리에 넣어 금강의 불안감을 키웠다. 한 수의사는 “동물을 옮기는데 마취하는 방식은 위험하고, 동물의 경계심을 풀어주려면 적어도 한 달 전에 우리에 케이지를 넣어 들락거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수의사는 “긴급 상황에 대처하기 힘든 설 연휴 직전에 금강을 이송한 것도 적절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산림청은 산하 수목원을 한국수목원관리원으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을 하고 지난 2월7일 이를 전담할 수목원 조성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이 사업단의 뼈대는 명퇴한 산림청 공무원들이다. 사업단 발족에 앞서 호랑이의 소속을 산림청에서 수목원으로 옮겨야 할 필요성 때문에 이송을 서두른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된다.

지난 2월3일 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우리에서 탈수 상태로 누워있는 금강을 수의학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금강은 이날 오후 4시20분 숨졌다. 백두대간수목원 제공

무분별한 호랑이 도입 수의학자 등 동물전문가들은 금강 일가족의 비극이 무분별한 호랑이 도입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금강과 금송이 태어난 중국 호림원에서 국내에 온 호랑이는 1994년 백두·천지, 2005년 두만·압록 등 모두 암수 6마리다. 이 가운데 현재 살아 있는 호랑이는 두만이뿐이다. 호랑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보호를 받는다. 중국이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아 호림원 태생은 국제적으로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동물원의 수의사는 “호랑이를 선호하는 우리나라는 어떤 호랑이든 보유하고 번식하는 데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태생을 가리지 않는 잘못을 했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문제를 알지만 그동안 한·중 국가 지도자들이 우호 협력의 상징으로 호랑이를 주고받았는데 이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사정도 있다. 앞으로는 호림원 호랑이를 반입하지 않고 정식 등록된 시베리아 호랑이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전 봉화/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