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력은 최고, 삶의 만족도는 최악인 한국 학생의 현실
[경향신문] 청소년들을 보면 그 사회의 미래가 보인다. 청소년들이 불행한 사회는 미래가 결코 밝을 수 없다. 청소년들이 불행한데 부모세대가 행복할 리도 만무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 학생들 삶의 만족도가 최악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OECD가 47개국 15세 학생 54만명을 조사해 내놓은 ‘국제학업성취도평가 2015 학생 웰빙 보고서’를 보면 한국 학생들의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6이었다. OECD 평균은 7.31이고, 한국보다 낮은 OECD 회원국은 터키(6.12)가 유일했다. 특히 한국 학생의 22%는 삶의 만족도가 4점 이하로 매우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는 과도한 학습 시간과 성적 스트레스가 주원인이었다. 한국 학생들의 정규 수업 시간은 세계 1위이고, 사교육 등 방과 후 추가학습 역시 조사대상 22개국 중에서 가장 많았다. 책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탓에 운동 시간은 세계 최하위였다. 많은 학습량 덕분에 한국 학생들의 성적은 수학 1~4위, 읽기 3~8위 등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지만 학생 10명 중 7명은 시험과 성적에 대한 중압감으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학생의 75%가 “학교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에 대해 걱정한다”고 답했고, 69%는 “시험보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아 걱정된다”고 응답했다. 그렇게 해서 대학에 진학해도 상당수는 마땅한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다시 초·중·고교생의 학습 시간을 늘리고 사교육과 입시 경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적어도 노동 8시간, 수면 8시간, 휴식 및 식사 8시간으로 하루 24시간이 배분돼야 하지만 학생들은 예외다. 성인은 주 5일 주당 40시간 노동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만 학생들은 ‘월화수목금금금’ 1주일 내내 공부해야 한다.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 아니라 ‘공부기계’나 다름없다. 대통령선거라는 민주주의 축제의 장이 펼쳐졌지만 투표권이 없는 학생들은 여기에서도 소외돼 있다. 한국 학생들은 가족과 부모로부터 위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부모와의 대화 빈도나 가족 활동 등이 모두 OECD 평균을 크게 밑돌고 있다.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 최고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청소년들은 지금 당장 행복할 권리가 있다. 국가와 사회는 이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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