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플러스] 촛불은 들지만.. '총학' 무관심한 대학가

배민영 2017. 4. 21. 19:5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학교 측에 맞서 '시흥캠퍼스' 건립을 반대하고 있는 서울대 총학생회는 150여일간 본부 점거 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강제 해산된 뒤에도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부총학생회장이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언했다.

부총학생회장의 단식 선언식에 참여한 학생은 총학과 각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 등 50여명에 그쳤다.

학생들의 총학에 대한 무관심은 특정 대학 혹은 특정 시점의 이야기는 아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거 농성·단식해도 반응 '시큰둥' / 학내 문제 해결 '통로' 역할 등 상실 / 입후보자 없거나 투표율도 낮아 / "취업 힘든데.. 스펙 쌓기 바빠요"
17일 오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열린 학생회·학생단체 연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시흥캠퍼스 조성사업 반대 농성장에 대한 폭력적 강제 해산을 규탄하며 이와 관련해 성낙인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연합
학교 측에 맞서 ‘시흥캠퍼스’ 건립을 반대하고 있는 서울대 총학생회는 150여일간 본부 점거 농성을 벌이다 지난달 강제 해산된 뒤에도 천막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부총학생회장이 본관 앞에서 무기한 단식 농성을 선언했다.

총학은 나름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나 학생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부총학생회장의 단식 선언식에 참여한 학생은 총학과 각 단과대 학생회 관계자 등 50여명에 그쳤다. 지난달 28일 총학 주최의 ‘시흥캠퍼스와 대학기업화’ 토론회에는 주최 측을 포함해 참석자가 10여명에 불과했다. 학생들의 총학에 대한 무관심은 특정 대학 혹은 특정 시점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상당수의 대학에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초 촛불·탄핵정국에서 ‘민주주의의 정상화’를 요구하며 보여줬던 대학생들의 정치·사회적 감성이 정작 학내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통로인 총학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국민대에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우려가 있는 정관 개정안이 이사회에서 통과됐다. 정치 운동을 하거나 집단으로 수업을 거부할 경우, 특정 정당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한 교원을 면직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된 것이다. 교수회와 총학의 반발이 거세지만 학생들은 관심이 없다. 학내 언론에 소속된 한 학생은 21일 “그런 게 있다고는 알고 있는데 자세히는 모른다. 학생들도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털어놨다.
연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연세대는 1961년 총학이 출범한 이후 처음으로 올해 총학을 구성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자치기구를 꾸리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는 입후보자가 한 명도 없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보궐선거를 실시했으나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했다. 서울시립대도 2년 연속 총학을 꾸리지 못하다 지난달 보궐선거로 간신히 선출했다.

2011∼2016년 서울 주요 대학의 총학 선거 평균 투표율은 학생들의 총학에 대한 무관심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장 높은 성균관대가 60.22%를 기록했고 연세대(53.67%), 이화여대(54.23%), 경희대(53%)가 절반을 조금 넘겼다. 서울대(43.25%), 고려대(46.29%)는 40%대에 그쳤다. 서강대는 지난 6년간 투표율이 30%를 넘은 적이 없고 2012년에는 아무도 출마하지 않았다. 한때 학내는 물론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이끌었던 주요 대학의 총학이 지리멸렬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대 이태준(26) 총학생회장은 “학생회가 더 다가가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학생들이 총학생회장이 누군지는 아는 게 맞다고 생각해 야외 총학생회실을 차려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취업이 지상과제가 되면서 학생들이 학내문제와 총학 등에 대한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게 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대학생 최모(22·여)씨는 “요즘은 신입생들도 취업 대비 스펙 쌓기에 바쁘다”며 “동아리 활동도 잘 하지 않는데 총학에는 더 무관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모(28·여)씨도 “총학은커녕 학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르고 지내왔다”고 말했다.

중앙대 이나영 교수(사회학)는 “학내 선거는 많은 헌신이 필요하고 조직화의 경험도 있어야 하는데 지금 세대는 이런 게 약하다”며 “‘총학을 구성해도 소용없다’는 좌절감이 축적돼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