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팀 리포트] 키스방·안마방·오피방..학교 앞까지 '방방' 뛰는 신·변종 성매매 업소

구은서 입력 2017.04.21. 19:07 수정 2017.04.21. 23:24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경찰청, 새 학기 맞이 집중단속

셔츠룸 등 657곳 적발..전년비 55%↑
성인인증 없는 유흥 커뮤니티도 많아
"스웨덴처럼 성구매자·알선자 처벌 강화를"

[ 구은서 기자 ] “엄마, ‘셔츠룸’이 뭐야?”

서울 마포구에 거주 중인 주부 정모씨(43)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의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아들이 하굣길에 주워왔다는 전단에는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성 사진과 함께 ‘최고의 서비스’ 등 낯뜨거운 문구가 적혀 있었다. 셔츠룸은 여성이 남성의 눈앞에서 옷을 모두 벗고 셔츠로 갈아입는 ‘쇼’를 펼친 뒤 유사 성행위까지 제공하는 불법 성매매 업소다. 청량리 영등포 용산 등 홍등가가 잇따라 폐쇄되면서 이 같은 신·변종 성매매 업소가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영업장소도 강남 등 기존 유흥가 밀집지를 벗어나 학교나 일반 주거지까지 파고드는 모습이다.

학교 주변 성매매 업소 657개 적발

경찰청이 올해 새 학기를 맞아 5주간 집중 단속한 결과 학교 주변에서 운영 중이던 키스방 안마방 셔츠룸 등 신·변종 성매매 업소 657개가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적발된 업소(423개)보다 55%가량 늘었다. 이번 단속에서 입건된 성매매 사범은 200명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가 끝나지 않은 사건이 적지 않아 입건되는 성매매 사범은 앞으로 더 늘 것”이라며 “청량리 등 집창촌이 폐쇄되면서 주거단지 등 단속의 손길이 미치기 힘든 지역으로 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업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오피스텔이나 상가주택 원룸 등을 개조한 뒤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은밀하게 고객을 끌어모은다. 아가씨를 관리하는 ‘실장’의 메신저 아이디로 연락을 유도해 1 대 1로 접촉한다. 일부 업소는 “폐쇄회로TV(CCTV)로 입구를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이 오면 미리 알 수 있다”며 단속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홍보한다.

인터넷·SNS가 성매매 알선 창구로 악용되면서 청소년이 유해 정보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시 인터넷시민감시단이 적발해 삭제 조치한 성매매 알선, 유흥업소 홍보 등 불법·유해 정보만 2만9194건에 달한다. 인터넷에서 성매매 업소 정보를 공유하는 이른바 ‘유흥 커뮤니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업소에 다녀온 고객의 후기나 구인·구직 글이 올라온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성매매 업소와 제휴를 맺어 할인 쿠폰까지 제공한다. 그런데도 성인 인증 등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조차 없다.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오피방’

주로 서울 강남 등 유흥주점 밀집지에서 성행한 신·변종 성매매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경찰청의 ‘서울 지역 오피스텔 성매매 단속 현황’에 따르면 전체 단속 건수는 △2013년 302건 △2014년 850건 △2015년 1306건 △2016년 1261건 등이다. 오피스텔 성매매 단속 건수 상위 10위 지역(행정동 기준) 가운데 구로구 구로동, 마포구 도화동, 강서구 마곡동 등 비강남 지역이 6곳에 달했다.

업주들이 공실률이 높아 임대료가 싼 지역을 선호하는 것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곡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마곡지구 등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곳은 오피스텔 공실률이 높은 편”이라며 “보증금 없이 두세 달가량 짧은 기간 월세를 한 번에 나는 ‘깔세’를 찾는 ‘언니’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보증금이 없기 때문에 성매매 업자들이 목돈 없이 창업할 수 있고 단속에 걸려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1인당 성매매 지출 세계 3위 ‘오명’

전 세계 불법거래 시장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미국 하복스코프가 지난해 발표한 각국 성매매산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성매매 지출에서 한국은 연 240달러(약 27만원)로 스페인 스위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스페인과 스위스에서는 성매매가 합법화돼 있다. 성매매를 금지하는 국가 중에서는 한국이 1위를 기록한 셈이다. 전체 성매매산업 규모를 보더라도 한국은 120억달러(약 13조6000억원)로 조사 대상 국가 중 6위다.

전문가들은 음성화되고 있는 성매매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단속보다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권익센터장은 “수요 자체가 줄어들지 않는 이상 경찰이 아무리 단속한다고 해도 성매매가 근절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남성의 절반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성매매를 경험할 정도로 경각심도 낮다”고 설명했다.

성 구매자에 대한 처벌이 미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경찰에 입건된 성매매 사범 중 구속된 비율은 단 1.1%에 불과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웨덴은 1999년 세계 최초로 성 구매자와 알선자만 처벌하는 ‘노르딕 모델’을 도입한 뒤 성매매산업이 급격히 쇠락했다”며 “성매매 여성에 대한 처벌과 사후 지원보다는 성 구매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교육이 더욱 효과적인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