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崔 운전기사 "이영선과 차명폰 통화..매주 2~3회 만나"

김일창 기자 입력 2017.04.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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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재용 변호인, 3차 독대시간 두고 '공방'
5월2일 노승일 전 K재단 부장 등 2명 증인신문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5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4.2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김일창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8)과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의 지난해 2월15일 3차 독대시각을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이 팽팽하게 맞섰다. 이는 '오후'에 열린 독대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이 부회장에게 전달했다는 특검팀 주장과 '오전'에 열려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렸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이영선 전 청와대 행정관(38·현 경호관)이 어떻게 다른 사람 명의로 수십 개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61·구속기소), '문고리 3인방'과 윤전추 행정관 등에 전달해 사용하게 했는지도 상세히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21일 열린 이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서 특검팀은 최씨의 운전기사였던 방모씨와 이 행정관 등의 진술조서를 공개하며 서증조사를 진행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방씨는 당시 이 행정관과 차명 휴대전화로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런 통화는 모두 최씨의 지시로 물건을 주고받을 때만 이뤄졌다는 것이 특검팀 주장이다.

최씨는 방씨에게 이 행정관과 연락해 물건을 전달하거나 받아오라고 지시하는데, 이때마다 방씨는 최씨가 준 차명전화를 이용했다.

방씨가 전달한 물건은 대부분 박 전 대통령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옷이나 화장품 등이었는데, 그중에는 서류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종이쇼핑백도 있었다.

특검팀은 "백화점에서 쓰는 규격의 종이쇼핑백이었다"며 "윗부분이 접힌 상태에서 스태플러가 여러 곳 찍혀 있고 테이프로 감싸져 있는 것을 최씨에게 전달했다"고 한 방씨의 진술을 공개했다.

방씨는 "이 행정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종이쇼핑백을 최씨에게 전달하면 최씨는 집 방안에서 이를 확인한 뒤 같은 방식으로 밀봉해 내게 줬다"며 "그리고 나서 이를 다시 이 행정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횟수는 일주일에 평균 2~3회였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특검팀은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3차 독대 당일 방씨의 오전 행적을 제시했다. 특검팀에 따르면 방씨는 3차 독대가 있었던 지난해 2월15일 오전 10시쯤과 오전 10시35분쯤 각각 최씨와 이 행정관으로부터 순차적으로 전화를 받는다.

오전 10시59분쯤 방씨는 이 행정관에게 전화해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미승빌딩 근처에서 만났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통화 직전 장시호는 최씨에게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퀵서비스로 보냈다"며 "방씨가 이 행정관을 만나 전달한 것은 사업계획서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이 오후 2시쯤 독대한 것으로 추정한다. 특검팀은 "누구도 독대시각을 기억하지 못해 우리도 궁금하다"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물으니 '오후 3시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독대했으니 오후 2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그러나 청와대 안가를 빠져나온 출차시각을 증거로 제시할 예정이라면서, 독대는 오전에 열렸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의 주장대로 독대가 오전에 열렸다면 서류가 낮 12시 전에 청와대에 도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업계획서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이 부회장에게 전달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3차 독대날 안가를 나온 시간이 오전 11시8분이기에 이 부회장이 사업계획서를 받은 지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국정 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 씨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업무방해 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4.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정농단'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청와대 직원들과 최씨 등이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의 구체적 개통 경위와 실제 사용 여부 등도 상세히 제시됐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문고리 3인방 등이 사용한 차명휴대전화는 모두 이 행정관이 개통해준 것들이다.

특검팀에 따르면 이 행정관은 자신의 군대시절 부하로 있었던 송모씨에게 부탁해 차명전화 약 70개를 개통했다.

이 행정관은 용도별로 차명휴대전화를 개통했다. 휴대전화마다 상대방이 정해졌다는 것이다. 특검팀은 "예를 들면 의상과 관련해 방씨와 통화할 때 사용한 전화, 청와대 관계자와 통화하기 위한 전화같은 식이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연락을 위한 차명 휴대전화, 이른바 '핫라인'도 따로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국정농단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최씨의 입국을 종용했던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와의 구체적 통화 내용도 이날 공개됐다.

언니 최순득씨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6일 윤전추 행정관이 사용하던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언니 최씨와 통화하면서 "최순실이 일단 한국에 와야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 특검팀은 태블릿PC가 보도된 10월24일 박 전 대통령이 다음날 오전 3시까지 최씨와 이재만·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과 열 차례 이상 통화한 사실을 제시했다.

차명휴대전화를 개통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영선 경호관은 특검 조사에서 '왜 이렇게 많이 개통했느냐'는 질문에 침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다음주 열리는 세 차례의 공판에서 '비진술조서'의 서증조사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이후 5월2일부터 증인을 소환해 신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음달 2일 출석 예정 증인은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 2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진료 방조 혐의를 받고 있는 이영선 청와대 경호관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의료법위반방조 등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4.21/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ic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