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국민일보

[사설] 文, '송민순 문건' 진실 공개가 우선이다

입력 2017.04.21. 18:42 댓글 0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것과 관련해 북한 입장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직접 접촉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기권 결정에 앞서 북한의 입장을 사전에 확인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추미애 대표는 "실체 없는 개인 메모"라고 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통문까지 공개하는 것은 전직 외교부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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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에 기권한 것과 관련해 북한 입장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최종 결정에 앞서 노무현정부가 북한에 의견을 물은 증거라는 것이다. 문건에는 ‘남측이 인권결의안에 찬성하는 것은 북남선언에 대한 공공연한 위반’이라고 적시돼 있다. 책임 있는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경우 위태로운 사태가 초래될 수 있다는 협박성 내용도 있다. 송 전 장관은 지난해 10월 발간한 회고록에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북한 반응을 먼저 알아보자”고 말했다고 기록한 바 있다. 직접 접촉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기권 결정에 앞서 북한의 입장을 사전에 확인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제2의 북풍공작이자 선거를 좌우하려는 비열한 색깔론”이라고 반격했다. 추미애 대표는 “실체 없는 개인 메모”라고 했고, 우상호 원내대표는 “전통문까지 공개하는 것은 전직 외교부 장관의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했다. 노무현정부 시절 장관을 맡았고, 민주당 국회의원까지 지낸 송 전 장관을 ‘색깔론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박에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전혀 없다. 문건 진위 확인을 위한 회의록 공개 주장에는 묵묵부답이다. 반박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문 후보의 해명이 매번 바뀐다는 점은 더 심각하다. 회고록 출간 당시 문 후보는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했다. 지난 2월에는 “국정원이 북한 입장을 확인해본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 19일 TV토론회에선 “국정원 해외 정보망으로 북한 반응을 판단해봤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않는 문 후보의 안보관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진실을 진실대로 밝히지 않는 도덕성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무능한 정치인은 참을 수 있어도 거짓말하는 정치인은 용서할 수 없다. 문 후보는 어정쩡한 대응을 접고, 객관적 사실을 공개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게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