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코앞에서 테러 당한 佛, '공포의 대선' 시작된다

김정원 2017. 4. 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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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대선을 사흘 남겨둔 20일(현지시간) 파리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총격 테러가 발생해 경찰관 1명이 숨졌다.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한 가운데, 프랑스 사회가 약 17개월 전 파리 바타클랑 극장 등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테러 악몽에서 벗어나던 찰나 다시 공포에 휩싸이면서 대선 판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쯤 파리 샹젤리제 거리 한가운데서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남성과 경찰 간 총격전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회색 세단(아우디 A80 추정)을 타고 조르주상크역에서 한 블록 떨어진 막스앤스펜서(영국계 의류기업) 매장 앞에 정차한 후 바로 옆 순찰차량 안 경찰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 경찰 2명에 중상을 입히고 1명을 사망케 한 범인은 즉시 도주를 시도하다 또다른 경찰관의 총에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이번 사건은 2015년 11월 파리 연쇄 테러로 최소 130명이 사망하고 수백명이 부상한 이후 파리에서 사망자를 발생시킨 첫 테러다.

총격이 일어난 장소는 특히 파리 필수 관광지로 꼽히는 개선문에서 불과 약 600m 떨어진 곳이어서 이곳을 찾은 관광객 등 행인들을 공포에 빠뜨렸다. 공격 당시 우연히 인근 식당에 있었던 언론인 쥘리앵 쿠르베는 트위터를 통해 “이렇게 극심한 공포의 순간은 처음 봤다”며 “행인들이 울면서 식당으로 쏟아져 들어왔고 (은신하기 위해) 즉시 실내를 가리고 불을 껐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찰은 테러 직후 현장에 있던 시민들을 조르주상크역 인근 거리로 대피시키고 추가범행에 대비해 개선문~콩코르드광장 사이 반경 약 2㎞를 통제했다.

범행 동기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총격범 신원이 즉각 드러남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명백한 테러”라고 규정했다. 수사당국은 숨진 테러범 이름은 ‘카림 쉐르피’ 로 파리 외곽에 사는 39세 프랑스 국적 남성라고 밝혔다. 범인은 과거에도 경찰관 살해 시도가 발각돼 정보기관의 감시선상에 오른 인물로, 샹젤리제 거리에서 발견된 승용차에서는 이슬람 경전인 쿠란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내각 수뇌부와 긴급 대책회의를 연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을 테러라고 확신한다”며 “대선이 안전하게 치러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IS는 같은 날 이례적으로 빨리 연계 매체 아마크 통신을 통해 “벨기에 출신의 IS 전사 아부 유수프 알 벨지키가 파리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41판-파리 샹젤리제서 총격 테러/2017-04-21(한국일보)

이날 공격으로 프랑스 사회 내 테러 공포가 급속히 고조됨에 따라 막바지에 다다른 대선 판도도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테러가 자행되던 시간 프랑스 국민의 시선은 온통 대선 후보들의 최종 TV 인터뷰에 쏠려 있었다. 국영 프랑스2TV는 오후 8시15분부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 후보 등 총 11명 후보의 개별 인터뷰식 토론을 생중계하던 도중, 사회자가 잠시 진행을 중단하고 총격 소식을 긴급히 전했다. 현재 24%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마크롱 후보는 사건발생 1시간 후 “제1의 임무는 (시민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어디서든 이슬람 테러리즘과 싸우겠다”고 역설했다.

불행 속 최대 수혜자는 대테러 관련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르펜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AFP에 따르면 2015년부터 현재까지 프랑스에서는 238명이 극단주의 테러로 사망했다. 중도우파인 마크롱 후보와 우파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도 수천명 규모의 경찰ㆍ근위병 추가 고용 등 안보공약을 쏟아내고 있으나, 그 중에서도 르펜 후보의 ▦모든 합법적 이민 중단 ▦극단주의 외국인 추방 등 반(反)이민 공약은 호소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후 테러 관련 또다른 변수가 생길 경우 결선투표에서 현재 예측 승률(마크롱 대 르펜 양자 대결 가정) 36%에 머물고 있는 르펜의 역전도 예측해 볼 법하다. 르펜은 이날 인터뷰에서 “안전ㆍ테러 문제가 대선 캠페인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은 통탄할 일이다. 우리의 국경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 후 트위터를 통해 “법과 질서를 지키는 치안인력에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mailto: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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