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보여행 ②] 120년 트램 속 홍콩 근현대사가 '쏙쏙'

홍콩=박정웅 기자 2017. 4. 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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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역사가 한 눈에.. 루가드 로드 트레킹

빽빽한 마천루, 불야성을 이룬 쇼핑거리. 도회적 이미지에 익숙한 홍콩이 트레킹 코스를 내세워 보다 건강하고 다채로운 관광도시로 변모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세계 최고의 트레일(드림 트레일 20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글로벌 지오파크)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만끽하거나 도심야경을 완상하는 트레킹 코스가 다양하다. 또 난이도에 따라 코스를 선택할 수 있어 가벼운 도보여행이나 장거리 완보를 즐길 수 있다. 지난 3월 홍콩의 곳곳을 누볐다.

루가드 로드 뷰포인트서 바라본 홍콩 야경. /사진=박정웅 기자
빌딩숲을 향해 내뱉는 개구리 울음, 새 소리 가득하다. 반얀트리(일명 타잔나무)가 곁가지를 치렁치렁 늘어뜨린 홍콩섬 태평산(太平山·Tai Ping Shan) 루가드 로드(盧吉道·Lugard Road). 화려한 도심야경을 배경으로 태곳적부터 이 땅의 주인이었을 산 것들의 울림이 청명하다.

일정 이튿날 오후, 피크 트램(Peak Tram)으로 홍콩섬의 랜드마크인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에 오른 뒤 태평산 루가드 로드를 찾았다. 루가드는 14대 홍콩총독(1907~1912)인 프레데릭 루가드 경의 이름을 딴 3.5㎞ 산책로이며, 홍콩 트레일(H)의 한 곳이다.

해발 552미터의 태평산은 홍콩섬 중 가장 높은 산이다. 태평산의 한 봉우리인 빅토리아 피크를 비롯해 이곳 산정 마을은 총독 등 과거 지배계급의 거주지였다. 온갖 세력들의 홍콩 내·외해의 드나듦이나 산아래 피지배계급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가파른 산 정상에 있어 내란이나 침략의 예봉을 피할 천연 요새인 셈이다.

빅토리아 피크까지 급경사로를 오르내리는 120년 역사의 트램. 현재는 일일 1만여명의 관광객이 주로 이용한다. /사진=박정웅 기자
최대 27도의 급경사, 지금은 120년사의 트램(462미터)에 몸을 실으면 단 5분만에 오를 수 있는 곳. 침략과 식민의 상처는 트램이 출발하는 센트럴 피크 트램 터미너스(터미널)서부터 확인됐다. 트램 건설 전 지배계급(영국인)을 가마에 태운 채 산정을 오르는 중국인, 건설 과정에서의 수많은 죽음, 그리고 탑승차별. 일일 1만여명의 관광객 탄성 속에 트램은 또다른 홍콩을 향한 듯 무심히 462미터를 오르내린다.

트램이 멈추는 빅토리아 피크 전망대. 과거를 뒤로 한 채 피크 타워 전망대 끝에 오르면 스카이 테라스다. 이곳의 홍콩 전망은 압권이다. 내해를 사이에 두고 홍콩섬과 구룡반도(주룽)의 IFC와 ICC 등 초고층빌딩이 이곳이 국제금융도시임을 강조하듯 앞다퉈 위용을 뽐낸다.

갈림길 이정표를 조금 지나면 한국인의 씁쓸한 자화상도 보인다. /사진=박정웅 기자
전망대를 나와 오른편 광장 방향으로 나오면 홍콩 트레일과 루가드 로드 이정표가 보인다. 광장엔 현재 홍콩관광 홍보관으로 용도가 바뀐 옛 트램이 있다. 또 언덕 아랫길 건너편에는 트램 건설에 참여한 중국인노동자 숙소가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변신해 있었다.

이정표에서 차로로 직진하면 태평산 정상 방향이고 오른편 샛길은 루가드 로드다. 루가드 로드는 3.5㎞ 원점회귀 코스이며 고도차가 거의 없다. 주민들의 산책·조깅 코스인 만큼 노면상태가 좋다. 조명시설이 잘 갖춰져 야간 산책에도 그만이다.

루가드 로드서 바라본 연무와 해무가 낀 홍콩. /사진=박정웅 기자
특히 홍콩 조망은 피크 타워의 것과는 다른 묘미다. 나뭇가지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다 만난 확 트인 조망은 자연스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러한 곳들이 여럿이다. 남에게 알려주기 아까운 출사 포인트가 많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낮과 밤, 한 번씩 루가드 로드를 완보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망 묘미가 남다르다.

루가드 로드 코스에는 폭 푸 람 저수지(Pok Fu Lam Reservoir)로 향하는 다른 코스도 있다.

청차우섬 전경. /사진=박정웅 기자
루가드 로드 트레킹에 앞선 오전, 빅토리아항 센트럴 페리 선착장서 1시간 거리의 청차우(Cheung Chau)를 찾았다. 이 섬은 란타우섬과 인접한 전형적인 어촌마을이다. 선착장을 중심으로 좌우로 뻗은 해안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자전거는 섬 한 바퀴보다는 잘 정비된 해안길을 왕복하는 것이 좋다. 임대용 유사 산악자전거로는 섬 끝 해안길의 고개가 만만치 않고 도로 사정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비용은 시간당 30홍콩달러(약 4500원, 종일 5000원, 예치금 1만5000원) 수준이다.

청차우 선착장 마을을 가로지르면 옛 골목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사진=박정웅 기자
해안길을 중심으로 섬을 완상하는 트레킹 코스도 있다. 선착장서 곧장 도심을 가로지르면 해수욕장이다. 어촌 골목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만 좁은 골목에서는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한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골목 곳곳에 이를 알리는 안내판이 많다. 섬 곳곳에는 도교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어업의 특성 상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는 사당이 많다.

청차우는 홍콩섬 현지인이 즐겨 찾는 주말 여행지다. 지역민 위주의 관광지이기 때문에 외국인관광객에 대한 서비스는 부족하다. 현금결제만을 하는 곳이 많아 현금을 챙기는 것이 좋다.

청차우는 홍콩 내·외해 길목으로 홍콩-마카오 부양 고속페리를 바라볼 수 있다. 이 페리를 이용하면 빅토리아항서 마카오까지 1시간가량 걸린다. 홍콩과 마카오를 바로 잇는 세계 최장 해상대교(55㎞)인 강주아오(港珠澳)가 올 하반기 개통되면 페리의 운명이 결정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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