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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사망신고서 쓴 아빠, 시 쓰기 시작한 엄마

권미강 입력 2017.04.21. 15: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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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3년상 치르고 딸 혜경이 영전에 시편 올린 엄마 유인애씨

[오마이뉴스 글:권미강, 편집:김예지]

▲ 단원고약전에 실린 헤경이  단원고 2학년 2반 이혜경은 이중섭, 유인애씨의 둘째 딸이다. 너무나 밝고 명랑했던 아이, 속이 누구보다 깊었던 혜경이를 잃고 엄마는 시를 썼다.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
ⓒ 권미강
두 번째 보물 혜경이

엄마는 가슴에서 딸을 조심스레 꺼내 놓았습니다. 3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열여덟 소녀인 엄마의 딸, 긍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혜경이. 엄마가 들려주는 혜경이 이야기에는 행복했던 네 가족의 추억과 그리움이 묻어나 달달하게 전해졌습니다.

엄마의 목을 잡고 애교를 부리던 둘째 딸 혜경이를 보내고 난 후, 엄마는 자신을 '진짜 못된 엄마'라고 가슴을 쳤습니다. "기울어져서 물이 들어오는 깜깜한 배 안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때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던 자신이 정말 밉다고 했습니다.

결혼 7년 만에 얻은 큰 아이 뒤를 이어서 생각지도 못하게 선물처럼 와준 아이였던 혜경이는 엄마 아빠의 두 번째 보물이었습니다. 두 딸을 '띵이, 긍이'라고 부르며 너무나 예뻐하는 딸바보 아빠랑, 감성이 풍부한 문학소녀 엄마랑 네 식구가 얼마나 알콩달콩하게 살았는지, 눈물이 고인 눈을 반짝이며 전해주는 가족이야기는 영화 같았습니다.

세월호가 거짓말처럼 가라앉고 혜경이와 함께 304명의 사람이 4월의 꽃처럼 졌을 때, 엄마, 아빠는 하늘이 무너진다는 것이 무엇인지, 자식을 잃는 슬픔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합니다.

억울함과 회한과 진실규명을 위해 비바람이 몰아치든, 뙤약볕이 내리쬐든 거리에서 싸우며 '왜 아이를 잃은 우리가 이래야 하는지' 견딜 수 없었다고 했습니다.

너무나 평범하고 착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이었기에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빨갱이, 종북, 좌파'로 몰리는 현실이 기막혔지만, 언니 꿈에 나타난 혜경이가 "위에서 다 보고 있어"라고 했던 말을 되새기며 '우리 혜경이가 보고 있으니 잘 살아야지' 다짐하는 엄마 유인애씨.

엄마는 사무치는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을 냅니다. 아이를 떠나보낸 지 1년 반을 보내고 쓰기 시작한 시는 이제 120편이 되었습니다.

'오늘 장롱 서랍 속 깊숙이 / 흔적을 찾아 눈과 손을 빌린다 // 신생아 때 입었던 배냇저고리/ 두 벌이 예쁘게 개어져 있다 // 큰 아이 입히고 작은 아이도 입혀서 앞섶부분이 누런 배냇저고리 (중략) 내 분신이었고 내 사랑을 한없이 준 아기 / 요 배냇저고리 다시 입히면 좋으련만 / 지난 흔적만 아련하게 끌어낸다 / 사랑해 아가야 - '배냇저고리' 중에서

배냇저고리를 입고 새근새근 잠을 자던 어린 혜경이를 떠올리면서 쓴 시에서는 얼마나 많이 배냇저고리에 남겨진 아이의 체취를 맡았을까 짐작이 되었습니다.

딸의 사망신고서 적는 내 손이 싫구나

딸바보 혜경이 아빠 이중섭씨는 살면서 세 번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었다고 했습니다. '처음은 혜경이가 수학여행 갔다가 사고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두 번째는 혜경이를 수원 화장장에서 화장할 때, 마지막으로 동사무소에 가서 자신의 손으로 사망신고서를 쓸 때'였다고 합니다.

육십이 다 된 아비가 어린 자식의 사망신고서를 쓴다는 것은 도저히 믿기지 않은, 결코 하고 싶지 않은 일이겠지요. 그 힘겨운 일을 하면서 아빠는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엄마는 그 현장을 보고 아픈 시를 썼습니다.

'아비의 정,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 너무 갑작스런 비보는 부녀장막(父女帳幕)을 무너트리고 / 오십 평생 와서 한(恨)을 새긴다 // 부모라는 갖고 싶은 두 글자 살며시 덤으로 주더니 / 이토록 통열(痛裂)하며 찢기는 가슴에 / 너를 담아 세상과 이별을 고하는구나 // 내 손으로 너를 지워야 하는 죄책감 / 하염없이 미안해 / 눈물이 손에 쥔 용지를 적신다 / 진정 이 손이 싫구나 // 생을 돌아 돌아도 만날 수 없는 인연 / 만남이란 회포를 가져보는 세상이란 / 꿈에서나 볼 수 있을까. - '사망신고 하던 날'

'귀요미' 혜경아 보고 싶어

혜경이랑 두 살 터울이었던 언니도 부모님과 똑같은 심정으로 동생 혜경이의 부재를 아파했습니다. 자매에서 이제는 홀로 남겨진 혜경이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엄마는 시로 그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별이 된 혜경이가 볼 수 있도록.

'동생아 세상 어디 꼭꼭 숨었니/ 언니랑 너랑 시간여행 해볼까 / 곰곰 묻는다 // 사진 속 어린 우리 모습 보았니 / 시간은 멈춰 너의 모습 귀요미 / 송송 보이네 // 동생아 어디쯤 오고 있니 / 영화도 봐야지 음악도 듣자 / 좋아하는 감자튀김 녹차 / 언니가 한턱 쏠게 // 예쁘게 예쁘게 사랑별 빛나니 / 세상 사랑으로 감싸주느라 / 기다려도 오지를 못하는구나 / 내 동생. - '동생과 추억읽기'

혜경이가 떠난 지 일 년이 되고 엄마, 아빠는 세월호가 가라앉았던 맹골수도를 갔습니다. 아이가 마지막으로 숨 쉬었던 맹골수도. 하늘과 맞닿은 맹골수도에서 혜경이를 부르며 오열했던 엄마는 아픈 내용을 시로 옮겼습니다.

'노란 부표가 떠있다 / 사랑하는 딸내미 있던 자리 / 몰아치는 가쁜 숨 / 이내 풀썩 힘없이 내려놓는 손 // 그 자리 // 아빠 엄마 일 년이 되어서야 / 그 숨결 일었던 여기에 왔다 // 선회하는 배 위에서 / 딸내미 혼자 홀연히 올라온 / 어린 영혼 고통의 자리 / 헌화하며 사무치는 그리움 / 눈물로 배회한다. - '맹골수도' 중에서

혜경이가 사랑했던 금구모 아이들

▲ 1학년 9반 아이들과  혜경이가 1학년 9반 아이들이 모여 담임선생님과 찍은 사진. 혜경이는 금구모라는 모임을 갖고 금요일마다 9반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 권미강
엄마는 혜경이가 사랑했던 1학년 9반 친구들의 모임인 '금구모'에 대한 그리움도 시로 썼습니다. 너무나 친해서 2학년이 되어서도 모임을 가졌던 아이들. '금구모'는 '금요일엔 1학년 9반 모이자'란 뜻이라고 합니다.

'우정을 아름답게 꽃피웠다 / 교정 곳곳 발길 닿는 곳 / 열정의 씨앗 / 일 학년 입학부터 흩날렸지 / 순수한 감성 첨가제 한껏 마시며 / 꿈이란 큰 그릇에 마음을 꽉 채운 / 풋내기 여고생 '금구모' 예쁜 꽃들 // 사월 벚꽃처럼 아름다워야 할 꽃 / 가슴에 한 서린 채 짓밟혀 / 세상의 눈길을 사로잡았구나 / 얼마나 무서운 극한을 견뎠을까 / 얼마나 떨리는 입술로 불렀을까 / 아빠 엄마 //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 단원의 '금-구-모'야 - '금요일 구반 모임'

사진 속 혜경이를 보며 '환하게 웃네 아무 일 없었던 듯/ 엄마 다녀올게 / 한 가닥 한 가닥 머리 쓰다듬고 / 웃는 눈 금방 눈물 나올 듯' 보고 싶은 마음을 전하는 엄마는 퇴근하면서 혜경이가 걸었던 길을 걷다가도 '오늘도 주루룩 얼룩지는 딸내미 / 두 줄기 빗물 하염없이 내려/ 턱 끝에선 줄기 뭉글뭉글 / 힘없이 발등 아래 내리꽂는다 / 아! 가슴 찢기는 목매임. 이라며 보고 싶어 주체할 수 없는 딸에 대한 마음을 눈물로 풀어놓았습니다.

"아이 유골함 옆에 놓아줄 거예요"

시 하나하나가 혜경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만큼 소중하다는 엄마 유인애씨는 아이들을 시집보내고 부부끼리 산속에 들어가서 책장 가득 책을 쌓아놓고 평생 한 권의 책을 쓰고 싶다던 소원이 어떻게 딸을 보내고 이뤄졌는지 그것 또한 아프고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하늘의 예쁜 별이 된 혜경이는 엄마의 시집을 받고 무척 기뻐할 것입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꿈이었던 혜경이는 시집이 나오는 날, 엄마의 꿈에 나타나 예쁘게 화장을 해줄 것입니다. "와, 화장하니 우리 엄마 정말 이쁘다"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로 시집을 내준 엄마를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딸의 유골함 옆에 한 권의 시집을 꼭 놓아주고 싶다던 엄마의 꿈이 6월이면 이루어질 것입니다. 정말 애쓰셨습니다. 어머니.

▲ 같은 반 아이들과 함께  단원고약전 혜경이 편에 실린 사진. 사진 속 아이들은 모두 해맑게 웃고 있었다.
ⓒ 권미강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짧은 전기를 담은 '단원고약전'을 작은도서관에 보내는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다음 스토리펀딩 8화로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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