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문화일보

<사설>'공익적 기부 免稅' 대법원 판결과 稅法 보완 시급성

기자 입력 2017.04.21. 12:10 댓글 0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일 수원세무소가 180억 원 규모의 주식을 기부받은 구원장학재단에 증여세 140억 원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기부자인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대표가 장학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때에만 과세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이에 수원세무서는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취지의 세법(稅法) 조항을 근거로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해서 기부한 데 대해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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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일 수원세무소가 180억 원 규모의 주식을 기부받은 구원장학재단에 증여세 140억 원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했다. 기부자인 황필상 전 수원교차로 대표가 장학재단의 설립과 운영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때에만 과세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상속·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편법 기부가 아닌 순수한 기부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말고 면세(免稅)해야 한다는 취지다.

핵심 쟁점은 기업 오너 등이 증여세를 내지 않고 공익 재단을 통해 회사를 지배할 수 있는지, 즉 편법 상속이나 경영권 장악 여부였다. 대법원은 주식 출연 후 공익 법인을 회사 지배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는 사정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과세 기준’을 제시했다. 황 씨는 2002년 교차로 발행 주식의 90%를 기부했다. 이에 수원세무서는 편법 상속·증여를 막기 위한 취지의 세법(稅法) 조항을 근거로 전체 발행 주식의 5%를 초과해서 기부한 데 대해 일률적으로 세금을 매겼다. 1심에서는 “편법 증여가 아닌데도 기계적으로 법을 해석해선 안 된다”고 재단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예외를 인정해선 안 된다”고 재단 패소 판결을 내렸다.

문제의 증여세 법규는 20년 전에 만들어졌다. 현재 우리 사회에도 기부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앞으로 이를 더 장려하고 고무해야 한다. 그러려면 선의의 기부는 장려하되 재산 세습을 위한 편법 기부는 규제해야 마땅하다. 물론 악용하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 기회에 기부 문화의 현실과 미래를 내다보고 세법을 신속히 보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