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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적(主敵)'을 주적이라고 왜 말 못하나

입력 2017.04.21. 06:02 댓글 0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안보관이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선 지지율에서 양강 구도를 이룬 두 후보의 안보관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가장 실망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임을 끝내 못 박지 않은 문 후보의 모호한 대북관이다.

그런 중에서도 후보들의 안보관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중요한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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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안보관이 새삼 관심사로 떠올랐다. KBS가 그제 주최한 심야토론에서 안일한 안보관을 드러냄으로써 국민들의 불안을 불러일으켰다. 대선 지지율에서 양강 구도를 이룬 두 후보의 안보관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면 가벼이 넘길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대응 움직임으로 한반도 긴장이 일촉즉발 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대목은 북한이 우리의 주적(主敵)임을 끝내 못 박지 않은 문 후보의 모호한 대북관이다. 그는 “북한이 주적이냐”는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질문에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며 슬그머니 넘어갔다. 평양의 눈치를 보는 것도 아닐진대 스스로 국군통수권자가 되겠다는 입장에서 주적을 밝힐 소신조차 없대서야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가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에 앞서 북쪽에 미리 물어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색깔론’으로 덮으려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적대로 안보는 대통령후보의 본질에 관한 문제다. 보수권인 홍·유 후보와 상반된 입장에 있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사드배치 및 국가보안법 문제와 관련해 문 후보의 말바꾸기를 작심한 듯 성토한 것도 그런 생각 때문이었을 것이다.

안 후보는 김대중 정부의 불법 대북송금에 대한 황당한 평가로 비난을 자초했다. 자신의 표밭인 호남 민심을 의식한 발언이겠지만 불법에 공도 있고 과도 있다니, 해괴하기 짝이 없다. 햇볕정책은 시각에 따라 공과 과가 엇갈릴 여지가 있을지 모르나 적어도 불법송금은 ‘무조건 잘못한 것’이라고 선을 긋는 단호함을 보였어야 했다.

이번 토론은 역대 대선 사상 처음으로 원고나 각본 없이 긴박감 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단편적으로나마 후보들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토론자가 많은 탓에 좌충우돌과 중구난방으로 이어져 심층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그런 중에서도 후보들의 안보관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대로 중요한 소득이다. 앞으로 남은 기간에 더 검증이 이뤄져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