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토론 실종.. 문재인, 할당 18분 중 17분 '방어'하다 끝

최승욱 김판 기자 2017. 4. 2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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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자유토론' 형식이 처음 도입된 KBS 대선 주자 합동 토론회에서는 '프런트 러너(front runner) 신드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다자 간 자유토론은 각 후보의 '정치적 포지션'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1위 주자에게만 과도한 공세가 쏟아진다는 단점도 있어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일 진행된 토론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18분의 '발언총량' 가운데 16분30초를 다른 후보의 질문에 답하거나 반박하는 데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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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입 '스탠딩 자유토론'.. 1등 주자에 공세 쏟아져

‘스탠딩 자유토론’ 형식이 처음 도입된 KBS 대선 주자 합동 토론회에서는 ‘프런트 러너(front runner) 신드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프런트 러너 신드롬은 ‘선두주자에 대한 후발주자들의 적극적 견제’를 의미한다. 다자 간 자유토론은 각 후보의 ‘정치적 포지션’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1위 주자에게만 과도한 공세가 쏟아진다는 단점도 있어 보완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9일 진행된 토론회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18분의 ‘발언총량’ 가운데 16분30초를 다른 후보의 질문에 답하거나 반박하는 데 사용했다. 그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 경쟁 상대에게 질문하는 데 사용한 시간은 각각 30초에 불과했다.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한 측면도 있지만 대부분 상대 후보의 공세를 방어하는 데 주어진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안 후보 상황도 비슷했다. 그 역시 경쟁 상대의 질문에 대한 답변과 반박에 주어진 시간의 70%가 넘는 13분을 할애했다. 문 후보와 유 후보에게 질문한 시간은 각각 2분과 3분이었다. 유 후보는 문 후보를 몰아세우는 데 10분, 홍 후보와 심 후보도 9분을 문 후보 공략에 썼다. 정책 대결보다는 이념 논란 등 감정적 말싸움만 난무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토론회에서는 각 후보의 정치적 입지가 그대로 드러났다. 문 후보를 향한 나머지 후보의 집중 견제는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 후보와 ‘양강 구도’를 이루고 있는 안 후보는 문 후보를 견제하는 동시에 보수 정당 후보와의 차별점을 드러내야 하는 다중 방정식을 풀어야 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와 안 후보를 모두 공격해 ‘보수 적통’을 각인시켜야 하는 상황이고, 유 후보는 문 후보를 ‘불안한 안보’ 프레임에 묶어 보수층을 회심시켜야 한다. 문 후보와 함께 진보 블록에 묶여 있는 심 후보 역시 문 후보의 ‘우클릭 행보’를 지적해야 진보 진영 내 정의당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문 후보 측은 “충분히 예상됐던 상황”이라면서도 다자 간 자유토론에 대한 불쾌한 반응도 숨기지 않았다. 문 후보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답변 시간을 공평하게 분배해주는 룰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20일 “차라리 한 후보가 다른 후보를 지명해 일대일로 토론을 하면 공평하고 제대로 된 검증 토론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토론회의 장단점을 분명히 구분했다. 임성학 서울시립대 교수는 “심 후보와 문 후보가 싸우는 모습이나 홍 후보와 유 후보가 싸우는 모습 등을 보면 과거의 진보·보수 이분법이 달라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임 교수는 질문·답변 시간이 부족한 점을 단점으로 꼽았다. 윤종빈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하고 싶은 질문을 다하고, 그에 대한 각 후보의 대응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면접 방식 등 후보 간 질의응답 형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 후보 측과 안 후보 측은 이날 ‘양자 맞짱토론’을 놓고 장외 힘겨루기를 벌였다. 김철근 국민의당 선대위 대변인은 “문 후보는 맞짱토론에 나서 국민 열망에 부응해야 한다”며 “대통령 탄핵 같은 아픔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2강 후보 간 맞짱토론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박광온 민주당 선대위 공보단장은 “얼마든지 하겠다”면서도 안 후보 측이 다른 후보들의 동의를 받아오라는 조건을 달았다. 글=최승욱 김판 기자 applesu@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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