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속하고 싶지 않기에, O2O

2017. 4. 21.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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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수백 호 안쪽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농업을 근간으로 함께 살아왔던 우리네 세상은, 사람 사이의 유대가 생산성의 유지를 넘어 생존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었습니다. 예전보다 사회의 끈끈함이 옅어지는 산업 구조로 부가가치가 이전하면서 기존의 관계는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이라는 단어의 정의 또한 다르게 해석하도록 만듭니다.

끈끈하게 사는 삶이 더 이상 우리의 생활 방식이 아니게 된다면 어떤 변화가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칠까요? 하물며 친구 관계의 경우도 단속적 관계를 선호합니다. 내가 원할 때 친구로 추가할 수 있고, 생활 속에선 웬만한 용기로 할 수 없는 절교를 상대를 대면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unfriend’) 편리한 관계는 외로움을 상쇄하며 귀찮음은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며 생기는 감정적 소비도 원치 않습니다. 택시를 타거나 음식을 시켜 먹거나, 새로 월셋집을 얻거나 하는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계속 잘 모르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생기는 감정의 교류나 갈등을 차단할 수 있게 해주는 중계 서비스가 요즘 말하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입니다. 결국 O2O의 핵심은 ‘내가 원치 않는 관계는 맺고 싶지 않다’는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생활 습관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 세대의 사람들이 보기엔 당연하던 서로 엉키며 살아가고 때로는 도와주고 때로는 손해 보던 삶의 방식이, 이제는 미리 정해지고 협의돼 분쟁이 생길 수 없는 방식으로 변화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O2O 서비스는 온라인을 확장해 오프라인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에서 모든 것을 처리하는 일에 익숙한 세대가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오프라인의 삶을 온라인상에 구현해내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어도 결코 각자의 삶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보호막을 만들어주는 시스템인 것이죠.

약한 육체로 생존하기 위해 똑똑한 머리를 가진 조상들은 모둠 살이로 우리 종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각자가 모둠에 속해 있을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도구를 이용해 모둠 안에서 모둠에 속하지 않을 방법을 만들어내고자 한 인간들에게 ‘행복’은 이제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일까요? 그것마저 기술에 바란다면 너무나 이기적인 종족이라 비난받을는지요.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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