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주적, 말 않는 文' '햇볕 계승 여부 얼버무린 安'

입력 2017. 4. 2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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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TV 토론을 볼수록 문재인, 안철수 두 유력 후보에게 안보를 맡겨도 되겠느냐는 의구심은 더 커진다. 문 후보는 19일 2007년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 시 북한에 물어본 뒤 '기권' 입장을 정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 "국정원을 통해서 북한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파악해본 것"이라고 했다. 문 후보는 작년 10월 송민순 당시 외교부장관의 회고록이 공개됐을 당시만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을 여러 번 했다. 그러더니 지난 2월 한 방송에 나가서는 "외교부가 찬성을 해도 북이 반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니까 (논란이 붙어) 국정원이 북의 입장을 확인해본 것"이라고 했다. 기억이 명확하지 않을 수는 있다. 하지만 사라졌던 기억이 몇 달 만에 이렇게 살아나는가. 선거용 말 바꾸기 아닌가.

문 후보 말대로라고 해도 '북에 물어보고 기권했다'는 송 전 장관 회고록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외교부는 찬성하자는데 국정원이 북 입장을 확인해보고 기권했다면 '물어보고 기권한 것'과 얼마나 다른가. 북은 주민의 인권을 짓밟는 폭력 범죄집단이다. 이런 집단에 '인권을 개선하라'는 결의안에 찬성하면 화를 낼지 안 낼지 물어보았다는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고서도 북한인권결의안에 찬성해도 되는지 김정은에게 물어볼 것인가.

문 후보는 '북이 주적이냐'는 질문에 "대통령 될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다"라고 했다. 지금은 국방백서에도 주적이 아닌 그냥 '적'으로 쓰고 있지만 표현이 무엇이든 지금 대한민국 국민에게 북 김정은 집단이 적(敵)이 아니면 무엇이라는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천안함을 폭침해 46명을 죽이고, 연평도 민가에 무차별 포격을 퍼붓고, 지뢰로 장병들 다리를 앗아가고, 핵폭탄으로 민족 절멸을 위협하는 집단이 북이다. '북 정권은 분명히 적이지만 불가피하게 협상해야 할 상대이기도 하다'고 했으면 됐다. 그 말을 못 하는 문 후보를 김정은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안철수 후보는 2000년 불법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모든 일에 공과(功過)가 있다는 식의 답변만 되풀이했다. 그는 햇볕정책을 계승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그것에도 공과가 있다"고 했다. 안 후보는 5년 전에는 "햇볕정책을 계승하고 더욱 발전시키겠다" "제가 앞장서겠다"고 했던 사람이다. 햇볕정책은 지금 국제사회가 벌이고 있는 대북 제재·압박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가졌느냐는 것은 자칫 나라의 명운을 가를 수 있다. 그런데도 안 후보는 문제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이리저리 피하려고만 한다. 보수 표와 호남 표 사이의 줄타기로 대통령에 가까이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험난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나라를 이끌기는 어려울 것이다.

문 후보는 싫은 질문엔 몸을 돌려 외면해버렸다. 안 후보는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과연 이들에게 한 발짝만 잘못 디뎌도 낭떠러지인 대한민국을 맡겨도 될지 유권자들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보관과 정책은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문 후보는 북에 물어본 상황과 주적 문제, 안 후보는 '햇볕 계승 여부'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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