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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도둑들의 습격 .. '커피 한잔 매너' 호소하는 카페들

홍상지.하준호 입력 2017.04.21. 02:00 수정 2017.04.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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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비밀번호는 영수증 하단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이화여대 부근의 한 카페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외국인도 많고 남녀 화장실이 모두 1층에 있다 보니 음료는 구매 안 하고 화장실만 쓰는 외부인이 자주 와서 도어락을 설치했다. 비밀번호는 매일 바꾼다"고 말했다.

'몰래 실례'늘어나자 귀여운 항의
"볼일만 보고 가면 인생 꽉 막혀요"
화장실 변기 앞에 '변기 올림' 문구
머리까지 감아 .. 집회 땐 더 몸살
잠가 놓고 영수증에만 비번 공개도
카페 이용자만 화장실을 사용해 달라는 안내문.
“화장실 비밀번호는 영수증 하단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세요. 감사합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는 음료를 주문하면 직원들이 이렇게 말한다.

카페 이용자만 화장실을 사용해 달라는 안내문.
‘눈치만 살살, 몰래 볼일만 보고 가시게요? 아메리카노 한 잔 쏴주시는 거 아시죠. 그냥 가시면 앞으로 고객님 인생도 막힙니다!! -변기 올림-’.

서울 신촌에 있는 카페 화장실 변기 앞에 적힌 문구다.

서울 시내 대형 카페들이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대신 도어락을 설치하고 경고문을 붙인다. 음료는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만 몰래 쓰고 나가는 일명 ‘화장실 도둑’ 탓이다. 이화여대 부근의 한 카페 관계자는 “지역 특성상 외국인도 많고 남녀 화장실이 모두 1층에 있다 보니 음료는 구매 안 하고 화장실만 쓰는 외부인이 자주 와서 도어락을 설치했다. 비밀번호는 매일 바꾼다”고 말했다.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바리스타 김우현(26)씨는 “가끔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거나 술 먹고 자는 사람도 있어 난감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특히 서울 종로·광화문 일대의 카페나 건물 화장실들은 지난해부터 계속된 주말 집회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서울 안국역 인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모(27)씨는 “헌법재판소에서 집회가 있을 때마다 할아버지들이 자꾸 ‘화장실 좀 쓰자’며 들락거려 손님들의 항의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카페 화장실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할 말은 있다. 신상욱(25)씨는 “아무래도 공중화장실보다 카페 화장실은 아르바이트생이 수시로 점검을 할 테니 더 청결한 것 같다. 특히 밤에 번화가를 지나가다 정말 급할 때 지하철 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을 가보면 더러워서 비위가 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불거진 공중화장실의 안전 문제도 있다. 회사원 이미현(35)씨는 “카페 화장실은 아르바이트생도 있고 다른 손님들도 있으니 다른 공중화장실보다 훨씬 안전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 시내의 공중화장실은 총 4913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공중화장실 수는 결코 적지 않다. 표본 점검을 통해 위생 문제를 신경 쓰고 있고 민간 건물에 관리비를 지급해 개방화장실 수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방화장실을 운영 중인 서울 무교동 광일빌딩 이종열(66) 관리사무소장은 “공익을 위해 참여하는 것이지, 구청에서 들어온 돈으로 화장지 등 비품을 구입하고 수도세까지 내기는 불가능하다. 특히 주말 집회나 행사가 있으면 화장실이 난장판이 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하거나 대부분 유료인 유럽의 도시들은 노상방뇨가 큰 골칫거리였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공공 위생시설 전문회사인 URILIFT사는 평소엔 땅속에 있다가 사람이 많아지는 시간대에 땅 위로 솟아오르는 팝업 화장실을 개발해 영국·네덜란드·스웨덴 등에 세웠다. 영국 노팅힐에는 화장실과 꽃집을 접목해 ‘청결함’과 ‘향기’를 동시에 잡는 화장실도 있다.

시민단체 ‘화장실문화시민연대’ 표혜령 대표는 “시설 제공자나 사용자 모두 서로 배려해 가며 깨끗하게 화장실을 운영해 나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유료 화장실이든 이동식 화장실이든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상지·하준호 기자 hongs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