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계약'으로 정규직 전환 봉쇄한 KT계열사

정은주 2017. 4. 2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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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계약을 바꿔 안정적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원천봉쇄한 겁니다." 20일 오전 11시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케이티(KT)스카이라이프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염동선(37)씨가 목소리를 높여 '쪼개기 계약'을 비판했다.

염씨는 이날 '케이티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불법파견·위장도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3년 동안 4차례 쪼개기 계약으로 정규직의 꿈을 빼앗긴 과정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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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프 무선사업팀 3년간
비정규직 상태로 4차례 소속 바뀌
고용부 "위장도급 아니다" 회사편
대리점으로 보내져 4월 계약 해지

[한겨레]

20일 오전 11시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케이티스카이라이프 본사 앞에서 ‘케이티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불법파견·위장도급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날 케이티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노동자 염동선(왼쪽에서 네번째)씨가 3년간 4차례에 걸쳐 도급→계약직→프리랜서→도급 등으로 ‘쪼개기 계약’을 맺은 과정을 설명했다.

“수시로 계약을 바꿔 안정적 일자리를 얻을 기회를 원천봉쇄한 겁니다.” 20일 오전 11시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케이티(KT)스카이라이프 본사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염동선(37)씨가 목소리를 높여 ‘쪼개기 계약’을 비판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선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돼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 사용자들은 계약 기간을 6~12개월로 반복 갱신하는 ‘쪼개기 계약’이라는 편법을 쓴다. 염씨는 이날 ‘케이티스카이라이프 비정규직 불법파견·위장도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3년 동안 4차례 쪼개기 계약으로 정규직의 꿈을 빼앗긴 과정을 털어놨다.

염씨는 대학을 중퇴한 뒤 20대 초반부터 휴대전화 판매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판매점에서 일했지만 이후 도매점으로 옮겨 대리점을 관리했다. 2014년 5월 대기업 케이티의 계열사인 스카이라이프가 무선사업팀을 신설하는데 경력사원 면접을 보라고 지인이 권유했다. 면접 때 스카이라이프 팀장은 “계약직이지만 충분히 비전이 있다”고 말했다. 염씨는 대기업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꿈을 품고 입사했다. 지난 10년 동안 관리하던 거래처 30곳도 끌고 왔다. 염씨는 “하루 최고 100개의 판매 실적을 올리며 성실히 일했다”고 말했다. 그의 일은 상암동 스카이라이프 건물 9층에서 거래처 매출과 입금을 독려하고, 거래 위탁계약서를 작성하며, 불량 단말기를 회수하는 등 대리점 관리를 총괄하는 것이었다. 희망은 점점 실망으로 변했다. 스카이라이프는 업무 시작 두 달이 지나도록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 뒤늦게 자회사인 케이티아이에스(KTIS)와 8개월 도급계약을 맺도록 했다. 계약을 맺지 않으면 2개월간 일한 월급을 받을 수 없었다. 염씨는 회사 지시를 따랐다. 그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았지만 열심히 일하면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했다. 그러나 계약 관계는 계속 변했다. 스카이라이프 계약직(1년)이 됐다가 프리랜서(4개월)로 바뀌었고 다시 케이티아이에스와 도급계약(1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염씨는 3년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했다.

지난해 10월 염씨는 케이티아이에스와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질적인 사용자는 스카이라이프라고 고용노동청에 진정했다. “휴일이지만 도매 격려 좀 해보라”고 업무지시하고 근무 태도를 관리한 스카이라이프 팀장의 문자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반면 스카이라이프 쪽은 “업무협의 과정일 뿐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없었다. 도급→계약직→도급으로 변화한 것은 경영 판단으로 위장도급과 무관하고 임금 등도 차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월 노동청은 “위장도급 또는 불법파견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회사 손을 들어줬다.

염씨는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그가 일하던 무선사업팀(8명)이 노동청 진정사건이 진행되던 지난 1월 해체됐다. 정규직 직원 3명은 영업기획팀으로 떠났고, 계약직은 그 업무를 대신 맡은 케이티아이에스 무선센터로 보내졌다. 염씨만 대리점으로 발령이 났다. 그의 계약은 이달 말 만료된다. 그는 지난달에 노조를 설립하고 이남기 스카이라이프 대표 등을 임금체불과 위장도급 등으로 형사고발했다. 염씨는 “원망이나 복수심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내 30대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케이티그룹에서 계속 일할 기회를 달라는 것뿐이다. 상식 있는 사회라면 당연히 돼야 할 일 아닌가.” 그러나 스카이라이프는 노동청이 염씨의 사용자를 케이티아이에스라고 결정한 만큼 염씨와 스카이라이프는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글·사진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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