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앙일보

[공약검증] 문재인,안철수 "4대강 수문 열고, 보 철거도 검토"

강찬수 입력 2017.04.20. 15: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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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대선 후보 환경공약 평가
녹조 문제 심각, 수문 상시 개방 필요
정밀조사와 평가 뒤 보 철거 여부 결정
수량-수질 관리업무는 통합이 대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재발 방지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 한목소리
미세먼지 대책 공약은 비슷비슷
"원인 분석 강조한 후보 없어 유감"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두 번째 대선 TV토론에 앞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왼쪽부터)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4대강 사업 이후 빈번하게 발생하는 녹조와 수질 오염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녹조 해결을 위해 여름철에 보 수위를 낮춰 운영하겠다고 밝힌 만큼 한 걸음 더 나아가 수문을 아예 상시 개방해 강의 흐름을 되찾고 녹조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두 후보는 수위 변화 영향을 평가한 뒤 단계적 또는 선별적으로 보를 허물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았다.

일부 대선 후보들은 4대강 수문 상시개방 후 평가를 거쳐 보를 철거한다는 공약도 내놓았다. 경남 창녕군 부곡면 학포리 본포수변생태공원 앞 낙동강 가장자리가 녹조 탓에 녹색물감을 풀어 놓은 듯하다. [중앙포토]
정밀조사·평가 후 보 철거 검토 중앙일보는 주요 대선후보들이 밝힌 환경 분야 공약을 점검했다. 중앙일보 연중기획 ‘리셋 코리아’ 환경분과 위원 6명(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하은희 이화여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 전문 분야별로 평가를 진행했다.

<주요 대선후보들의 환경공약 비교> 분야문재인홍준표안철수유승민심상정4대강 사업 문제-보 수문 상시 개방

-평가 후 선별적 보 철거-물생태계 건강성 평가

-확보된 수자원 가뭄 해소에 활용-보 수문 상시 개방

-정밀조사 후 자연성 복원추진-수위 조절, 사전영향 조사 거쳐 철거 결정-4대강 재자연화

-자연 하천 습지 복원수량-수질 관리업무 일원화-업무 일원화 논의 필요-수량·수질 관리체계 일원화-수량·수질 기능 통합 관리-통합관리체계로 일원화-생활화학제품 피해 예방-가습기 피해 진상 규명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집단소송제 도입-집단소송제 도입

-소비자 권익 증진 기구 설치-징벌적 손해 배상 강화

-집단소송제 도입

-피해구제기금 신설-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집단소송제 도입

-모니터링 강화-징벌적 손해배상제도입

-집단소송제 도입

-독성물질 관리 강화미세먼지 대책-석탄화력발전소 감축

-경유차 감축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 신설

-한·중 정상외교-석탄화력발전소 배출기준 강화

-다중이용시설 공기청정기 설치

-친환경차 보급 확대

-한·중간 협력 채널 가동-석탄화력발전소 친환경 발전원으로 전환

-환경기준 강화

-지능형 미세먼지 예보 확대

-중국 등과 환경외교-석탄화력발전소 가동률 하향 조정

-어린이 시설에 공기청정기 설치

-노후경유차 축소

-한·중·일 환경정상회의체 가동-석탄화력발전소 추가 건설 중단

-노후 경유차 퇴출

-사업장 대기오염총량제 확대

-한·중·일 미세먼지 협정 체결 문 후보의 환경정책을 맡은 세종대 김수현(전 환경부 차관) 교수는 "먼저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고, 2단계 지하수위 변화 등을 점검하는 모니터링과 종합적인 평가 과정을 거쳐 3단계에서 보를 선별적으로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측은 “4대강 복원은 해야 하지만 정밀 조사 후 자연성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칙적으로는 상·하류가 자유롭게 소통하도록 보를 허물 수 있지만 당장은 정밀조사 결과에 무게를 두는 입장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측도 "보 수위 조절을 통해 수질 개선 여부를 검토하고, 사전영향조사를 거쳐 보의 철거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역시 4대강 재(再) 자연화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흐르는 강으로 복원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환경경제학) 교수는 "녹조 문제가 있지만 보 건설에 막대한 투자 비용이 들어간데다 철거 과정에서 2차 오염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최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민·관 공동합동 조사를 통해 보 건설 이후 달라진 상황, 주변 주민들의 변화 등도 함께 조사 내용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보 건설로 상승한 수위에 맞춰 주변을 성토한 지역도 있는데, 수위를 낮췄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윤제용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도 "100% 부정적인 사업은 없고, 긍정적인 면도 있다"며 "부수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대안까지도 함께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전거 길과 같이 4대강 사업의 긍정적인 부분도 함께 검토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보를 통해 확보한 물을 가뭄 해소에 활용해야 한다고 상반된 공약을 내놓았다. 윤 교수는 "일부 수자원을 이용할 곳도 있겠지만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을 취수하는 곳과 실제 물이 필요한 지역이 떨어져 있어 보에 가둔 물이 가뭄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가뭄이 매년 발생하는 것도 아닌 만큼 많은 예산을 들여 인프라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물 관리 업무 일원화에는 대체로 찬성 수량(수자원)과 수질을 통합관리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문 후보 측은 "4대강 사업은 수량과 수질을 분리해서 관리할 경우 어떤 재앙이 나타날 지를 알게 된 만큼 앞으로 통합 관리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안 후보나 유 후보 역시 수량-수질을 통합해서 관리하는 체계로 정부 조직을 개편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현재 수자원 업무는 국토교통부가, 수질 업무는 환경부가 따로 맡아서 관리하고 있는데, 한 부처가 함께 관리토록 하겠다는 취지다. 물관리 일원화 문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필요성이 제기돼 20여 년부터 지속적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나 정부 부처 간의 이견으로 아직 해결이 되지 못한 이슈다.

평가 위원들은 "과거 정부도 여러 차례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다가 부처 이기주의를 극복하지 못해 무산됐는데, 새 정부가 실제로 관철할 의지가 있는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식수 전용댐 건설과 광역 중수도망 구축을 제안했다. 상류의 댐에서 맑은 물을 가져와 수돗물을 만들어 공급하고 대신 기존의 수돗물 생산 비용은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윤 교수는 “부산 등 낙동강 하류지역의 경우 고도정수처리를 하더라도 시민들이 수돗물에 대해 불신을 보이기 때문에 식수전용댐 건설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하지만 식수전용댐은 낙동강 등 하천 수질 관리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과 유사한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공약도 제시됐다. [중앙포토]
화학제품 피해 막는 제도 실효성 높혀야 가습기 살균제 피해 논란 등과 관련해 주요 대선후보들은 화학물질 관리 강화와 함께 소비자의 건강 피해를 일으킨 기업에 책임을 묻는 방안,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의 잘못이나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다. 또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중 한 사람 또는 일부가 가해자를 상대로 소송을 해 승소하면 다른 피해자들은 별도 소송 없이 그 판결로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법원에서 판결하는 배상액수가 너무 적어서 일부 후보가 제시한대로 향후 배상액을 3배 정도로 높인다고 해도 실효성이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실효성 제고 방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은희 이화여대 직업환경의학교실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은 이미 질병에 노출되거나 사망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 다음에 진행되는 ‘3차 예방’”이라며 “사전에 화학물질 관리를 잘하는 1차 예방, 조기발견과 신속한 치료로 피해를 줄이는 2차 예방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가 우려될 때 환경보건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지역환경보건센터 같은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충남 당진화력발전소의 굴뚝에서 흰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중앙포토]
원인 조사 없는 미세먼지 대책, 부작용 걱정

각 후보는 미세먼지 오염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은 억제하고, 풍력·태양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높이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와 안 후보, 심 후보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중단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았다.

반면 홍 후보는 석탄화력발전소 증설을 억제하기보다는 발전소의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유승민 후보는 주의보 발령 등 미세먼지 오염이 심해질 경우에만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을 낮추는 방식을 제시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과정에서 액화석유가스(LNG)를 더 많이 사용하게 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어떻게 재원을 마련하고,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것인지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풍력·태양광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이나 시민단체의 반발이나 갈등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갈등조정기구를 설치하는 방안 등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북 영덕군 영덕읍 창포리에 세워진풍력발전단지.[프리랜서 공정식]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장은 “풍력발전 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생태계나 생물다양성을 훼손을 방지하는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며 “후보들이 자연 생태계 보전 공약을 전혀 내놓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대체로 비슷한 미세먼지 관련 공약 중에서도 문 후보가 제시한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 설치와 안 후보의 지능형 미세먼지 예보 확대는 눈에 띄었지만 그 자체가 본격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대책의 시작일 뿐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윤 교수는 “대선 후보들의 미세먼지 대책이 별 차이가 없는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기 때문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미세먼지 문제와 대책을 논의해왔는데 그 결과가 반영된 때문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미세먼지 오염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나와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는데, 원인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 후보가 없다”며 "원인 분석 없는 대책이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배출 통계나 한국과 중국의 오염배출 비중 등에 대한 진단이 시급하다는 의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