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後] '비밀선거' 보장 못받는 장애인 유권자

2017. 4. 20.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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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체장애 3급으로 평생 전동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온 직장인 김은희(57ㆍ여ㆍ가명). 그는 지난해 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만 생각하면 속상하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1층에는 임시 기표대만 설치해놓고 투표함과 선거인명부 열람공간은 2층이나 지하에 둔 것을 접근성 보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장애인에게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투표소는 '장애인이 왜 굳이 투표를 하러 왔냐'는 느낌을 주기 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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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엔 기표대만 달랑…투표함 없어
-“투표방해 우려 투표소 설치 어려워”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지체장애 3급으로 평생 전동 휠체어에 의지하며 살아온 직장인 김은희(57ㆍ여ㆍ가명). 그는 지난해 20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만 생각하면 속상하다. 직장 근처의 사전투표소를 혼자 들렸는데 투표소로 이동할 수가 없었다. 투표는 2층에서 진행됐는데 승강기가 없었던 것. 1층엔 임시 기표대만 달랑 설치돼 있었다. 투표하러 왔다고 하니 한 남성이 주민등록증을 대뜸 달라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김 씨가 2층에 올라갈 수 없으니 그를 대신해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고 투표 용지를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김 씨는 개인정보를 적힌 주민증을 맡기는 것과 직접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이 이내 마음에 걸렸다. 고민하는 건 김 씨 뿐만이 아니었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온 한 여성도 자녀를 직원에게 맡기고 투표하라는 선관위직원의 말에 망설이고 있었다. 

김 씨는 결국 이날 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비밀투표를 보장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선관위 직원은 승강기가 있는 사전투표소로 보내주겠다며 지원 차량을 기다리라고 했다. 1시간을 넘게 기다리니 큰 회색 차량이 도착했다. 그러나 김 씨는 그마저도 이용할 수 없었다. 전동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리프트가 장착된 특수 차량이 아니었던 것. 김 씨는 결국 사전투표를 포기하고 직장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총선 사전투표 당시 장애인의 투표소 접근성이 보장된 비율은 83.4%, 본투표 때는 98%였다. 그러나 장애인 당사자들이 현실에서 체감하는 투표소 접근성은 훨씬 낮다고 지적한다. 투표소 접근성 비율은 승강기가 있는 투표소뿐만 아니라 승강기가 없어 1층에 임시 기표대를 설치한 투표소도 포함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1층에는 임시 기표대만 설치해놓고 투표함과 선거인명부 열람공간은 2층이나 지하에 둔 것을 접근성 보장이라고 할 수 없다”며 “장애인에게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은 투표소는 ‘장애인이 왜 굳이 투표를 하러 왔냐’는 느낌을 주기 쉽다”고 했다.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를 위해 1ㆍ2 층 양 공간에 선거인 열람 공간과 정식 기표대를 두는 건 어려울까.

선관위 측은 “1ㆍ 2층 두 곳에 열람공간, 기표대, 투표함 등을 두게 되면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고 부정선거 의혹도 제기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유권자는 거소투표를 이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또한 모두 허용되는 것이 아니다. 장애인이 거소투표 신고를 하더라도 공직선거법이 규정한 거소투표 대상 기준에 따라 선관위가 거소투표할 유권자를 확정짓기 때문이다.

곧 다가올 ‘장미대선’ 때 장애인 접근성이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촉박하게 진행되는 대선 일정 탓에 투표소 확보부터 난관이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5월에 행사가 많은 탓에 1층 투표소나 승강기 있는 투표 장소를 구하기 어렵다”며 “불가피할 경우 1층에 임시 기표대를 설치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의 혼동을 막기 위해 작년과 최대한 같은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선관위가 비장애인의 투표 방해 요소과 투표소 혼동을 우려하는 사이 장애인의 투표권은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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