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코멘터리] 국방백서에 '북한은 주적' 표현 없다
[경향신문] 종북 프레임의 선구자격인 주적이 다시 등장했다.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제19대 대선후보 초청토론’ 자리에서다. 이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강요하지 마라. 유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남북 간 문제 풀어가야 될 입장이다. 필요할 때는 남북정상회담도 필요하다. 국방부가 할 일이지, 대통령이 할 일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유 후보는 “정부 공식 문서(국방백서)에 북한군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따졌고, 문 후보는 “내 생각은 그러하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 할 발언이 아니라고 본다”고 거듭 말했다.
유 후보는 이 장면이 담긴 영상을 ‘유승민의 분노,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됩니까?!’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명확한 팩트 체크를 하자면, 유 후보의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가장 최근에 발간한 국방백서 제2절 1항 국방목표에는 북한이 아닌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북한 주민과 명백히 분리한 것이다.
게다가 국방백서는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중략)···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이같은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주체인’이란 단서를 달았다. 이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군사적 도발과 위협을 포기하고 평화적인 대화에 나선다면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지 않을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군 관계자도 “향후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북한에 대한 표현이 또다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유 후보가 ‘북한이 주적’이라고 한 발언은 1995~2000년판 국방백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1995~2000년판 국방백서의 국방목표에는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보위한다 함은 주적인 북한의 현실적 군사위협뿐만 아니라…’로 표기돼 있다.
국방백서는 이후 세계 어느 나라의 국방백서도 외교적으로 부적절한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고. 군 내부에서조차 “북한이 주적이면, 한반도 유사시 중국이 조중조약에 따라 전쟁에 나서면 ‘사이드 적’이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때문에 정부는 한때 국방백서를 대신한 ‘국방 주요자료집’을 발간한 적도 있다.
외국의 경우에는 미국이 4년마다 발간하는 ‘국방정책 검토(QDR) 보고서’에서 테러집단을 ‘지속적 위협’, 대만이 ‘국방보고서’에서 중국을 ‘가장 심각한 위협’으로 표현할 뿐 ‘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국방부 관계자도 “외국의 경우 국방백서나 이와 유사한 공식문서에서 ‘주적’이나 ‘적’으로 표현한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도 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명기한 적이 없다. 다만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적이라고 기술하고 있음에도 보수세력은 ‘북한=주적’이란 프레임에 찬성하지 않으면 종북으로 몰아부쳐 왔다.
<박성진 기자 longriv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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