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식의 브레인 스토리] [235] 인간은 언제까지 인간일까?
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일까? 얼마 전부터 안경을 쓰고도 책 읽기가 불편해졌다. 그것만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남의 말 안 듣기로 유명했지만, 사실 최근에는 그냥 말소리가 잘 안 들릴 뿐이다. 기억력마저도 예전 같지 않다. 얼마 전에는 재미있는 논문을 발견해 열심히 읽다가, 이미 한 번 읽었던 논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많이 놀라기도 했다.
눈이 안 좋으면 안경 쓰면 되고, 귀가 안 들리면 보청기를 사면 된다. 그렇다면 기억력은? 아직은 SF지만, 일론 머스크가 상상하듯 언젠가는 뇌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해볼 수도 있겠다. 아니, 차라리 뇌 안에 컴퓨터 칩을 심는다면, 인간의 기억, 인지(認知), 상상력 모두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바로 얼마 전 개봉한 영화 '공각기동대'가 그리는 미래 인류 모습이다. 마치 자동차를 튜닝하듯, 인류는 인간의 몸을 튜닝한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해 최첨단 카메라로 대체하고, 더 빨리 코딩하기 위해 손가락 20개를 단다. 뇌를 인터넷과 직접 연결할 수 있기에, 말을 하지 않고도 소통이 가능해진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나의 뇌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면, 인터넷 역시 나의 뇌에 접속할 수 있다. 뇌 해킹이 가능해지기에, 공각기동대의 주인공은 언제나 질문한다. "내 생각이 정말 나 자신의 생각일까? 내가 원하는 것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일까? 원하고, 생각하고, 기억하는 나. 세상과 분리된 그런 독립적 '나'라는 존재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팔다리 숫자를 자유자재로 늘리고, 컴퓨터와 연결된 인류. 어쩌면 먼 미래 우리 후손의 모습일 수도 있을 그들은 더 이상 인간 같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로 사랑하는 연인에게 손 편지를 수십 장 쓰던 19세기인들 눈엔 '쿨'하게 강아지 이모티콘 하나 날리는 우리도 이미 진정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인간은 언제까지 진정한 인간일까? 바로 오늘날 나와 함께 웃고, 울고, 희망하며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이들만 진정한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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