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없는 2·3층 투표소..한표의 문턱 너무 높네"
투표하러 가는길 험난, 4개 지하철역 가는데 1시간 걸려..고장난 무인리프트에 애먹어
■ 20일 장애인의 날…'휠체어 투표' 미리 체험 해보니
지난 18일 제37회 장애인의 날을 이틀 앞두고 장애인 유권자들의 '투표권'과 '이동권' 확인을 위해 일일 체험취재에 나선 기자 역시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이날 오후 휠체어를 타고 서울 지하철 회기역 일대 사전 투표소를 확인한 결과 투표장에 발조차 들여놓을 수 없는 열악한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서울 회기동 주민센터를 찾은 기자는 사전 투표소로 올라가는 계단 앞에서 한참을 망설여야 했다. 2층 회의실에 투표소가 마련될 예정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로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오는 5월 9일 대통령 선거에서도 건물 입구 계단 옆 경사로를 따라 이용할 수 있는 1층 민원실엔 '업무 편의'라는 이유로 투표소가 설치되지 않는다. 인근 사전 투표소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문2동 주민센터 역시 건물 3층에 사전 투표소가 설치될 예정이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휠체어로 투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시각장애인들이 투표소를 찾아가기 쉽도록 안내하는 시각장애인용 점자유도블록 역시 찾아보기 힘들었다. 회기동 주민센터 1층에는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지만 정작 실제 투표 장소인 2층에는 점자블록이 없다.
실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4·13 총선 당시 1층이 아닌 지하나 지상 2층 이상에 설치된 투표소가 573곳이었다. 이 중 16.5%는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 등을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고령자는 제3자의 도움 없이는 투표가 불가능한 여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투표소 1677곳(12.1%)은 장애인 통로를 갖추지 않았고, 투표소의 절반 이상인 8354곳(60.5%)은 점자유도블록을 설치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의 투표 참여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19대 대선을 위한 사전 투표소 역시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대선 사전 투표소 3508개소 중 1층에 설치되는 곳은 1695개소(48.3%)로 50%를 밑돌 전망이다. 지하나 2층 이상에 있으면서 계단밖에 없는 투표소도 18.3%인 641개소나 된다.
취재팀은 장애인 투표권과 함께 '이동권' 제약현황도 점검해 보기 위해 투표를 마친 뒤 인근 회기역에서 마장역까지 외출하는 상황을 추가로 가정하고 휠체어를 탄 채 지하철을 찾았다. 휠체어를 이용해 총 4개 역을 통과하는 데만 약 1시간이 걸렸다. 비장애인이라면 보통 20분 미만이 소요되는 거리다.
지하철 2·5호선과 분당선, 경의·중앙선이 교차하는 왕십리역은 그야말로 '환승 미로'였다. 경의·중앙선 열차에서 내린 뒤 5호선 타는 곳까지 가려면 엘리베이터 세 번과 무인 리프트 한 번을 타야 했다. 일반 탑승객과 갈아타는 경로가 다른데도 승강기 주변에 안내 표지판은 없었다.
심지어 역무원 도움 없이 이용하는 '무인 휠체어 리프트'는 아예 작동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역사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한 뒤 나타난 관계자는 "무게가 무거운 전동 휠체어 이용자가 많은 탓에 오작동이 자주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마장역은 지상과 지하가 연결되는 통로가 없어 출구로 나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한 번 탄 다음 휠체어 리프트를 두 번 더 갈아타야 했다.
장애인들에게 투표장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춰주기 위해 '2017년 대선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8개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대선 참정권 확보를 위한 6대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나섰다.
해당 요구안에는 △모든 투표소 접근성 확보 △모든 선거방송에 수어영상, 자막, 화면해설 동시 제공 △모든 장애인이 이해할 수 있는 선거공보물 제공 △투표 과정에서 모든 정당한 편의 제공 △모든 투표 과정에서 당사자 직접 참여 권리 보장 △거주시설 장애인 참정권 보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편 전국 장애인 유권자 수는 미등록 장애인을 포함해 240만명에 이른다.
[유준호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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