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를 '통합'으로 대신한 박영선의 '화끈한' 문재인 지원

최경민 기자 2017. 4. 19.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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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연일 '비주류 대표주자' 무색하게 文 적극 지원 '눈길'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the300]연일 '비주류 대표주자' 무색하게 文 적극 지원 '눈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박영선 공동선대위원장이 18일 제주 동문시장 앞에서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사진=박영선 의원 페이스북


반전이라면 반전이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의 전폭적이고 화끈한 문재인 후보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이 정도로 뛰어줄 지는 미처 몰랐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 후보가 전날까지 이틀 동안 총 2000km를 이동하는 강행군을 펼치는 사이 박 위원장은 서울, 제주, 광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문 후보와 동행하며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문 후보의 '기호 1번'을 상징하는 엄지를 들며 "문재인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문 후보가 첫 유세지로 열세지역인 대구로 향했을 때 '텃밭' 광주를 지킨 것은 박 위원장이었다. 문 후보가 TV토론 준비에 들어가는 19일 오후에는 서울 한티역 유세를 맡았다.

'비주류의 대표주자'라는 언론의 호칭이 무색할 정도다. 사실 박 위원장은 2013년 무렵만 해도 일부 언론에서 '친문'으로 분류할 정도로 문 후보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2012년 대선 때는 문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다. 하지만 2014년 박 위원장이 원내대표 시절 벌인 세월호특별법 협상에 대해 문 후보가 '재협상' 입장을 밝히며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이상돈 현재 국민의당 의원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건을 놓고도 마찰이 일어났다. 문 후보가 2015년 당대표가 된 이후에는 거리가 더욱 멀어졌다.

지난해 총선과 올해 대선을 앞두고는 박 위원장의 '탈당'까지 거론될 정도였다. 이번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박 위원장은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다가, 문 후보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에 상처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후보가 문자폭탄에 대해 '양념'이라고 한 것도 상처였다. '용광로 선대위'를 앞세운 당은 박 의원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추대했지만, 박 위원장은 선대위 참여를 미뤄왔다.

박 위원장이 선대위 참여를 결정한 것은 공식선거운동 기간 하루 전인 지난 16일이었다. 장시간 통화를 나누고, 2시간30분의 시간을 내 직접 박 위원장을 만났을 정도로 문 후보가 공을 들였다고 한다. 박 위원장도 "문 후보가 지금부터 필요한 것이 '통합'이라는 것에 뜻을 같이 해줬다"며 흔쾌히 마음을 정했다. "오늘부터 문 후보의 압도적 승리와 국민 통합을 위해 전국의 방방곡곡을 누빌 것"이라고 밝혔고, 그 약속을 온몸으로 지키고 있다.

반응은 뜨겁다. 문 후보가 제주 거리유세를 진행했던 18일 문 후보가 박 위원장을 직접 소개하자 엄청난 함성이 터져나왔다. 제주 현지의 현역 의원들을 소개할 때보다 더 큰 함성이었다. 광주 유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자폭탄'도 '칭찬문자'로 바뀌었다고 한다. 박 의원이 문 후보가 비행기에서 졸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잠이 모자란다는 것이 가정 힘들다고 하는 문후보의 모습을 몰래 찰칵!"이라고 글을 남긴 것도 반응이 좋았다. "응원을 보낸다", "여장부의 모습" 이라는 '선플'이 줄줄이 달렸다.

박 위원장의 '화끈한' 지원은 문 후보 입장에서 분명한 호재다. 박 위원장이 선대위 활동에 미온적인 모습을 보였으면 "박영선도 못 품으면서 어떻게 통합 화두를 말할 수 있나"라는 공격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같은 변수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통합'을 내건 문 후보와, '비주류'의 대표주자 박 위원장의 시너지가 극대화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도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 안정세의 이유 중 하나로 '박영선 효과'를 들었다.

정치적 위치에 상관없이 '선당후사'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자체만으로도 '정치인 박영선'의 가치가 상승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반전을 이끌어 낸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일까. 박 위원장은 경선 직후 선대위 참여를 보류할 때 투우사와 싸우던 소가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장소인 '케렌시아(Querencia)'에 머물렀었다고, 케렌시아를 떠날 때는 "분노를 화해와 통합의 에너지로 대신 채운다"고 밝혔던 바 있다. "용서는 미래를 여는 힘"이라고도 말했다. 대선 국면에서 박 위원장은 묵은 '갈등'을 뒤로하고, '통합'의 아이콘으로 정치권에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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