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진핑이 그러는데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더라"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난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이 과거에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는 트럼프의 발언 때문이다.
당시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지난 6~7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리조트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시 주석으로부터 북핵 문제 설명을 들었다며 “10분간 설명을 듣고 나니, 쉽지 않다는 걸 알겠더라”고 말했다.
문제는 그 앞의 발언이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시 주석이 중국과 한국의 역사 이야기를 했다. 지난 수 천 년 동안 많은 전쟁을 벌였고, 한국은 실제로 중국의 일부였다더라”면서 “북한이 아니라 한국 전체(Not Norh Korea, Korea)” 이야기라고 말했다.
미국 온라인매체 쿼츠는 19일 “한국이 중국보다 작은 나라라거나 중국의 종속국이었다는 견해를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발언”이라면서 “역사적으로 부정확하며 한국인들을 격분시킬 수 있다”고 트럼프의 발언을 비판했다. 시 주석에게 설명을 듣고서야 북핵 문제를 이해했다는 발언보다 “더 충격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쿼츠는 황경문 서던캘리포니아대 역사학 교수를 인용해 “명망있는 역사가는 그런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기원전 2세기 무렵 중국 한나라가 한사군을 한반도 북부에 설치했을 때나 13세기 몽골이 중국과 한국을 지배했을 때 같은 역사적 순간이 있었지만 이 또한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라는 주장과 부합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한사군은 영국의 인도 식민지 같은 개념이 아니었다”고 했다. 몽골에 대해서도 “몽골 제국을 중국 역사로 봐야 하는가라는 논쟁적인 질문을 차치한다 해도, 당시 한국은 몽골의 여러 가신국가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지난 수십년간 민족주의적 역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기 때문에 시 주석이 그런 말을 했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또 “시 주석이 ‘한국도 한때 중국과 같이 원 제국의 일부였다’거나 ‘한때 중국이 한국을 통치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을 트럼프가 잘못 알아들었거나 통역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 주석이 정확하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결코 알 수 없다고 쿼츠는 전했다.
쿼츠는 또 트럼프가 “누가 북한을 지배하는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17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를 ‘신사(젠틀맨)’이라고 표현하며 “빌 클린턴이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이 신사와 오래 동안 대화했지만 모두 놀아나기만 했다”고 말했다. 쿼츠는 “클린턴, 오바마가 함께 했던 북한의 ‘신사’는 사망한 김정일이지 지금 북한을 통치하는 김정은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수천년간 한·중관계의 역사에 있어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며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이야기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시 주석이 정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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