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신입PD 사망사건, 특별근로감독 실시해야"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17. 4. 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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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고용노동부에 공개적으로 요구
지난해 9월 5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사진=CJ E&M 제공)
살인적인 일정 속에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촬영 현장의 갖은 일을 도맡아 했던 고 이한빛 PD(tvN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언론노조가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근로감독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 이하 언론노조)은 19일 성명을 내어 "이 PD의 죽음은 오늘 날 방송콘텐츠 제작에 종사하는 청년 노동자들의 현실을 웅변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막내는 관행에 따라야 하고 그 관행이 적법한지, 정당한지, 합리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신의 노동이 존중받는지, 이 일에 참여하는 수많은 약자들은 배려받고 있는지도 중요하지 않다. 갑을의 지위와 서열은 이미 정해져 있고 관행이라는 이름의 질서에 순응하느냐 여부만 중요하다"며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 따위는 설 자리조차 없다. 게다가 CJ E&M 안에는 자기 권리를 대변해 줄 노동조합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CJ E&M의 책임 있는 경영진과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대책위의 요구에 귀 기울여 제대로 된 진상 조사와 책임자 문책,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면서도 "그동안 이 사건의 책임을 고인이 된 당사자에게 떠넘겨온 CJ E&M의 행태로 볼 때 자발적인 해결은 불가능해 보인다"며 고용노동부에 CJ E&M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다.

언론노조는 "(특별관리감독을 통해) 초과근로와 휴게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규정이 적법하게 지켜졌는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에겐 법적 책임을 묻고 경영진으로 하여금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게 지도하고 관리 감독해야 한다. 그리고 경영진이 내놓은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수시로 현장을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래야만 방송 콘텐츠 산업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와 야만적인 제작 시스템을 바로잡을 수 있다. 더 이상 방송사업자들의 노동관계법 위반 행위에 대해 눈 감아서는 안 된다"며 "공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할 방송사들이 불법 행위, 노동 착취에 앞장선다면 그들이 만든 콘텐츠가 신뢰받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는 "행복한 노동이 좋은 방송,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법이다. 파견, 도급, 용역, 기간제, 단시간알바, 프리랜서 등 온갖 비정규직 넘쳐나 '비정규직 박물관'으로 불리는 방송 콘텐츠 노동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장시간 노동과 상명하복 체제로 사람을 쥐어짜는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인권이 존중받는 방송 콘텐츠 제작 현장을 만들어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故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난 지 6개월이 지난 오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자신들에게 부여된 최소한의 공적 책임과 역할을 수행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26개 단체가 연대한 고 이한빛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 주최로 '혼술남녀가 신입조연출 PD를 죽였다'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한편, 고 이한빛 PD는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로 의상, 소품, 식사 등 촬영 준비, 데이터 딜리버리, 촬영장 정리, 정산, 편집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55일 간 약 이틀 정도만 쉴 정도로 혹사당했다.

특히 그는 계약직 스태프의 돈을 돌려받는 일을 맡으며 괴로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유서에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세 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CJ E&M 측은 고인의 사망이 확인된 지난해 10월 26일 이후 어떤 공식입장도 내지 않다가, 18일 열린 '고 이한빛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으로 관련 사실이 알려지자 "큰 슬픔을 표한다"며 늑장 대처에 나섰다.

대책위에 따르면 CJ E&M 측은 △유가족의 조사 참여 거부, 내부적인 자체조사 고집 △근무강도, 출퇴근시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 공개 거부 △이 PD에 적대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주변인사의 주관적 진술만을 토대로 '근무태만' 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여와 진상조사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

CJ E&M은 18일 밝힌 공식입장에서도 "경찰과 공적인 관련 기관 등이 조사에 나선다면 적극 임할 것"이라며 "조사결과를 수용하고 지적된 문제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등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내부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의지는 보이지 않고, '공적 기관'의 수사가 선행되어야 따를 것이라는 방향성이 읽히는 대목이다.

대책위는 CJ E&M의 공식적인 책임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중이며, 오늘(19일)부터 CJ E&M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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