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토크②] 김기천 "'직장의 신' 김혜수, 기억에 많이 남는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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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천은 “동료들보다 못 나가서 자존심 상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벼텨왔다”면서 “배우는 하늘이 내려준 최고의 직업 같다. 연기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하하하. 그런 건 아니에요. ‘곡성’ 추격 장면을 우리집 앞에 있는 숲에서 찍었다고는 하더라고요. 우연의 일치죠. 제가 시골 출신이라 공기 좋은 데 가면 마음이 편해지거든요. 전원생활은 예전부터 꿈꿨던 건데 곡성에 사는 지인을 통해서 방을 구했어요. 요양하는 셈 치고 있게 됐죠. 10평짜리 자그마한 공간인데 황토 찜질방도 마련돼 있어요. 인터넷도 안 되는 시골이에요. 밤이 되면 귀신 나올 것 같은 그런 시골이요.”
영화 ‘곡성’의 밤을 떠올려보니 순간 스산한 느낌이 들었다. 붉은 눈의 쿠니무라 준이 “와타시와 아쿠마다(나는 악마다)”라면서 쫓아올 것 같은. “밤에 혼자 있으면 무섭지 않나”는 말에 김기천은 “해지기 전에 일찍 자면 된다”고 명쾌하고 유쾌한 답을 내놨다.
“원래 해 뜰 때까지도 잠 못 드는 야행성이었는데 무서워서 일찍 자게 되더라고요. 작은 밭에 감자와 귤 같은 것을 가꾸면서 지내고 있어요. 시간이 날 때는 그 집에 내려가 있어요. 나중에 일도 안 들어오고 뭐 하고 살지 막막할 때를 대비해서 연습 겸 해보는 거죠. 장가를 늦게 가서 딸이 고등학교 2학년인데 가족들과 떨어져서 혼자 있어보는 연습도 하고요. 배우로서 바빠야 하는데 요즘 일이 많이 안 들어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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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배우는 관객이 겪어보지 못한 것들을 대신 경험해서 감동을 주는 직업이잖아요. 진짜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영혼이 맑고 깨끗해야 하는데 도시에 있다 보면 스스로 관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주변의 유혹도 많고요. 벗어나고 싶었어요. 곡성에 있다 보면 외로움을 많이 느껴요. 사색도 많아지는데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되기도 하죠. 반성도 많이 해요. ‘섭외가 왜 이렇게 안 올까’ ‘내 연기에 한계가 온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내 캐릭터에 싫증을 내는 것은 아닐까’ 싶죠. 그러다가 또 밤에 장작불을 뗄 때는 정말 아무 생각을 안 하게 되고요.”
김기천이 말하는 ‘내 캐릭터’는 선량한 소시민이다. 마음씨 좋은 아저씨를 주된 설정으로 다양한 인물을 소화했다. 대표적인 캐릭터는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연기한 만년 과장. 고 과장이 자신을 ‘고장난 시계’라고 표현하는 장면은 철벽같던 미스김(김혜수)뿐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의 심금을 울렸다. “시계가 어떻게 혼자서 가. 다 같이 가야 나 같은 고물도 돌아가는 거야. (중간 생략) 내 시계는 멈출 날이 많아도 김양 시계는 가야될 날이 더 많은데. 그러니까, 밥 먹고 가.”
“김혜수는 기억에 많이 남는 파트너예요. ‘직장의 신’을 찍을 때 김양(김혜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저도 그 장면이 생각나네요. 여러 번 나눠서 찍어야 하니까 감정을 유지하기 되게 어려웠는데 리액션을 잘 해줬어요. 김양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막 쏟아지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 기운을 받아서 연기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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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직장의 신’과 ‘시그널’ 그리고 ‘동네변호사 조들호’의 한 장면. |
“제가 숫기가 없어서 ‘저 좀 써주세요’라고 말도 잘 못해요.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 나를 소중한 작품에 캐스팅해준 사람들이에요. 참 고맙죠. 이들 덕분에 제가 오늘날 배우 소리를 듣고 사는 것 같아요.”
김기천의 연기적 갈증은 어제보다 오늘 더 깊고 크다. “‘시그널’ 속 삐뚤어진 부성애의 이천구에 대해 욕하는 댓글을 보고 기분 좋았다”는 그는 사이코패스도 좋고 왕 역할도 좋다고 말했다.
“평범하지 않은, 나쁜 놈을 많이 연기해보고 싶어요. 멜로도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임금님도 좋아요. 아직 왕 역할은 멋있고 잘생기고 근엄한 사람들만 캐스팅되는 것 같아요. 실제 왕들이 다 잘생기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대머리 왕도 있었을 거고. 나 같은 사람에게 왕 역할을 시켜주면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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