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유권자 49.6%가 지지… 자유한국당 지지자 중 28.5%도
22.7%.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대 1 대결을 벌였을 경우 득표율이다. 4월 2주차 리얼미터 정례여론조사('MBN' 매일경제 의뢰)(4월 10∼12일 조사/무선 전화면접/유·무선 자동응답 혼용)에서 나온 결과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정국 당시 탄핵에 반대했던 20%가량의 태극기 세력과 얼추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홍준표-문재인의 1대 1 대결구도가 실제로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보수보다 진보에 가까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이 홍 후보보다 높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과 달리 보수진영 내의 자중지란도 심각한 상황이다. 스스로 보수성향 후보임을 내세운 사람도 홍 후보 외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조원진 새누리당 후보, 남재준 통일한국당 후보까지 4명이다.
그래도 보수 유권자 내에서 홍 후보가 확고한 우위를 얻고 있다면 보수의 분열이 이렇게 심각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위에 언급한 리얼미터 조사를 보면 홍 후보는 보수 유권자가 가장 선호하는 후보는 아니다. 리얼미터 조사의 다자대결 조사에서 자신을 보수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 중 홍 후보 지지자는 23.2%에 불과했다. 반면 가장 많은 49.6%의 지지를 받은 사람은 안 후보였다. 자신을 자유한국당 지지자라고 밝힌 응답자 중 28.5%가 홍 후보가 아닌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안 후보가 대선 지지율 2위를 유지하면서 보수세력 내에 안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핵심 친박인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은 3월 3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심지어 중도, 안철수도 통합을 해서 새롭게 정권을 세워야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명예회복의 길이 빨라진다”며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당대 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개헌 전까지 연정, 협치를 해보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보수논객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도 “안철수 중도정권이 탄생한다면 보수세력에는 패배가 아니고 반쪽 정도의 선방, 성공은 된다”고 언급했다.

4월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 공개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보수 인사들의 안철수에 대한 긍정 평가
한편, 태극기 친박집회를 주도했던 인사들은 안 후보에 대해선 큰 신뢰를 주지 않는다. 길거리 우파단체의 대부인 서경석 목사는 보수 후보들이 단일화를 해서 안 후보만큼 높은 지지율을 달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홍준표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으면서 보수층의 지지가 상당수 안철수에게 건너갔다. 하지만 단일한 우파 후보가 나타나 안철수의 지지율을 떨어뜨린다면 안철수가 위기를 느껴 우편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목사는 박사모가 주도한 신당인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은 태어나서는 안될 정당이다. 도로 박사모당이 만들어지고 말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에 대해 “태극기 시민은 대한민국을 지키자고 했지 창당을 하자고 하지 않았다. 보수정당이 둘로 갈라진 것도 문제인데 새누리당까지 보수당이 3개가 되어버리면 대한민국의 보수를 지킬 수 없다”고 말했다. 탄핵정국 동안 박사모는 태극기 친박집회를 주도했다. 하지만 서 목사뿐만 아니라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등 여러 보수 인사들은 새누리당에 비판적이었다.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 야구방망이 시위를 했던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대표도 새누리당이 아닌 홍 후보를 지지한다며 “(홍준표 지지가) 당연하다. 적통을 지지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보수”라고 답했다.
남재준 후보 측 “태극기 세력은 우리 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박사모는 자유한국당을 믿을 수 없다며 새로운 보수정당 창당을 시사했다. 기존 박사모 회원들이 당원이 됐고, 박사모 카페는 새누리당 카페로 바뀌었다. 정함철 새누리당 강원도당위원장은 “이런 판국에 보수가 여러 후보로 나뉘는 것은 말이 안되지만, 우리가 조원진 후보를 대안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 후보가 성완종 뇌물수수 의혹사건 때문에 불안한 상황임을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홍준표가 정말 뇌물을 받았는지 아닌지는 본인만 알고 있을 것이다. 홍준표 측에 정말 깨끗하다면 대법원에 빨리 판결을 내려달라는 기자회견을 하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뭐가 걸리는 게 있는지, 대법원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는 것인지 기자회견을 안하고 있다. 이래서는 애국 보수진영 유권자들이 신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애국 보수진영이 홍준표로 결집을 했다가 그가 후보에서 이탈해버리면 문재인, 박지원 중에 선택해야 하는 참담한 결과를 맞닥뜨린다”며 새누리당 후보가 별도로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표지 이야기]사분오열 보수, 안철수로 기우나](https://img.khan.co.kr/newsmaker/1223/201704025_21.jpg)
또 다른 태극기 집회 세력은 남재준 전 국정원장의 깃발 아래 모였다.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남재준 후보는 4월 13일 통일한국당에 입당해 대선후보가 됐다. 통일한국당은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 사무총장을 지낸 최인식씨가 주도해 2015년 창당했다. 남 후보 측은 입당하면서 “500만 태극기 집회 참여자 중 새누리당 지지자는 일부 박사모 회원뿐이며, 태극기 세력 대부분은 남 후보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이애란 남재준 후보 대변인은 “춘추전국 시대에는 항상 영웅이 나타났다. 선거판은 바뀔 것이고 상상도 못할 돌풍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 인사로는 지만원 시스템클럽 대표가 있다. 지 대표는 4월 6일 시스템클럽에 남 후보 지지선언을 올렸다. 그는 남 후보가 광주민주화항쟁 유공자 재심을 추진하기 때문에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 대표는 홍준표 후보가 과거 광주민주화운동을 ‘의거’라 일컬은 것을 문제삼으며 “홍준표는 누가 빨갱이인지 감별하지 못한다. 이런 사람은 교활한 박지원의 노예가 될 수 있다. (중략) 이런 절망의 순간, 나는 오늘 남재준에게서 서광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한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 인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태극기 친박세력 쪽에서는 아예 “유승민은 보수 후보도 아니고, 단일화 대상도 아니다”라고 나오는 판국이다. 하지만 보수세력 내에서도 대통령 탄핵에 찬성했던 이들이 있다. 이런 유권자들을 대변하는 단체로 2012년 출범한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이 있다. 범사련 등 온건 보수단체들은 4월 5일 ‘반패권 중도보수 단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한쪽엔 당선되면 북한에 제일 먼저 가겠다는 분이 있고, 다른 극단에는 탄핵에 불복하는 세력이 있다”며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친박세력을 함께 비판했다. 이 의원이 염두에 두는 ‘반패권 중도보수 단일화’ 대상은 안철수·유승민 후보인 것으로 보인다. 임헌조 범사련 사무총장은 “단일화 대상이 특정인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모든 후보들에게 문은 열려 있다. 자유한국당 쪽에도 단일화 참여 의사를 물었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탄핵에 적극 반대해온 후보들과는 단일화가 좀 어렵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임 사무총장은 “박 전 대통령과 친박세력은 패권정치를 하다가 대통령 탄핵으로 귀결되지 않았나. 보수성향이라고 해서 모두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건 아니다. 향후 주요 정당의 책임있는 인사들과 함께할 안보정책 토론회 등을 통해 반패권주의 국민통합 후보 단일화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