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이준호, 연습생에서 연기자까지..'12년 숙성'을 말하다 [인터뷰]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2017. 4. 19. 08: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그룹 2PM의 준호라고 알고 있는 배우 이준호는 2PM으로 데뷔하기 전 3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쳤다. 그의 본격적인 연기 데뷔를 2013년 개봉한 영화 <감시자들>로 볼 경우 그는 2008년 가수 데뷔 이후 6년 정도를 기다린 셈이다. 이준호는 같은 그룹의 멤버인 옥택연이 2010년 KBS2 <신데렐라 언니>로 연기에 데뷔할 때부터 연기자를 꿈꿔왔다. 그렇게 9년을 기다렸지만, 연기자로 안착하는 것은 또 별개의 이야기였다.

<감시자들>의 날랜 형사 다람쥐 역 이후 이듬해부터 영화 <스물> <협녀, 칼의 기억>, 드라마 <기억> 등의 차례로 했다. 정확하게 1년에 한 작품씩이었다. 그런 그가 이번에 택한 작품은 KBS2 드라마 <김과장>의 서율이었다. 연기로서도 물론 이름을 높이고 싶지만 2PM 활동과 더불어 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갈증이 켜켜이 쌓여갔다. 누구나 아이돌가수 출신 연기자라면 색안경을 쓰기 쉽지만 이준호는 그 스스로의 말대로 ‘숙성’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돼 보인다.

KBS2 드라마 ‘김과장’에서 극중 TQ그룹의 재무이사 서율 역을 맡은 배우 이준호.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저 스스로는 어느 정도 묵었다고 할 수 있어요. 2PM 활동을 하면서 산전수전 겪은 일도 많고 어느 정도 응축이 돼 있었어요. 1년에 한 작품…. 사실 더딘 편인데 가수 활동을 겸하느라 그랬죠. 아쉬운 건 없고요. 당시 상황에, 분수에 맞게 멋진 작품들을 만난 것 같아요.”

2PM이 옥택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멤버들의 군 복무가 시작되면서 이준호에게도 큰 길이 열렸다. 솔로가수로서의 활동도, 연기 활동도 잘 하고 일단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김과장>에 임하는 그의 각오는 사뭇 달랐다. 데뷔 후 처음으로 조연의 단계를 벗어나 극을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김과장> 전체에 긴장감을 주는 역할이었다. 극이 경리부 직원들의 응집과 적폐세력과의 대결로 나눠져 있다면 이준호의 역할 서율은 악역으로 시작했다 돌아서는 반전이 있는 인물이었다.

“드라마를 시작할 때는 완전 악역이라고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뭔가 갱생할 여지가 있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렇다면 새롭게 역할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마냥 악역으로 보이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다차원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서율의 기본 감정은 항상 날카로워야 했죠. ‘제가 이런 행동을 당하면 정말 싫겠다’ 싶은 느낌으로만 저를 포장했어요.”

이준호의 노력은 실로 눈물겨웠다. 날을 세우기 위해 촬영 때는 하루 한 끼 정도만 먹었다. 날카로운 인상과 기분을 위해서다. 그리고 촬영이 끝나도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 집으로 들어가 두문불출했다. 혼자 자신을 가두고 있으면서 배역을 연구했다. ‘이 친구 고독의 원인은 뭘까’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남궁민, 남상미를 포함한 경리부 직원들은 흥겹게 촬영을 하며 모바일 메신저 단체 채팅방도 만들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지만 일부러 거기에도 끼지 않았다. 그야말로 ‘메소드 연기’를 위한 노력이다.

KBS2 드라마 ‘김과장’에서 극중 TQ그룹의 재무이사 서율 역을 맡은 배우 이준호.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드라마에서 지상파에서는 쉽게 시도할 수 없는 연기를 많이 했어요. 옆에서 찍어서 잘 안 보이기도 했지만 서율이가 ‘손가락 욕’을 연상하게 하는 자세도 취하고요. 욕을 하고 그걸 편집에서 묵음 처리해서 넘어간 경우도 있었어요. 사실 이런 연기를 현장에서 만들어서 할 때, 상대 배우들이 받아주지 않으면 쉽지 않아지는데 모두 함께 고민하는 분위기여서 너무 좋았어요.”

화제는 자연스럽게 2PM으로 옮겨갔다. 최근 콘서트에서 낙상 사고를 당한 준케이의 근황이 궁금했다. 회복하고 재활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에게도 연 초에 닥친 큰 시련이었다. 벌써 활동 9년차에 접어든 2PM은 그의 분신이자 다른 이름이다. 남자 연예인이라면 반드시 거쳐가야 하는 군 문제도 이미 2PM 내부에서의 정리는 끝났다.

“이미 재작년에 서로 이야기를 끝냈어요. 남자로서 잠시 떠나는 건 당연한 거고요. 2PM을 더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이었죠. 결국 다 돌아오면 뭉쳐서 함께 하자고 했어요. 물론 만약 다른 꿈이 새겨서 회사를 나가거나 다른 일을 할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2PM은 하자’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시기요?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저희끼리도 그래요. ‘언제인지 모르지만 무조건 뭉친다’라고요.”

2PM이 그에게 각별한 이유는 바로 그의 10대 말과 20대가 오롯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JYP의 스타 발굴 프로젝트 <슈퍼스타 서바이벌>의 1기 출신 연습생이었던 이준호는 당시 데뷔를 앞둔 연습생 조에 포함되지 못하고 연습만 하는 시절을 겪었다. 성대결절로 6개월 동안 노래를 못하자 회사에서 퇴출 명령이 오기도 했다. 나갈 운명이었지만 그의 어머니가 회사에 전화를 해 “지금 바뀌어가는 과정이다. 한 번 만 아이를 더 지켜봐 달라”고 읍소해 연습생 생활이 이어졌다. 그때가 열일곱. 허기가 져 밥을 혀를 씹을 정도로 급하게 먹고, 인스턴트 음식만 먹다 위염이 걸리는 상황에서도 그의 열망은 간절했다. 무대에 서게 해달라고.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자연스럽게 지금의 각오를 새롭게 한다.

KBS2 드라마 ‘김과장’에서 극중 TQ그룹의 재무이사 서율 역을 맡은 배우 이준호. 사진 JYP엔터테인먼트

“언제 제 길이 열리나 조바심도 당연히 생겼죠. 하지만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다리고 숙성을 스스로 하겠지만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아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놓치지 않을 자신은 있었어요. 뭔가 할 때 스스로 계속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는 게 제 목표인 것 같아요. 솔로 가수로 일본 활동도 하고 연기자 활동도 하는데요. 앞으로 좀 더 적극적으로 배역을 모색하고 싶은 마음은 있어요. 아직 제대로 된 멜로 연기는 안 해봤으니 그것도 해보고 싶어요.”

‘1만시간’의 법칙은 약 1년2개월 걸린다. 그런 의미로 봤을 때 도합 12년을 숙성해온 이준호에게는 ‘10만시간’의 법칙을 적용해야 할 것 같다. 지금 그는 이러한 오랜 숙성기에도 방심할 마음 자체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여유가 돋보인다. 그가 JYP 박진영의 연기도전에 남긴 말을 들어보자.

“공기 반, 소리 반 말씀은 이해하겠습니다만 코믹 연기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적어도 연기는 제가 조언할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웃음)”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