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냈던 삼성ENG 임직원, 유상증자 '대박'..이재용 부회장도 자사주 100억 '재미'

김수현 기자 2017. 4. 1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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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회사에 보탬이 되려고 울며 겨자먹기로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이 회사 주가가 급등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조선일보DB

당시 일부 직원들은 대출까지 받아가며 유상증자에 참여했지만,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르면서 이들의 자산가치도 커졌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유상증자 직후 300억원어치의 주식을 구입했는데, 차익 실현에 나설 경우 100억원 가까이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 3년차 직원도 최소 1000만원, 임원은 6000만원 차익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은 지난 2015년 3분기 기준 1조50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내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에 1조2651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신주 1억5600만주를 발행했다. 이중 80%는 기존 주주에게, 20%는 직원들에게 배정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1주당 8110원이었는데, 지난 17일 장 마감 기준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1만2950원으로 발행가액 대비 60% 가까이 뛰었다.

유증 당시 임직원들은 1인당 2010주 배정을 기본으로 하고, 근속연수와 직급에 따라 추가 배정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2015년 입사한 직원들은 약 1630만원을 내고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10년차 과장급은 5970주가 배정돼 4841만원을 냈고, 팀장급과 임원급은 각각 7000만원선과 1억원선에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주가로 따지면 3년차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총 2602만원으로 불어, 자산이 약 1000만원 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5970주가 배정됐던 과장급 직원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7731만원대가 돼 지금 차익 실현에 나서면 약 3000만원 가까이 벌게 된다. 팀장급과 임원급의 경우 최소 4177만원과 5967만원씩 자산가치가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 이재용 부회장도 최소 90억원 벌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책임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2015년 말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최대 3000억원 한도에서 일반 공모에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본인이 보유한 삼성SDS 지분 2.05%를 매각해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마련했다. 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이 기존 주주 배정 유증 청약을 받은 결과 99.9%의 청약률을 기록해 실제 이 부회장이 직접 유상증자에 참여하진 못했었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유증 직후인 2016년 2월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했던 자사주 302만4038주(1.54%)를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는 9980원으로 총 301억7989만원 규모였다. 현재 이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총 391억원 수준으로, 자산가치가 100억원 가까이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신규 수주 기대에 주가 전망도 좋아

삼성엔지니어링의 최근 주가 추이. /한국거래소 제공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유증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온 것은 지난해 실적이 나쁘지 않았던 데다, 마진이 큰 관계사 공사를 지속적으로 수주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 7조94억원, 영업이익 701억원, 당기순이익 9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년 전보다 8.8%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이 수주한 관계사 공사 수주액은 전체 수주액(5조원)의 70%를 웃도는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작년 하반기 카자흐스탄 발전 및 얀부 발전 공사 타절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수주 잔고가 크게 줄긴 했지만, 증권업계는 이 역시 삼성엔지니어링의 발목을 잡던 2010~2012년 저가 수주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지표로 보고 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 카자흐스탄 발전과 얀부발전 타절로 수주잔고는 7조8000억원으로 급격히 줄었지만, 올해 수주잔고를 다시 채우고 있다”면서 “통상 EPC 업체는 악성 잔고가 줄고 수주가 유입될 때 운전자금 부담이 줄고 선수금 효과가 나타나 급속한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진다”고 분석했다.

올해 2월 말을 기준으로 보호예수기간이 끝나 이제 임직원들도 주식을 자유롭게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면 임직원들이 주식을 대거 매도해 주가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루면서 주가 하락조짐은 크게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UAE POC 프로젝트, 태국 최대 정유회사인 PTTGC 에틸렌 패키지 공사, 오만 두쿰 프로젝트 등이 현재 수주 가능성이 있는 프로젝트로 점쳐지고 있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 기대가 커지면서 보호예수 기간이 지났는데도 매도가 크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삼성전자 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돼, 삼성디스플레이 등 관계사 공사 물량 수주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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