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비전] '하루 독서 6분'으로 4차 산업혁명 대비?

이기성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2017. 4. 1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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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성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오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하던 '세인트 조지의 날' 풍습에서 유래했는데, 문호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의 사망일이기도 하여 전 세계가 기념하는 날이 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세계 책의 날 추진협의체'는 2012년부터 이날 시민에게 책과 장미꽃을 선물하는 책 축제를 열고 있다. 우연히 선물 받은 책 한 권의 감동이 생각하는 힘을 키우고 다시 책을 찾는 선순환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갈수록 낮아지는 국민 독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해가 갈수록 떨어지는 독서율에 많은 이가 걱정한다.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에 따르면 우리나라 10세 이상 국민은 평일 기준 TV 시청으로 하루 1시간 53분을 보내지만 독서 시간은 6분에 불과하다. 정부가 발표한 우리 국민의 연평균 독서율은 65.3% (2015년)다. 3명 중 1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해 스웨덴 연평균 독서율이 90%인 것과 비교하면 실로 큰 격차다. 매체 환경의 변화와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부족한 게 큰 원인으로 꼽히는데, 정말이지 바쁜 현대인들에게 책을 들고 있을 손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대대로 유전자 속에 간직해온 민족이다. 일례로 150여년 전 병인양요(1866) 때 프랑스 장교가 남긴 '조선 원정기'라는 우리 민족의 책 사랑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한 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집 안에 책이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4월 22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 '서울 북 타워'등 공공미술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조선일보 DB

이러한 책에 대한 애정이 한국인의 문화 유전자로 남아 세대를 거듭하며 이어져야 한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O2O(Online to Offline)로 대표되는 현재의 4차 산업혁명은 기술 융합이라는 변화와 함께 인간의 역할에 따른 삶의 의미를 묻고 있다. 우리는 그 답을 문학·철학·역사학·심리학과 같은 인문학에서 찾아야 하며, 그 바탕은 책과 독서에 있음을 되새겨야 한다.

독서율 조사에도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책을 포함해 국민의 독서 의욕을 북돋우고, 출판인들 또한 좀 더 대중 친화적인 기획으로 책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 고유의 말과 글과 역사를 가진 한국인의 인문 정신 토대로서, 더욱이 지식이 자본이 되는 사회에서 독서는 다시 한국인의 대표적인 생활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23일 '세계 책의 날'을 계기로 지인에게 책과 장미꽃을 선물해보는 건 어떨까. 책으로 가득 찬 거리로 나와도 좋다. 22~23일 이틀간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청계광장에서 진행될 올해 행사장에는 '작가의 방' '책을 처방해 드립니다' 등의 지적 소통 프로그램부터 '엄마 아빠가 읽었던 책은 뭐야?' '전국 독립 서점, 독립 출판물'과 같은 전시·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가족·친구 혹은 연인의 손을 잡고 나와 책을 즐기길 바란다. 새봄, 책을 읽고 나누는 기쁨이 꽃향기처럼 전국에 퍼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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