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最古 석비, 신라 기술로 만들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석비(石碑·돌로 만든 비석)는 신라 기술로 만들었다."
지금 일본에선 7~8세기 고대 석비 3점을 묶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본의 현존 최고(最古) 비석인 야마노우에비(山上碑·681년)를 비롯해 다고비(多胡碑·711년경)와 가나이자와비(金井沢碑·726년)가 그 주인공이다. 모두 군마(群馬)현 다카사키(高崎)시에 있어 옛 지명인 고즈케(上野)를 붙여 '고즈케 3비(碑)'라 불린다. 그동안 일본에선 3점 모두 고대 한반도의 비석 문화에서 영향을 받았다고만 막연하게 알려져 있었다.
일본 문자 자료 연구자이자 이 비석들의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협의회 위원인 마에자와 가즈유키(前澤和之) 전 요코하마 역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21일 동국대에서 열리는 2017 한국목간학회 춘계학술회의에서 "'고즈케 3비'는 고대 한반도 중에서도 신라 석비문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당시 신라에서 건너온 이주민이나 그 후손들이 직접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한다. 마에자와 위원은 미리 배포한 '일본 초기 석비의 형태에 대한 검토' 논문에서 비석 3점의 형태와 비문 내용 등을 소개하며 신라 석비와 비교했다.
특히 711년경에 만든 다고비(多胡碑)는 꼼꼼하게 가공한 비신(碑身·비석의 몸체)에 머릿돌을 올리고 아랫부분은 받침돌에 꽂아 넣은 형태가 신라의 진흥왕 순수비인 마운령비(摩雲嶺碑·568년)를 빼닮았다. 해서체로 6행 80자를 새겼는데 지방 제도를 확립하면서 세운 비석임을 알 수 있다. 진흥왕 순수비 중 유일하게 비석 전체가 온전히 남아 있는 마운령비는 진흥왕의 영토 확장을 기념해 세웠다.
반면 사적인 목적으로 세운 비석인 야마노우에비(山上碑)와 가나이자와비(金井沢碑)는 자연석 그대로 사용해 만든 비석 형태가 신라의 대구 오작비(塢作碑·578년), 경주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552년 혹은 612년) 등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마에자와 위원은 "비석의 건립 목적에 따라 형태를 달리했다는 점에서 신라에서 전파된 지식을 토대로 만든 게 분명하다"고 했다.
그는 '일본서기' 등을 인용해 "7~8세기 고즈케에는 일찍부터 신라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있었다. 이 비석들은 신라인들이 직접 만들거나 이들과 교류하며 기술을 전수 받은 일본인들이 세웠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학술회의에서는 팜 레 후이 베트남 하노이국립대 교수가 베트남에서 최근 발견된 '도황묘비(陶璜廟碑)'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최연식 동국대 교수는 "한·중·일뿐 아니라 베트남까지 중국의 한자문화권 영향을 받은 국가들이 어떻게 한자를 수용·변형했는지 비석을 통해 비교하는 자리"라며 "고대 동아시아 문화 교류의 증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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