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연애-결혼-출산이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인가요"

입력 2017. 4. 18. 03:01 수정 2017. 4. 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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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청년만큼 별칭이 많은 이들도 없다.

N포세대라는 별칭에는 청년들이 빨리 정상 궤도에 진입해 국가 미래 자산이 되길 바라는 기성세대의 속셈이 깔려 있다는 것.

한데 이런 별칭이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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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론 책 '미운 청년 새끼' 펴낸 최서윤-이진송-김송희 씨
"N포세대란 말속엔 '命名의 권력'이 청년을 국민연금 재원으로 보면서 수단으로 보는 기성세대 시각 거부"

[동아일보]

청년 문제의 실상을 정면으로 다룬 ‘미운 청년 새끼’의 저자들. 왼쪽부터 최서윤, 김송희, 이진송.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국의 청년만큼 별칭이 많은 이들도 없다. 1990년대 X세대로 시작해 88만 원 세대, 그리고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가 됐다. 이제는 포기할 게 많아지는 바람에 N포세대까지 나왔다.

‘월간 잉여’ 편집장이자 ‘흙수저 게임’ 창시자인 최서윤(31), ‘계간 홀로’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펴낸 이진송(30), ‘캠퍼스 씨네21’ 기자 김송희(32). 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세 사람은 ‘OO세대’보다는 차라리 ‘미운 청년 새끼’가 되겠다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이들이 최근 출간한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우리도 나이든 사람들을 N포세대로 부를 수 있어요. 시간과 취미 등 사적인 즐거움을 포기하고 산업화 역군이 돼 살아 왔잖아요. 하지만 우리는 어른들을 그렇게 부르진 않죠.”(이진송)

‘명명(命名)도 권력’이라는 것. 포기라는 말에는 마땅히 해야 하거나 갈망하는데 여건이 안 돼 못하게 됐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어 달갑지 않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N포세대라는 별칭에는 청년들이 빨리 정상 궤도에 진입해 국가 미래 자산이 되길 바라는 기성세대의 속셈이 깔려 있다는 것. “사회안전망, 경쟁 완화 같은 대책 하나 없이 청년들이 국민연금의 재원이 되고 자신들의 노후를 책임져 주길 바라죠. 청년을 ‘수단’으로만 보는 시각이 싫어요. 그리고 연애, 결혼, 출산이 요즘에도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인가요?”(최서윤)

한데 이런 별칭이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공론화됐다는 거죠. 그런데 청년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 어떤 정책이나 법이 나왔나요? 수조 원을 쏟아부었다고는 하는데 체감되진 않던데요.”(김송희)

청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는 건 세대 간 인식 차이 때문. 곧 세대갈등이다. “‘우리 땐 먹을 게 없어 수돗물 마셨어’라는 식의 말을 들을 때면 역지사지로 이렇게 말해 주고 싶죠. ‘요즘 어른들은 참 편해. 토익공부 안 하고 자소서를 수십 장 안 써도 되니까!’”(최서윤) “아버지 세대는 대부분 주말까지 일에 매달렸죠. 잘살게 될 거라는 환상으로 착취나 억압을 때로 받아들인 세대죠. 그러니 생각이 다를 수밖에요.”(이진송)

선배 세대처럼 청년들도 잘살게 될 거란 희망으로 버틸 수 있을까.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이 ‘달관세대’가 되거나 현재에만 충실한 ‘욜로(YOLO·You Only Live Once)’가 됐다는 것이다. “미래에는 불행한 순간이 많을 건데 하고 싶은 일이나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작은 행복의 조각이라도 만들자는 거죠.”(최서윤) “근데 그 미래라는 게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거든요. 방이 구분된 공간에 소파나 침대 놓고 살 수 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집다운 집, 먹고살 만한 월급 딱 그거거든요.”(김송희)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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