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문대 교수가 제자 성폭행..검찰은 수사 중지

김종원 기자 입력 2017. 4. 17. 21:20 수정 2017. 4. 17.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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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여름 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 교수가 학교 안에서 제자를 성폭행했습니다. 그런데 신고도 했고, 증거도 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수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피해자 고통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6월, 대학원생이던 피해 여성은 지도교수의 회식자리에 불려 나갔습니다.

새벽 3시쯤, 만취한 여성이 정신을 차린 곳은 바로 교수의 연구실이었습니다.

[성폭행 피해자/당시 대학원생 : (교수가 어깨를 눌러서) 아팠으니까요. 너무 아팠어요. 중간에 정신이 살짝 들었다, 나갔다가, (그러다가 깼어요.)]

피해 여성의 지도교수였던 문 모 교수는 다른 곳도 아닌 학교 안 자신의 연구실에서 술에 취한 제자를 성폭행했습니다.

피해 여성은 이 순간 다급하게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피해여성 : 아아아아앙 흐흐흑 흐흑(울음소리)]

[가해 교수 : 울지마. 울지마. 고양이 나오겠다, 고양이. 누가 전화해? 응? 뚝!]

피해 여성은 그대로 달아나 곧바로 경찰서로 가 신고를 했지만, 문 교수는 모든 사실을 부인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속옷에서 자신의 DNA가 검출되자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말을 바꾸고는 사과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은 문 교수를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넘겼고, 해당 대학은 문 교수를 파면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해 말 돌연 이 사건을 기소중지 처리했습니다.

가해자에게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해봐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서원일/검사 출신 변호사 :이 사건은 조사할 거리, 자료(증거)가 많은 사건이 아닌가 생각이 돼요. 거짓말 탐지기 검사만을 위해서 시한부 기소 중지를 해놨다면은 (다른 성폭행 사건들에 비해) 조금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이때부터 피해자 가족에게는 더 큰 악몽이 시작됐습니다.

수사가 중단된 틈을 타 가해자 문 씨는 수시로 피해 여성의 가족을 찾아와 합의를 요구했습니다.

[피해 여성 엄마 : 이건 어제 온 거고요. (자꾸 찾아오니까) 심장이 벌렁벌렁 무서워요. (우리 가족) 인생은 이제 죽은 목숨이에요.]

재판에 가면 치부가 드러날 거라는 등의 말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가족이 검찰에 아무리 고통을 호소해도 검찰은 사건 발생 10달이 다 된 지금까지 수사를 재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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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종원 기자, 갑자기 기소중지가 된 것도 그렇고, 피해자가 이렇게 2차 피해까지 겪고 있는데 검찰이 수사를 미루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그건 검찰만 알고 있겠죠.

다만 추정해 볼 수는 있는데요, 이 사건 취재하면서 검사들, 그리고 검사출신 변호사들을 여러 명 만나서 사건을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전문가들이 주목한 부분이 공통적으로 기소 중지 시점이었습니다.

기소 중지라는 것은 검사가 수사하던 사건을 재판으로 넘기지 않고 중단을 해놓는 것을 얘기하는데, 이게 지난해 6월에 발생한 사건인데 기소 중지가 지난해 12월 30일, 한 해가 끝나기 직전이 된다는 말이죠. 연말이 된건데, 이맘때 검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 인사고과 평가를 한다고 해요.

그래서 검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게 얼마나 많은 사건을 해결했느냐, 또는 하지 못했느냐, 이게 영향을 미치는데 수사가 이때까지 계속 진행이 되고 있는 사건은 미제 사건으로 넘어가서 실적을 깎아 먹는다는 거죠.

그래서 이맘때면 검사들이 여전히 수사를 하고 있는 사건들을 무더기로 기소 중지하는 꼼수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채 검사가 실적을 위해서 사건을 기소 중지했다, 이런 분석을 전문가들은 내놨습니다.

하지만 이걸 감안해도 이 사건이 조금 이례적인 것은 지금 이미 4월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사건 같은 경우는 리포트에서도 보셨듯이 CCTV도 있고, 녹취도 있고, 무엇보다 피해자가 곧바로 신고를 했고, 여러 가지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렇게 중요하다고 볼 수 없는 거짓말 탐지기 때문에 아직까지 사건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죠.

이러다 보니 피해자 측에서는 공정한 수사가 아니지 않느냐, 뭔가 보이지 않는 힘이 검찰에 작용을 하는 게 아니냐, 이런 의심까지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앵커>

충분히 합리적인 의심 같은데 앞으로 수사는 어떻게 될까요?

<기자>

취재진이 취재를 시작하자, 검찰은 곧바로 수사를 시작하겠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동안 피해자 가족이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보니 도대체 거짓말 탐지기 어떻게 됐느냐, 언제 개시되느냐, 이렇게 탄원서도 내고 했는데 계속해서 기다려라, 기다려라 하다가 정말 공교롭게도 저희가 전화를 하니 마침 거짓말 탐지기 결과가 어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수사를 재개하겠다고 하니까 공정한 수사가 될 수 있을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계속 지켜보고 보도해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VJ : 김준호)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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