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산책] 융합기술 해법, '원조맛집'서 배워라
4차 산업혁명의 붐이 가속도를 일으키며 산업계는 물론 장미대선의 공약까지 봄바람의 들불마냥 번지고 있다. 기세에 눌려 묻혀 버린 감이 없진 않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산업계의 키워드 중 하나는 융합이었다. 선박, 자동차와의 융합, 의료 시장에서도 정보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서비스 혁신을 꾀했고 정부부처 및 기업들은 저마다 융합의 성과를 내어 놓곤 했다.
산업계에서의 융합은 제품과 제품, 제품과 서비스, 서비스와 서비스의 결합을 말하는 것으로 시장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복잡한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실제 상품 기획자 입장에서 바라본 융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난감해 왔던 것은 사실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다보니 이제는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결합만으로 혁신적인 상품 기획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는 않게 됐다.
퓨전식당은 국적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음식 종류와 새로운 맛을 선뵈는 곳이다. 식당 역시 단순히 두가지 음식을 적당히 섞어서 만들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메뉴를 끊임없이 바꾸고 개발해야 하고 깔끔한 실내 인테리어까지 갖춰야 한다. 음식 이름을 붙이는 것이야 요리사 마음대로지만 수많은 노력과 끊임없는 수고를 거치지 않으면 만들어 낼 수 없다.
융합이란 용어가 싹텄던 지난 10여년 동안 융합기술은 두가지 이상의 기술에 복잡한 고객의 니즈를 반영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내는 것으로 알고 노력해 왔었다. 부단한 혁신과 변화를 통해서만이 실용적이고 상용화가 가능했다고 믿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음업의 또 다른 형태는 전혀 변화하지 않고도 성업을 이루는 예가 있어 사뭇 궁금하다. 지방에는 곳곳에 원조 맛집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도 찾아오고, 고속도로 상이라도 일부러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다녀가기도 한다. 식당 외형은 여전히 시골스러움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2대, 3대에 걸쳐 오랜 기간동안 기대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항상 만족할만한 맛을 제공한다. 맛있는 것은 당연하고 분위기까지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한결같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들의 음식은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다.
원조맛집은 퓨전식당과 달리 메뉴는커녕 맛조차도 바꾸지 않는다. 오히려 한결같은 맛을 잃으면 더 이상 맛집이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변화하지 않아도 이들 식당 역시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객은 누구보다도 냉정한 맛의 감별사들이다. 어떤 전문가보다도 음식의 질과 맛을 빠르게 파악한다. 고객은 갖가지 질 좋은 음식, 맛을 신뢰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고객은 늘 새로운 맛을 탐구하고 시대를 ?아 가나 원조맛집에게서는 한결같은 맛을 원한다.
원조맛집들은 경지에 오르기까지 많은 위기와 어려움을 거쳐 오면서 나름대로 손님의 기호와 식성 그리고 감각에 맞추려는 노력을 해 왔다. 맛집은 왜 양면성을 가지고 있을까. '한결같은 맛의 보존'과 '끊임없이 변하는 맛의 도전'은 완전히 다른 마케팅 전략이면서도 결론은 기승전 '매출액보장'인가.
원조맛집 주인장의 성공 비결은 한가지로 모아진다. 그것은 바로 '기본에 충실'이다. 그들이 말하는 기본이란 다름 아닌 '만족'이고 '그들만의 변함없는 맛'을 말한다. 뿌리 깊은 나무처럼 기본이 탄탄할수록 깊이가 있고, 그 내공만큼 흔들림이 없다는게 세상사의 진리다.
융합기술 시장이 오랫동안 뚜렷한 성과없이 그저 그렇게 답습하고 있는 이유도 단지 서로 다른 서비스를 물리적으로 묶어 보려는 자체가 목표였지 정작 중요한 '만족할만한 고객의 서비스'가 타겟이 아니었기 때문은 아닐까. 어설픈 식당처럼 적당히 묶어서 융합의 결과물이라고 자위하고 그동안 수많은 시도한 것에 안주한 것이 아닐까라고 한번쯤 점검해 봄직하다,
막연하던 4차 산업혁명의 서비스들이 하나씩 가시화되고 있다. 음성인식, 자율주행 서비스가 우후죽순격으로 출시되고 있고 이들 서비스간 융합이 또다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어설프다. 시늉만 내거나 완벽하지 못하다. 맛집처럼 탄탄한 메뉴와 고유의 한결같은 맛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고 뒤돌아선다는 것을 직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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