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영칼럼] 비트코인은 '양날의 검'

홍기영 2017. 4. 17.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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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티움 제국은 동로마 제국의 후신이다. 이슬람과 싸우며 1000여년간 배반과 음모로 점철된 역사를 지녔다. ‘비잔티움 장군 문제’는 배신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안을 묻는다. 7명의 장군이 있다. 공격을 놓고 찬성·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하지만 마음을 숨긴 1명의 배신자가 있다. 다수의 찬성으로 믿고 공격에 나선 장군들만 적의 역습에 휘말릴 수 있다. 내부 배신자의 농간을 막을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난수 발생기를 사용해서 가장 작은 숫자를 받은 참여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누구든지 숫자를 속이고 가장 작은 숫자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해결책은 모두에게 어려운 계산 문제를 풀게 하는 방법이다. 풀기 힘들어도 답이 맞았는지 서로가 즉시 안다. 가장 먼저 문제를 푸는 사람이 자신의 답을 말한다. 답이 맞았으면 그에게 모든 결정권을 준다. 이러면 게임 참여자 누구도 거짓말을 할 수 없게 된다.

비트코인(bitcoin)은 컴퓨터망에만 존재하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비트코인은 네트워크상 데이터 위·변조를 막는 가상화폐다. 거래 참가자 모두에게 내용을 공개하는 분산원장(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적용한 역발상 아이디어로 ‘비잔티움 장군 문제’를 풀어냈다. 이론적으론 배신(해킹)이 불가능하다. 파일공유 커뮤니티 같은 공간에 정보를 공유하며 중앙통제기관(운영자) 없이 당사자 간(P2P) 거래를 성사시켜 거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일본이 4월부터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 인정했다. 비트코인은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에서도 공식 화폐로 통용된다. 비트코인 거래량은 지난해 1조달러를 넘어선 바 있다. 세계 어디든지 환전 수수료 없이 가상화폐로 돈을 송금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크라우드펀딩 등 인터넷을 통한 자금 조달에 날개를 달 수 있다. 아울러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투자자산으로도 주목받는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3월 초 금값을 넘어서며 1300달러에 육박했다. 공급이 제한된 만큼 2030년 50만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화폐의 3대 기능은 △교환의 매개 △가치의 저장 △가치의 척도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투기적 수요에 의한 가격 변동이 심해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한계를 갖는다. 기초자산의 보증이 없고 예금통화 창조가 불가능하다. 비트코인은 또한 믿을 수 있는 정부기관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 규제를 벗어나는 사각지대에서 이용된다. 비트코인은 테러·밀수·자금세탁·탈세 등 불법 자금거래에 사용되기도 한다. 중국 당국은 비트코인 거래소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미국 증권당국(SEC)은 비트코인을 대상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요청을 거절했다. SEC는 비트코인의 거래 투명성 결여와 법적 규제·감독장치 부재를 문제 삼았다. 비트코인은 한번 실행된 거래는 다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실수나 오류가 있어도 바로잡기 힘들다. 비트코인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의 새 버전이 등장할 경우, 기존 시스템과 충돌을 빚거나 시장이 분열될 수도 있다.

비트코인은 ‘양날의 검’이다. 보안성과 경제성을 갖춘 혁신적 가상통화지만 금융 시스템 불안, 소비자 피해, 지하경제를 조장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민간이 주도하는 핀테크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상통화 제도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또 자산과 지급 수단으로서의 성격을 감안해 비트코인 과세기준도 명확화해야 한다. 해외 당국과 공조를 통해 가상통화 규율체계를 확립해야 한국 금융산업이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을 것이다.

[주간국장·경제학 박사 kyh@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4호 (2017.04.19~04.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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