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박근혜 존경..차은택이 '실세', 나는 '허세' 노릇만"

한정수 기자 입력 2017. 4. 17. 12:23 수정 2017. 4. 1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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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신문서 혐의 모두 부인..고영태·차은택에게 책임 미루기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피고인 신문서 혐의 모두 부인…고영태·차은택에게 책임 미루기]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 최순실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2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정농단 사태의 장본인 '비선실세' 최순실씨(61·구속기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그 분을 존경했다"며 "몇십 년 세월 의리와 신의를 지켜온 관계"라고 말했다.

최씨는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운영과정에 자신이 개입했다는 의혹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고영태씨(41·구속)와 차은택씨(48·구속기소)에 의해 꾸며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모두 '실세' 노릇을 한 것"이라며 "나는 완전히 '허세' 노릇을 했다"고 강조했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진행된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 재판에서는 최씨에 대한 피고인 신문이 진행됐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언제 어떻게까지는 자세히 모르겠지만 대학교 때부터 알았다"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앞서 대국민 사과를 할 당시 최씨를 '어려움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몇십 년 세월 의리와 신의를 지켜왔고 그 분을 존경했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의상이나 공식 의료진에게 말하기 불편한 부분을 챙겨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있다"고 답했다. 의상실 운영과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에는 "대통령과 공모한 상황이어도 개인적 상황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검찰에서 계속 처음부터 끝까지 (박 전 대통령과) 공동체 식으로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그것은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이날 고씨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고씨의 진술은 나는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대답하고 싶지 않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차씨에 대해서도 "고씨의 소개로 알게 됐다"며 "내가 차씨를 추천해서 문화융성위원 등에 임명됐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 최씨는 "문화융성 및 체육인재 양성과 관련한 재단에 대해 박 전 대통령에게 건의하거나 내용을 논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검찰에서 계속 그런 식으로 몰고 가고 있는데 내가 먼저 이야기한 적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반발했다.

최씨는 자신이 검찰에서 "박 전 대통령이 워낙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재단을 만들어 지원해야 된다는 부분에 대해 강한 의지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 검사가 "박 전 대통령이 그런 기조와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묻자 "당연히 가까운데 그것을 모르느냐"고 반문하며 "대한민국 사람이면 당연히 아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접 이야기를 나눠서 아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옛날부터 문화에 굉장히 관심이 있는 분"이라며 "평상시에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최씨는 또 자신이 재단 설립 방안을 고씨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내가 고씨에게 재단 설립을 지시했다는 게 웃기고 검찰에서 전적으로 고씨 등의 진술을 바탕으로 나에게 물어보는데 그 사람들 자체가 나를 모함하는 사람들인데 진위 여부를 파악한 다음에 물어보라"고 반발했다. 특히 "차씨와 미르재단 설립과 관련, 물밑작업을 미리 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사람들이 실세 노릇을 한 것이고 나는 완전히 허세 노릇을 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최씨는 특히 "미르재단 관계자가 최씨의 지시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다고 진술을 한다"는 검사의 지적에는 "미르재단에는 내 사람이 하나도 없다. 전부 차은택 사람"이라며 "K스포츠도 전부 고영태 사람이었다. 내가 지시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고, 그들이 계획을 잡아오면 나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세세히 검토할 상황도 아니었고 자주 만난 사이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은택과 고영태는 다 똑같은 사람들"이라며 "그 두 사람을 측근에 두지 않았다면 오늘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씨는 이날 검찰 수사의 강압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최씨는 "지난해 11월9일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를 받을 당시 모 부장검사가 갑자기 들어와 무슨 회사의 조직도 등을 들이밀며 무슨 범죄사실을 입증이나 한 것처럼 자백을 강요해 조사를 못 받겠다고 항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삼성의 두 재단 출연금 부분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뇌물죄로 따로 기소된 데 대해서는 "강요로 됐다가 뇌물로 가는 것은 의문이 많다"며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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