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인터뷰] 정소민 "개봉 연기에 윤제문 원망? 전혀요…깜짝 선물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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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아빠는 딸'이 드디어 관객과 만났다. 지난 2015년 촬영을 시작하고 개봉하기까지 2년여 시간이 걸렸다. 애초 지난해 개봉 예정작이었지만 윤제문의 음주운전 물의 등으로 인해 올 4월이 되어서야 빛을 봤다.

그럼에도 정소민은 초연했다. 극 중 원도연 역할을 맡아 처음으로 코미디 연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윤제문 선배가 원망스럽진 않느냐"는 취재진의 짓궂은 질문에도 소신 있고 위트 있게 대처했다.

"원망요? 전혀요. 사실 과거엔 모든 일에 초조함이 많은 편이었어요. 캐스팅됐다가 출연무산을 겪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나와 인연이 아니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하게 되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작품도 그런 마음이었어요. 세상에 나와야 할 작품이면 나올 것이고, 그렇다면 더 좋은 시기로 타이밍 맞춰서 나오겠지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깜짝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안 입었던 코트를 오랜만에 착용했는데 주머니에서 '앗 돈이다!'라며 만 원짜리 지폐를 발견한 기분이랄까요(웃음)."

그렇다. 베일을 벗은 '아빠는 딸'은 기대 이상으로 큰 웃음과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만년 과장 아빠 원상태(윤제문)와 여고생 딸 원도연이 하루 아침에 몸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일본 인기 소설 이가라시 다카히사 작가의 '아빠와 딸의 7일간'을 원작으로 했다. 한국 정서에 맞게 잘 각색됐다는 평이다.

"저도 2년 전에 촬영하고 시사회 때 처음 봤어요. 처음엔 기자분들과 본다는 게 무척 걱정도 되고 긴장도 됐는데 많이들 웃어주셔서 행복했어요. 웃음 소리가 들릴 때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너무 기분 좋았어요. 그렇게 보람 있을 수가 없어요. 요즘 워낙 웃을 일이 없잖아요. 그래서 누가 웃는 것만 봐도 덩달아 기뻐요. 요즘은 유쾌한 작품을 보고 싶어요. 충무로에서 코미디 장르를 워낙 보기 힘들잖아요. 코믹 연기가 어렵지만 관객 입장에선 자주 봤으면 하는 바람에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어요."

'아빠는 딸' 이후 웹드라마 '마음의 소리'까지 연이어 코미디에 뛰어들었다. 모두 호연을 펼쳤지만 촬영 전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전 스스로 코미디 장르와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어려운 장르라고 느껴졌어요. 코미디는 다른 장르에 비해 목표가 분명하잖아요. 바로 웃음이요. 재미 없으면 의미가 없어지는 장르에요. '아빠는 딸'로 첫 도전을 했을 때 연기를 하면서도 이게 잘하고 있는 건지조차 모르겠더라고요. '마음의 소리' 애봉이는 혹여 비호감으로 보이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있었어요. 잘하시는 분들을 보면 타이밍을 갖고 노는데 저한텐 그런 게 없어요. 그래서 제가 찾은 방법은 어차피 상황 자체가 잘 짜여 있으니까 굳이 웃기려는 강박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다짐하는 것이었어요. 캐릭터에 집중해서 연기하려 했어요. 여전히 부담감은 있지만 조금은 즐길 수 있게 됐어요."

'아빠는 딸' 원도역 캐릭터가 특히나 어려웠던 이유는 성별, 세대를 초월해 50대 남성으로 변신해야 했기 때문. 그는 이를 위해 원작과 더불어 윤제문의 전작도 참고하고 끊임없이 연구, 고민하며 역할에 접근해나갔다.

"원작은 몰입에 방해가 될까 노파심에 안 보려고 하다가 워낙 참고할 만한 작품이 없어서 감상했어요. 그리고 촬영 전 윤제문 선배님의 영화 '고령화 가족'을 여러 번 참고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아저씨의 행동이 많이 담겨 있어 보면서 상태로 변했을 때 모습을 연구했죠. 선배님의 말투도 유의 깊게 체크했고요. 만날 때마다 행동들을 눈에 불을 켜고 담으려 노력했어요."

촬영장에만 도착하면 팔자걸음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가장의 무게까지 표현하기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어느 정도 행동들이 익숙해지고 상태가 되어 갔지만 부딪혔던 지점이 있었어요. 문득 '내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마음을 이해할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지점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결국 이 작품을 하면서 제가 얻어간 부분이기도 해요."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정소민은 '아빠는 딸' 작업에 대해 "보람 있었다"고 전했다.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아빠, 남자를 제대로 이해해볼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없잖아요. 딸, 여자가 아닌 정말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죠. 덕분에 아버지와 처음으로 단 둘이 영화도 보고 더 가까워지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해보고 싶은 역할이 정말 많답니다."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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