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벽보 전쟁'..시선처리 바꾼 문재인·당명 뺀 안철수

유태영 2017. 4. 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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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조기대선에 출마한 대통령 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16일 공개됐다. 주요 5당 후보들은 저마다 이번 선거의 시대정신을 강조하고 유권자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벽보 디자인에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선거벽보 공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왼쪽부터, 기호는 정당의석순) 등 19대 대선후보들의 선거 벽보가 16일 공개됐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의 넥타이’로 유명한 스트라이프 넥타이를 맨 사진을 쓴 문 후보 벽보는 ‘늘 국민과 시선을 맞추는 대통령’이라는 콘셉트로 흰머리와 잔주름 등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민주당 선대위는 설명했다. 기호 3번 안 후보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승리의 V자를 그리는 사진을 사용해 자신의 대표 업적인 V3 백신을 연상케 했다. 안 후보 벽보는 5당 후보 중 유일하게 당명을 적시하지 않았다.
원내 의석이 있는 정당 후보가 우선순위를 받고, 이 가운데 의석수에 따라 순번이 정해지는 선거법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기호 1번을 달게 됐다. 다음은 2번 자유한국당 홍준표, 3번 국민의당 안철수, 4번 바른정당 유승민, 5번 정의당 심상정 후보 순이었다.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문 후보는 당색인 파란색을 강조하는 벽보를 만들었다. 2012년 대선에서 우측 상단을 비스듬히 응시하는 사진을 썼던 문 후보는 이번에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5년 전 벽보 사진이 편안하고 희망적인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중후하고 믿음직한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 시선 처리를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선대위는 “‘늘 국민과 시선을 맞추는 대통령’이라는 콘셉트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뽀샵(포토샵) 없이 흰머리 한가닥, 잔주름까지 그대로 정확하게 보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또 줄무늬 정장에 줄무늬 넥타이를 맸다. 문 후보 측은 파란색 대신 줄무늬를 선택한 배경으로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승리의 넥타이’로 유명한 넥타이”라며 “국민승리, 대한민국 승리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승리의 V자를 그리는 상반신 사진을 사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기호 3번과 어우려져 안 후보의 대표 업적인 ‘V3 백신’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안 후보 선대위 측 설명이다. 두 팔을 치켜든 안 후보 모습을 거꾸로 보면 국민의당 로고가 연상되기도 한다. 불끈 쥔 두 주먹과 곧게 뻗은 팔로 변화와 혁신, 승리를 향한 의지를 표현했다고 한다.

안 후보 슬로건인 ‘국민이 이긴다’는 어깨띠에 적힌 문구로 처리했다. 국민의당은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이나 최순실 같은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해도 결국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안 후보는 녹색 넥타이와 녹색 배경으로 당색을 드러냈지만, 벽보에서 정당명을 별도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후보 지지율이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높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흙수저’ 출신임을 강조하는 홍 후보는 당색인 빨간색으로 기호 2번임을 강조하며 ‘당당한 서민 대통령’ 슬로건을 적었다. 흙수저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서민이 행복한 대한민국’, 세계 강대국과 당당히 맞서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설명이다. ‘보수 적자’임을 강조하기 위해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 구호를 당색인 빨간색으로 나타냈다.

보수 적통 경쟁을 벌이는 유 후보는 ‘보수의 새희망’ 슬로건과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구호를 인쇄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미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 국회 국방위원장 등 이력을 함께 적시해 ‘안보·경제 전문가’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 힘을 썼다. 역시 당색인 하늘색을 주로 사용한 그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정장 상의 재킷을 벗은 셔츠 차림 사진을 써 역동적인 인상을 강조했다.

심 후보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구호를 함께 적시했다. 구로공단 미싱사 등 노동운동 경력도 벽보에 담았다. 심 후보는 다섯 후보 중 유일하게 재킷 왼쪽에 세월호 리본 배지를 단 사진을 썼는데, 당색인 노란색 기호(5번), 이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동시에 진보정당 후보로서의 정체성을 뚜렷이 드러냈다는 평가다. 대신 강성 이미지를 누그러뜨리려는 듯 밝게 웃는 표정의 사진을 사용했다. 심 후보 측은 “스튜디오 연출 사진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한 미소를 그대로 살렸다”고 설명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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