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팩트체크]①1조+α 부담..누진제 부활하나

최훈길 입력 2017. 4. 17.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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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安 석탄화력 감축, 전기료 인상 전망
비싼 친환경 LNG로 대체 비용 발생탓
작년 누진제 1조 인하 '원위치' 가능성
"전기료 부담 솔직히 밝히고 논의해야"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한 문재인-안철수 대선 후보.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문재인·안철수 대선후보의 미세먼지 대책의 가장 큰 리스크(위험요소)는 전기료 인상 가능성이다. 연료비가 저렴한 석탄화력에서 비싼 친환경 LNG(천연가스)로 전환하는데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전기료 인상 가능성엔 선을 긋고 있지만 대선 이후 연간 1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마련하는 게 난제가 될 전망이다.

◇文 “年 1.3조 추가비용”..安 “4기 전환”

17일 문재인·안철수 대선캠프에 따르면, 문 후보는 △임기 내에 석탄화력 발전량을 30% 감축하고 LNG로 전환 △공정률 10% 미만의 석탄화력 9기 원점 재검토, 안 후보는 △당진 에코파워 등 미착공 석탄화력 4기를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하는 방안을 미세먼지 대책에 포함시켰다. 신규 석탄화력 재검토, 노후 석탄화력 폐쇄 등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석탄화력 감축 정책도 공약에 반영됐다.

석탄화력 감축 공약만 놓고 보면 문 후보의 미세먼지 대책이 안 후보보다 강도가 세다. 안 후보는 석탄화력의 발전량을 얼마나 감축할지 목표치를 내놓지 않았다. 재검토 석탄화력은 4기로 제한했다. 안 후보 측 오정례 전문위원은 “안정적인 에너지 운영을 우선 감안했다”고 말했다. 반면 문 후보의 대책은 강도가 센 만큼 전기료 인상 리스크가 크다. 문 후보 측 김기식 정책특보는 “석탄 발전을 30% 감축해 LNG로 대체하면 연간 1조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거래 단가를 놓고 계산해 보면 비용추산 결과와 일치한다. 전력거래소의 ‘2016년 연간 전력시장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 거래량에서 석탄 발전량은 2066억kWh였다. 이 석탄 발전량의 30%는 620억kWh다. 전력거래소 추산 지난해 평균 거래단가는 석탄이 약 78원/kWh, LNG가 약 100원/kWh였다. LNG가 22원/kWh 더 비싼 셈이다. 따라서 석탄 발전량 30%를 감축해 LNG로 대체할 경우 산술적으로 연간 1조3640억(620억kWh*22원/kWh)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작년 누진제 1조 인하 ‘원위치’

작년 12월부터 누진제가 개편돼 전기요금이 인하됐다. 미세먼지 대책에 따라 석탄화력을 폐지할 경우 1조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해 누진제 개편 이전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전기료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12월8일 국회에서 승인된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안 기준, 부가가치세 10%, 전력산업기반기금 2.7% 부과하기 전 요금, 단위=원, 출처=산업통상자원부)
이 같은 추가 비용이 전기료로 그대로 전가될 경우 누진제 인하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현행 누진제 6단계를 3단계로, 11.7배 누진율을 3배로 줄였다. 이 같은 누진제 개편으로 인하된 주택용 전기료는 연간 1조2000억원 수준이었다. 1조3000억원의 추가 비용만큼 전기료가 오르면 사실상 기존의 누진제가 부활하는 셈이다.

물론 주택용 전기료가 이만큼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전기료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기획재정부(유일호), 산업부(주형환) 장관이 물가 여파를 고려해 인상하지 않을 수 있다. 산업용 전기료를 인상해 부족분을 채울 수도 있다. 문 후보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을 중심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 석탄화력 발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김기식 정책특보(더미래연구소장)는 더미래연구소 정책발표에서 “정부가 값싼 전기요금 정책을 유지하면서 석탄, 원자력 등 발전단가가 저렴한 에너지원만을 고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LNG 발전량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과 에너지 관련 세제의 개편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정책특보는 이달 13일 브리핑에서는 “전기요금에 손 대지 않고도 한전의 영업이익 12조원(작년 기준)으로 추가 비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한전이 비용을 부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LNG로 전환하거나 폐지될 수 있는 석탄화력 중에는 민자 발전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원점 재검토 방침을 밝힌 석탄화력 9기 중 8기, 안 후보가 친환경 발전소로 전환하겠다는 석탄화력 4기 모두 민자 발전소다. 이들 민자 발전소에 한전이 돈을 투입하면 ‘혈세 지원’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전 부담 Vs 소송전 Vs 보상

(출처=문재인, 안철수 대선캠프)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보상을 해주고 석탄화력 사업자들 스스로 사업을 접게 하는 방법 외에는 폐지할 방도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 9곳 발전소는 이미 수년 전에 허가를 받고 발전소별로 사업권, 부지, 기초공사 비용으로 수천억원씩 투입된 상태다. 관련 업체 관계자도 “정부가 보상 없이 일방 취소할 경우 정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만약 문재인 후보나 안철수 후보가 공약대로 4~9기를 폐지하고 보상해줄 경우 수천억원에서 1조원 이상 추가 비용이 발생된다. 이 비용까지 감안하면 최근 ‘혈세 투입’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추가 지원금(2조9000억원) 수준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차기정부가 출범한 뒤 정부와 업계 간 불협화음만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양 후보가 솔직하게 전기료 부담을 밝히고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창섭 가천대 에너지IT학과 교수는 “석탄화력 퇴출 여부는 조선·석유화학 구조조정처럼 산업구조 개편 수준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일방적으로 취소해 법정으로 갈 게 아니라 재원 마련 방식을 넣고 사회적 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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