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4차 산업혁명시대, '리빙랩' 필요하다

2017. 4.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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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로운 혁신 창출을 위한 과학기술·ICT 패러다임 전환은 물론 지속가능한 에너지, 환경, 사회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의 시스템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지능정보사회는 이전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이전의 기술발전이 사업자 중심 및 기술공급 위주의 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용자가 주도가 되어 인간 및 사회의 새로운 욕구나 수요에 기반해 이뤄지는 인간/사회 수요 견인형(human pull) 발전이 될 것이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기에서 리빙랩(Living Lab)이 인간주도형 지능정보사회의 중요한 실천적 방법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리빙랩은 사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기술개발모델이자 지속가능한 시스템 전환의 실험으로 유럽에서 기술의 사회개발 방식으로 널리 이용되고 사회 문제 해결의 새로운 방법론으로 적용되고 있다.

리빙랩은 실제 생활 현장(real-life setting)에서 사용자와 생산자가 공동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이자 테스트 베드다. 2004년 MIT의 미첼(W. Mitchell) 교수가 생활공간인 특정 아파트를 정해 IT기술과 센서 기술을 설치하고 사용자를 관찰하는 '플레이스랩(Placelab)'을 구현한 것에서부터 유래됐다. 미첼 교수는 살아있는 실험실, 생활 실험실이라는 개념으로서의 리빙랩 이론을 만들고, 그것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 중 하나로 특정 장소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관찰하는 플레이스랩을 구현한 것이다. 이 후 유럽에서는 이 리빙랩 개념을 더 발전시켜 사용자들이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직접 참여해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실행하는 주체가 되는 적극적인 리빙랩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핀란드의 루타코(Lutakko)시는 리빙랩을 통해 지역의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하고 대학, 기업, 거주자, 관광객, 공공조직 등이 모두 참여해 실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를 공동으로 연구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의 현안, 개선 과제, 발전방향 등에 대해 지역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아이디어도 내고 조사하고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한옥 북촌마을의 리빙랩, 성대골 리빙랩, 대전의 건너유 등에서 시험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북촌 한옥 마을에서는 사물인터넷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는 '북촌 리빙랩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불법주정차 구역에 센서를 설치해 자동 감지하는 서비스, 쓰레기통에 적재량 감지 센서를 설치해 쓰레기가 넘치기 전에 미리 앱으로 자동 통보하는 서비스 등이 현재 개발 중이다. 또, 주차장의 빈 공간을 탐지해 앱으로 알려주는 주차장 공유 서비스, 재난이나 침입 발생 시 경보 알람 서비스, 어린이 실시간 위치알리미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단순히 새 기술을 개발하는 차원을 넘어 사용자가 주도가 되어 연구기관, 정부, 기업과 함께 현장에서 논의하면서 지역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속적 혁신이라는 것이다.

리빙랩이 인공지능,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개발 과정에서 필수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들 기술 개발과 설계에 사용자 경험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통해 리빙랩을 사용자 중심의 4차 산업혁명 기술 개발의 방법론으로 추구해야 한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이 사회와 사용자로부터 동떨어진 기술자체의 개발은 의미 없다. 사용자의 실제 환경과 맥락에서 사용자의 실질적 문제를 해결해주며 본질적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론으로서의 리빙랩이 근간을 이뤄야 한다. 계획단계부터 사용자의 배경과 경험을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사용자 주도의 혁신활동을 개발프로세스 전반에서 유지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개발의 주도권이 생산자, 공급자에서 사용자로 바뀌는 것이고 지능정보사회의 본질은 인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리빙랩을 통해 기존 기술지상주의적 개발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ICT 수요와 사회 수요를 연계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 리빙랩의 기저인 사용자 중심의 패러다임이 향후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간 하드웨어 중심의 국내의 기술개발은 기술 그 자체로서의 공허한 개발이 많았다. 그 유명한 칸트의 "내용 없는 사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라는 말처럼, 맥락 없는 기술개발은 공허하고, 사용자 없는 기술은 맹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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