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강한 특허'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2017. 4. 1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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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완호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
장완호 특허청 특허심사기획국장

흔히 특허는 칼이나 방패에 비유된다. 기업의 기술력을 입증하고 가치를 높이는 수단이자, 후발주자를 배제하고 기술유출이나 탈취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특허의 역할을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면 특허가 칼을 넘어 명검(名劍)의 수준에 오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좋은 재료를 탁월한 기술을 가진 장인이 수천 번 담금질해야 명검이 탄생하듯, 우수한 특허를 위해서는 좋은 발명을 심사관이 기존에 공개된 기술과 면밀히 비교해 검증해야 한다. 검증이 부족하면 어렵게 특허를 받고도 사후에 무효가 되어 특허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특허청이 지속적으로 특허 검증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다.

특허 심사는 특허 출원된 기술과 기존에 공개된 기술을 비교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특허 검증은 기본적으로 특허청 심사관의 몫이다. 특허청도 이를 절감하고 심사관 교육을 강화하고 외부 전문가와 협업심사를 강화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 심사관의 업무량은 너무 많다. 우리나라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는 유럽, 중국, 미국의 3배 수준에 달한다. 개별 특허 심사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기 힘들다. 공개된 기술을 검색하는데 물리적 한계도 있다. 전 세계 기술문헌이 1억4000만 건을 상회할 정도로 많고, 기술설명회 자료나 카탈로그 등 DB화되지 않은 문헌은 심사관이 접근하기 어려워, 검증 과정에서 누락되는 기술문헌이 생길 수 있다. 이는 곧 하자 있는 특허가 등록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물론 심사관의 착오로 하자 있는 특허가 등록되더라도 무효심판으로 다시 검증할 수 있다. 그러나 무효심판은 시간·비용 부담이 크고, 심판 이후 법원 소송도 심판 청구인이 직접 대응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이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집단지성을 통해 각계각층의 폭넓은 지식을 토대로 빠르고 쉽게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허청이 올해 3월부터 시행하는 특허취소신청제도가 그것이다. 특허취소신청제도는 누구나 등록공고 후 6개월까지 특허가 취소되어야 할 이유를 제공하기만 하면, 특허청이 취소 여부를 판단해 하자가 있는 경우 조기에 취소하는 제도다. 심사관이 간과한 기술문헌을 공중이 제공함으로써 심사 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착오를 보완하도록 했다. 취소신청 이후의 법원 소송 절차는 특허청이 대응함으로써 신청인의 부담도 최소화했다.

힘들게 받은 특허를 금방 취소하는 것은 특허권자에게 가혹하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하자 있는 특허에 기초해 사업을 진행하다가 특허가 무효가 되면 막대한 금전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특허권자에게도 손해만은 아니다. 오히려, 특허취소신청을 통해 추가 검증을 거친 특허라면 사후에 무효가 될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이므로, 특허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유럽, 미국 등 주요국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해, 특허등록 초기에 신속하고 편리하게 하자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특허청은 특허등록 전 단계의 검증을 강화하기 위해 직권 재심사 제도도 신설했다. 종전에는 심사관의 등록결정 이후에는 중대한 하자를 발견하더라도 다시 심사할 수 없어, 무효될 특허가 등록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심사관이 중대한 하자를 발견하면 등록결정 이후에도 출원인의 특허등록 전까지 다시 심사할 수 있어, 하자 있는 특허를 예방하는 한편, 출원인도 특허를 보완할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최근 특허를 받더라도 막상 권리 행사를 하려면 무효돼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강화된 특허 검증 절차를 통해 쉽게 무효되지 않는 강한 특허가 많이 창출될 것이다. 수차례 담금질을 통해 명검의 수준으로 강해진 특허를 토대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승승장구하는 장면을 그려본다. 그리고 새로 도입된 특허 검증 절차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각계각층의 전문가 및 기업의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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