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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역사 2cm] 멕시코 혁명가요 '라 쿠카라차', 한국에선 인기 동요

송고시간2017-04-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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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 중국 민요 '모리화'가 최근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자리에서 불렸기 때문이다.

노래를 부른 주인공은 4세, 5세인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주 남매다.

시 주석 부부가 회담장에 도착하자 남매는 모리화로 환영했다.

[숨은 역사 2cm] 멕시코 혁명가요 '라 쿠카라차', 한국에선 인기 동요 - 1

중국 장쑤 지방에서 시작된 이 노래는 국가 대표 민요로 발전한다.

중국 지도자들이 외국 방문 때 열창하고 주요 국가행사에는 빠짐없이 등장했다.

중국판 아리랑이다.

모리화는 향기가 좋고 순백색인 재스민을 뜻한다.

2010년부터는 모리화를 대하는 정부 태도가 확 달라진다.

인터넷 금지어로 지정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중동으로 확산한 재스민 혁명을 떠올린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모리화는 중국 반체제 운동가들이 애창한다.

중국 민요가 민주화 열망을 담은 운동가요로 바뀐 것이다.

한국에서 인기를 끄는 '라 쿠카라차' 동요와 비슷한 행로를 보이는 듯하다.

라 쿠카라차는 스페인 전래 민요가 멕시코 혁명 군가로 발전한 노래다.

농민군이 정부군에 맞서 싸운다는 풍자 가요다.

라 쿠카라차는 바퀴벌레라는 뜻의 스페인어다.

바퀴벌레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놓고 견해가 엇갈린다.

비참하게 살아가는 멕시코 민중이라는 해석이 있다.

끈질긴 생명력이 죽음을 불사하는 혁명군을 상징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은색 망토 구멍에 머리만 내밀고 행군하는 농민군은 멀리서 보면 바퀴벌레와 흡사하다.

멕시코 민요 '라 쿠카라차'의 주인공인 판초 비야

멕시코 민요 '라 쿠카라차'의 주인공인 판초 비야

그러나 혁명 영웅인 판초 비야를 바퀴벌레에 비유한다는 게 정설이다.

빈농 출신인 판초 비야는 한때 산적으로 활동하며 명성을 날린다.

악질 농장주나 탐관오리 집을 털어 빈민들에게 나눠준 덕분이다.

1910년에는 민중 수탈에 항거해 혁명전쟁에 가담한다.

투옥과 미국 도피 등 시련도 겪었지만 1913년부터는 전쟁 영웅으로 부상한다.

신출귀몰한 게릴라전에서 연승을 거둔 결과다.

참전 6개월 만에 멕시코 북부 농민군 총사령관에 오른다. 부하 병력은 1만여 명에 달한다.

미국 남부로 진격하기도 한다. 반혁명군 지원을 응징하기 위해서다.

판초 비야는 10년간 농민혁명군을 이끌다 암살된다.

19세기 말 반봉건·반외세 농민항쟁을 이끈 전봉준 장군과 닮았다.

민요 파랑새에는 그를 상징하는 녹두장군이 들어간다.

[숨은 역사 2cm] 멕시코 혁명가요 '라 쿠카라차', 한국에선 인기 동요 - 3

한민족이 즐겨 부른 아리랑도 일제 강점기에는 저항 가요로 바뀐다.

외세에 맞서 민족을 통합하는 힘 때문이다.

모리화가 민요로 계속 남을지는 단언할 수 없다.

중국 국내외 정세가 심상찮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양극화, 부패, 실업난 등으로 내국인 불만이 팽배하다.

중국 교포들의 본토 민주화 열망도 뜨겁다.

시진핑 환영곡으로 불린 모리화가 언제든지 저항 가요로 돌변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ha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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