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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으로 나누는 부활의 기쁨…부활절 계란의 유래는?

송고시간2017-04-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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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이겨낸 예수의 부활 상징"

생태·환경 문제 고려…떡으로 대체도

독일의 다양한 부활절 달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일의 다양한 부활절 달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해마다 부활절이 되면 기독교인들은 알록달록 예쁘게 포장하거나 색칠한 계란을 주고받으며 부활의 기쁨을 나눈다.

부활절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교회력 절기로 개신교와 천주교를 통틀어 기독교 최대 축일이다. 부활절 계란 풍습은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설이 전해진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를 때 잠시 십자가를 대신 져준 구레네 시몬이 계란 장수였다는 설이 있다.

또 십자군 전쟁 당시 부활절 계란 풍습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징병 된 남편을 기다리던 여인이 마을 사람들의 친절에 보답하고자 계란에 색을 칠하고 가훈을 적어 나눠 준 데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는 없다.

독일 드레스덴의 부활절 축제에 나온 부활절 계란[EPA=연합뉴스]
독일 드레스덴의 부활절 축제에 나온 부활절 계란[EPA=연합뉴스]

독일 작가 페터 제발트가 쓴 '가톨릭에 관한 상식사전'에 따르면 10세기 이집트의 그리스도교 신자들 사이에는 부활절에 계란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었다.

저자는 "계란은 거의 모든 문화와 종교에서 다산과 부활을 상징한다"며 "그리스도교에서는 이 상징성이 더 강화되었다. 계란은 훼손되지 않은 껍데기 때문에 죽음을 이겨낸 예수의 부활을 가리킨다"고 적었다.

또 마이클 폴리 미국 베일러대학교 교부학과 교수는 저서 '가톨릭 신자는 왜 금요일에 물고기를 먹는가'에서 "그리스도교를 새 생명이 탄생하는 봄의 상징으로 여기는 중에도 계란은 돌무덤의 단단한 표면에서 그리스도가 부활한 징표라는 새로운 의미를 띄었다"고 설명한다. 이어 "부활 시기에는 계란도 맛이 있었는데, 사순절의 금식 기간에는 전통적으로 계란 섭취를 금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헝가리 민속공예가의 부활절계란장식[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헝가리 민속공예가의 부활절계란장식[EPA=연합뉴스 자료사진]

가톨릭대 전례학 교수인 윤종식 신부는 "부활이라는 것 자체가 죽음의 세계를 이기고 올라온 것이기 때문에 단단한 껍데기를 깨고 나온다는 의미에서 계란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부활의 상징으로 계란이 많이 사용되긴 하지만 나라마다 부활절 풍습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윤 신부는 "이탈리아에서는 아이들에게 계란 모양의 초콜릿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주로 비둘기 모양의 빵을 준다"며 비둘기 모양의 빵은 창세기의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껍데기를 깨고 나온 병아리[EPA=연합뉴스자료사진]
껍데기를 깨고 나온 병아리[EPA=연합뉴스자료사진]

창세기에 따르면 40일간 내린 비가 그치고 사방이 물로 뒤덮이자 노아는 뭍을 찾기 위해 까마귀와 비둘기를 차례로 내보낸다. 까마귀는 소득 없이 돌아온 반면, 비둘기는 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와 평화의 상징이 됐다. 윤 신부는 "비둘기 모양의 빵이 의미하는 것은 죽음을 넘어선 영원한 생명의 평화"라고 설명했다.

또 국내에서도 계란 대신 떡이나 꽃씨, 작은 화분으로 부활절을 기념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 여파로 계란값이 껑충 뛰어오르기도 했지만, 생태·환경 문제를 고려할 때 부활절 계란의 대량 생산·소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명동성당은 매년 부활절 7천∼8천 개 계란을 준비해 포장·판매하고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했지만, 올해는 부활절 계란을 준비하지 않았다. 대신 신자들에게 떡을 나눠주기로 했다.

명동성당 관계자는 "대량 구매한 계란이 제대로 보관되지 않을 경우 썩어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계란을 생산하는 공장식 밀집 사육에 대한 문제의식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떡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의 부활절 계란.2017.4.5.[AFP=연합뉴스]
오스트리아의 부활절 계란.2017.4.5.[AFP=연합뉴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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