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앞두고도 보수단체 편법지원은 계속된다?

정용인 기자
3월 1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버스를 부수고 있다. /  공동취재단

3월 1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자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버스를 부수고 있다. / 공동취재단

·행자부 민간단체 공익지원 대상 ‘국민행동본부’ 등 또 선정 논란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4월 10일, 행정자치부는 비영리 민간단체 공익활동 지원사업을 확정 발표했다. 전체 200개 공익활동사업에 정부보조금 64억원을 지원하는 계획이다. 행자부가 발표한 지원대상 명단을 보다 보면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 반복적으로 지원을 받았던 단체들의 이름이 여전히 눈에 띈다. 행정자치부는 보도자료에서 “지원받은 200개 단체 중 75개는 지난해 지원을 받지 않은 신규사업”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주간경향>이 2015·2016년 지원내역와 2017년 선정 결과를 대조·비교한 결과 중복되지 않은 단체사업은 44개에 불과했다. 31개 사업은 한 해 넘어 다시 등장한, 말하자면 ‘회전문 사업’이었다. 1년을 건너뛰어 재선정된 단체들의 사업 내용 중 상당수는 딱히 다른 것이 아니다. 2015년도에 ‘자랑찬 대한민국 바로 알기 근현대사 역사문화탐방’이라는 사업명으로 4200만원을 지원받은 통일미래연대라는 단체는 올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바로알기’라는 주제로 3800만원을 지원받았다.

문제는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우파 단체들이다. 국민행동본부는 <주간경향>이 조사한 2015년부터 3년 연속 ‘헌법수호 및 국가안보 증진’ (캠페인)으로 지원대상에 선정됐다. 2015년에 4000만원, 지난해와 올해 각 3500만원씩이다. 이 ‘헌법수호’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행자부 민간협력과가 공개하고 있는 사업평가 종합보고서는 4월 14일 현재 2015년도까지 공개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행동본부는 그해 5월부터 7월, 서울과 미국 LA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안보강연회 및 국민대회를 8회 가졌고, 10월에는 대전 래전드 호텔이라는 곳에서 청장년 대상으로 ‘국가관 확립을 위한 강의 및 토론회를 가진 것’으로 되어 있다.

그해 지급된 4000만원의 용처는 다음과 같다. 인건비 105만원, 사업비 3802만6200원, 활동비 64만7000원. ‘자부담’ 항목을 보면 인건비와 활동비가 0원으로 책정되어 있고, 사업비 부분에서만 1600만원이 지출되었다는 것이 눈에 띈다. 그러니까 두 달 동안 안보강연 등으로 총 5400여만원을 지출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보고서의 종합의견을 보면 ‘전년도 사업과 비교해 차별화된 내용 없이 기존 사업을 답습함’과 같은 비판적 평가도 게재되어 있지만 이후에도 계속 같은 명목으로 지원을 받고 있다.

내란선동 긍정 단체에 ‘국민통합’사업 지원

대한민국지키기 불교도총연합은 3500만원 지원대상에 선정됐다. ‘국민통합을 위한 나라사랑 한마음 운동’이라는 사업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세 번째 태극기 집회에서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라’, ‘군대여 일어서라’는 피켓이 나타났으며 이를 본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하기보다는 동의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무엇인지 읽어야 할 것이다.” 다음과 같은 제목의 관리자 선정 글도 있다. “전두환 회고록에 볼멘소리 쏟아내는 빨갱이들”, “5·18 호위무사 선언한 홍준표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입만 열었다 하면 노골적으로 친북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문재인”. 보수우파를 넘어 극우적 인식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다. 이 단체가 펼치겠다는 ‘국민통합 나라사랑 한마음 운동’은 홈페이지 글과는 상반돼 보인다.

지난 3월 4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탄핵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원진 기자

지난 3월 4일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탄핵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 김원진 기자

대한민국사랑회는 박근혜 정부와 뉴라이트 인사들이 추진했던 건국절과 관련된 도서 제작건으로 지난해 2100만원을 지원받은 데 이어, 올해는 이승만 자서전인 <독립정신> 풀이본 및 영인본 간행사업으로 18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게 되어 있다.

올해 선정된 사업들을 보다 보면 특정 정치인 관련성이 눈에 띄는 단체들도 있다. 지난해 3300만원에 이어 올해도 4000만원 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세금바로쓰기납세자운동’의 공동대표를 보면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 서경석 목사 등의 이름이 눈에 띈다. 역시 2년 연속 지원대상에 선정된 영토지킴이독도사랑회의 길종성 대표는 지난해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에서 출마했다 낙선했다. 푸른나무 청예단은 교육부 장관을 역임하고 서울시교육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매년 ‘DMZ 미래길 걷기대회’ 명목으로 3000만원씩 보조를 꾸준히 받고 있는 DMZ미래연합은 MB정부 시절 “유방암 검사에서 아니라고 결과가 나오자 남편이 오피스텔을 사준 것”이라는 해명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이춘호 전 여성부 장관 내정자가 만든 단체다.

비영리 민간단체로 보기에는 애매한 단체들도 있다. <주간경향>이 조사한 지난 2015년부터 3년 연속 지원을 받고 있는 이미지컨설턴트협회는 민간자격시험 역시 주최·운용하고 있다. 이미지컨설턴트, 컬러 이미지컨설턴트, 인성 이미지컨설턴트 자격증 응시료가 각 7만원이다. 민간협력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행자부 민간협력과의 등록단체다. 역시 행자부 등록단체로, 불법 옥외광고 근절운동을 벌이는 ‘불법광고 근절 시민모임’은 2015년에 4000만원을 지원받은 뒤 다시 올해 ‘불법 옥외광고물 근절운동 및 개선 홍보사업’을 명목으로 3500만원 지원대상으로 선정되었다. 한 ‘옥외광고’ 전문 인터넷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정부지원금 외 운영비 전액을 한 기업 회장이 (이 모임에) 쾌척했다. 형식상 등록요건을 지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익사업 수행 비영리단체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주간경향>이 확인한 단체들 중에는 동일한 운영자와 실무자가 운영하는 단체가 지난 2년 동안은 다른 단체 이름으로, 이번에는 또 다른 단체 이름으로 선정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행자부는 어떻게 말할까. “단체 성격은 고려하지 않는다. 솔직히 사업계획서를 낸 단체들이 우파인지 좌파인지, 진보인지 보수인지는 알지 못하고, 어느 단체가 이런 공익활동을 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가져오면 전원 민간인으로 되어 있는 공익선정위원들의 심사를 통해 선정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박연병 행정자치부 민간협력과 과장의 말이다. 단체의 기존 활동은 심사하지 않을 뿐 아니라 그 심사도 위촉된 민간위원들이 하기 때문에 정부의 의도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태극기 집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단체가 국민통합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원론적으로 단체 사업을 선정할 때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다만 최근 3년 동안 불법시위를 주최해 유죄판결을 받은 적이 있는지만 검토한다”고 박 과장은 답했다. 특정 정치인 관련단체에 대해서도 “단체의 중심 활동이 정치활동이면 안 되지만, 정치인이 대표를 겸임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간위원이 선정” 책임 돌리는 행자부

“단체 지원은 민간에서 위촉한 위원들이 심사해 결정하며 정부는 일절 간여하지 않는다”는 설명은 옳을까. 임기 2년의 공익사업 선정위원은 국회의장이 3인을 추천하고, 단체 추천이 12명으로 되어 있다. 민간협력과 박 과장은 <주간경향>에 “이 12명의 경우 단체 추천을 받아 등록된 단체들 중에서 적격요건에 맞는 사람들을 걸러내고 세부적인 프로세스는 말할 수 없지만 후보군 중 행자부 장관이 선정한다”고 밝혔다. 결국 행자부 장관의 추인을 받은 민간협력과에서 12명의 위원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그게 사실 자기들이 마음대로 한다는 말이다. 항상 그런 식이다. 책임을 민간위원들에게 미룬다. 자신들은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 눈 가리고 아웅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세월호 추모나 촛불집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던 단체들이 처벌받은 적이 있는가. 이른바 ‘적격요건’이라는 것도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이후에 진보성향 단체들을 걸러내기 위해 시작된 것인데,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는 더 노골화되었다.” 주성수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 비영리 지원사업 선정위원을 역임한 적이 있는 주 교수는 “지금의 지원제도가 유지된다는 전제라면 위원회 위원 구성이 투명해야 하며, 대표성을 가져야 하고, 공무원들의 개입이나 관계부처의 개입이 없어야 한다”며 “가뜩이나 진보·보수로 양분되어 싸우고 있는데 구성에서 치우치면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의문은 이것이다. 사업의 구체적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 전례나 활동 등에서 자격미달로 보이는 단체들이 매년 되풀이되어 선정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행자부는 선정 결과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선정위원회 명단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일단 올해 비영리단체 지원사업 신청서류 공개를 요구해 놓았지만, 행자부가 제출할지는 알 수 없다. 지난 18대 국회 때 문제가 현저한 것으로 보이는 38개 단체들의 등록서류 사본을 우여곡절 끝에 받아낸 적이 있다. 그때 국회를 찾아온 담당서기관이 이렇게 실토한 적이 있다. ‘위에서 지원하라고 압력이 내려오는데 우리가 무슨 죄냐’고. 위란 결국 청와대 아닌가. 청와대 쪽에서 이 단체들을 지원하라고 리스트를 내려 먹이니 자신들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정권 바뀌면 ‘자격미달 단체들’ 배제 가능할까

“현재는 예산에서부터 조성, 배분에까지 행자부가 알아서 하지만 행정공무원들에게 전문성이 없다. 시민사회나 민간협력 관련 부서는 행자부 내에서도 제일 인기 없는 부서다. 말씀하신대로 여기저기서 민원만 많이 들어오는 부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담당자도 1~2년 간격으로 자주 바뀐다. 지원대상 역시 정권의 성격에 따라 바뀔 수밖에 없다.” 다년간 민간협력 지원사업을 해온 지자체 담당자의 말이다. “재작년쯤에 기획재정부가 학자에게 의뢰해 민간보조사업에 대한 용역을 받았는데, 결론은 돈이 헛되이 쓰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재부는 국고보조금 사업이 세금 낭비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행자부에 관련 지침을 전달했는데,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지원사업비가 64억원이다.” 이 관계자가 설명한 ‘5년 전보다 3분의 1로 지원금이 토막난 이유’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원금액 총액도 축소되고 있는데 미꾸라지 몇 마리가 물을 흐리듯 지난 두 보수정부 때 자격미달 단체들이 돈을 받아가니 꼭 지원이 필요한 다른 단체들도 ‘돈을 먹는 하마’쯤으로 도매급으로 취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긴급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1월 1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정대협 해체를 주장하며 그 옆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여성긴급행동 소속 회원들이 지난해 1월 13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를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하자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정대협 해체를 주장하며 그 옆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지금, 개선될 여지는 없는 걸까. 일단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지난해 7월부터 5개의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의 법이 지난해 ‘어버이연합 등 특정 성향의 단체에 집중지원되고 있다는 의혹이 나오는 등의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민주당 백재현 의원 등 11인 발의안)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1월 민주당 강창일 의원 등 10명이 제안한 안은 제2조 비영리 민간단체의 요건에 ‘평화적 통일정책에 위배되거나 남북 간의 교류·협력을 저해하는 활동을 하지 아니할 것’ 등을 추가하거나 ‘사실상 정치활동을 주된 목적으로 하거나 특정 종교의 교리 전파를 목적으로 설립·운영, 위의 평화통일 정책에 위배, 남북 간 교류·협력을 저해하는 활동을 할 때는 등록 말소를 할 수 있도록 함(제안안 4조 2의 1항)’으로써 사실상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집중지원을 받았던 ‘자격미달 단체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실 그 단체들로서는 언제 이렇게 대우받은 적이 있나. 그 단체들로서는 ‘죽기 아니면 살기 식’으로 한몫 챙기기에 급급했고, 그 과정에서 낯 뜨거운 일이 벌어졌다. 보수단체라고 보기도 어렵다. 다 같은 시민사회단체라고도 할 수 없다. 국가적 정책 이슈에 대해서도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으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화형식이나 폭력적인 퍼포먼스나 하던 쪽이었다. 그랬던 사람들이 청와대와 같은 높은 데서 챙기고 전경련이 챙기니 기가 살았던 것이다.” 주성수 교수의 말이다. 그는 “정권이 교체된 후 시민사회 차원에서는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법 자체를 대체하는 새로운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영리단체를 아우르는 대표조직을 만들어 지원과 선정을 자율적으로 하는 시스템이며, 그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영국의 경우 사람들이 돈을 안 찾아가는 휴면계좌를 바탕으로 BSC(빅소사이어티 캐피털)이라는 중간 지원조직이 운영되고 있는데, 돈은 정부 돈이지만 정부와 독립돼 운영되는 독립 민간기구가 있는데 그 모델도 참고할 만하다.” 정선애 서울시 NPO지원센터 센터장의 말이다. 그는 “민간에 있으면서 현장의 요구도 잘 반영하면서 전체적으로 꼭 필요한 곳에 돈이 쓰이는 형태로 기금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정부지원과 별도로 장기적이고 독립적인 배분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여러 맥락에서 쟁점과 검토가 이뤄져야겠지만 지금처럼 시민사회와 관련한 재원관리가 행정 차원에서 결정되고 집행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우파단체의 ‘화수분’, 부처 이해단체의 밥그릇이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는 현재의 행자부 민간협력 지원사업 개선을 위해 참고해야만 하는 언급이다.


Today`s HOT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로드쇼 하는 모디 총리 시장에서 원단 파는 베트남 상인들 순국한 경찰 추모하는 촛불 집회
멕시코-미국 국경에서 관측된 오로라 개아련.. 웨스트민스터 도그쇼
이스라엘 건국 76주년 기념행사 세계 최대 진흙 벽돌 건물 보수 작업
브라질 홍수로 떠다니는 가스 실린더 우크라이나 공습에 일부 붕괴된 아파트 폴란드 대형 쇼핑몰 화재 러시아법 반대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