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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물과 산, 숲 조화…안동 호반나들이길

송고시간2017-04-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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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 4㎞ 걸으며 부부·조국 사랑 동시에 느낀다

(안동=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안동댐은 1976년 영남 젖줄 낙동강 상류를 막아 만든 우리나라 최초 양수겸용발전소이다.

댐 건설로 안동 6개 면 54개 마을 3천100여 가구가 물에 잠겨 이주민만 2만여명 발생했다. 안동사람에게 애환이 서린 곳이다.

댐을 준공하고 40년이 지나 애환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대신 댐에 애착은 깊어졌다. 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은 덕분이다.

안동 조정지댐 월영교
안동 조정지댐 월영교

(안동=연합뉴스) 국내 최장 목책교인 경북 안동 조정지댐 월영교를 관광객들이 건너고 있다. 2017.4.15.

안동댐에 시민 사랑은 조정지댐(보조댐)에 설치한 국내 최장 나무다리인 '월영교'와 보조댐 주변을 따라 만든 '호반나들이길'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길은 안동시가 2013년 35억여원을 들여 만들었다.

경관이 수려하지만 댐이 들어선 뒤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던 곳에 누구나 걷는 길을 냈다.

안동민속촌 석빙고에서 출발해 조정지댐 왼쪽을 따라 법흥교까지 2㎞가량 폭 1.8m 산책로가 이어진다.

편안하게 산책하도록 데크 로드, 나무다리, 로프 난간, 정자 등을 만들었다. 산책하는 사람 안전을 위해 곳곳에 폐쇄회로(CC)TV도 설치했다.

댐 주변이어서 물만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계절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물과 숲,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안동 호반나들이길 [안동시청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안동 호반나들이길 [안동시청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봄이면 벚꽃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흐드러지게 핀다. 여름에는 녹음, 가을에는 단풍과 낙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잎을 떨군 나뭇가지가 강변을 따라 부는 겨울바람과 어울려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안동민속촌 호반나들이길 출발지점에는 '아주 특별한' 길이 있다.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알려진 '원이 엄마' 사랑을 주제로 해 만든 '원이 엄마 테마길'이다.

이 길을 걸으면 400여년 전 원이 엄마의 애틋한 사랑을 느껴볼 수 있다.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십니까. 뱃속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1998년 안동시 정상동 택지개발지구에 있던 고성이씨 귀래정파 이응태(1556∼1586) 무덤을 이장하던 중 발견한 편지 일부 내용이다.

이응태 아내(원이 엄마)가 병상에 있던 남편에게 쓴 것이다.

원이 엄마는 남편 병이 깊어지자 자기 머리카락과 삼 줄기로 미투리를 만들며 쾌유를 기원했다.

그러나 남편은 31살 젊은 나이에 아내와 유복자(원이)를 남기고 숨졌다.

원이 엄마는 편지와 미투리를 관에 넣어 장례를 치렀다.

400여년 만에 세상에 다시 나온 원이 엄마 편지는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사랑의 머리카락'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조선판 '사랑과 영혼'으로 세계 곳곳에 퍼져나갔다.

이응태 무덤이 있던 곳은 택지개발로 아파트가 들어섰다.

하지만 이 부부 애틋한 사랑을 누구나 느낄 수 있도록 무덤 앞을 흐르던 낙동강을 따라 상류로 올라와 '원이 엄마 테마길'을 만들었다.

원이 엄마 테마길에는 '사랑의 자물쇠'와 '상사병'(相思甁·Love Bottle)을 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연인·부부가 테마길 쇠난간에 사랑의 자물쇠를 잠그고, 서로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은 상사병을 걸며 사랑을 확인할 수 있어 명소가 됐다.

원이엄마 테마길 입구 [안동시청 제공=연합뉴스]
원이엄마 테마길 입구 [안동시청 제공=연합뉴스]

이 길을 거쳐 호반나들이길 끝인 법흥교에서 낙동강을 건너면 조정지댐 오른쪽을 따라 난 낙동강 자전거길을 걸으며 출발지점(안동민속촌)으로 돌아갈 수 있다.

호반나들이길 끝에서 법흥교를 건너면 임시정부 초대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1858~1932) 선생 생가인 고성이씨 종택 '임청각'(臨淸閣·보물 제182호)이 있다.

보물 제182호 안동 임청각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물 제182호 안동 임청각 [연합뉴스 자료사진]

영남산 기슭에 계단식 기단을 쌓고 임청각 99칸을 배치했다. 그러나 일본 강점기에 철도를 놓으며 50여 칸 행랑채와 부속건물을 훼손했다.

일제는 독립운동가 집안 맥과 기를 끊겠다며 임청각 마당을 가로질러 철도를 놓았다.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으로 떠난 석주 선생은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려고 임청각을 팔았다.

원이 엄마 길을 걸으며 '부부의 영원한 사랑'을 느꼈다면 강 건너 임청각 앞을 걸으면 석주 선생이 품은 '무한한 조국 사랑'을 되새길 수 있다.

국보 제16호 안동 신세동 법흥사지 7층 전탑 [안동시청 제공=연합뉴스]
국보 제16호 안동 신세동 법흥사지 7층 전탑 [안동시청 제공=연합뉴스]

(안동=연합뉴스) 국보 제16호 안동 신세동 법흥사지 7층 전탑(사진 오른쪽)과 고성이씨 탑동 종택. 2017.4.15.

임청각 옆에는 또 다른 보물이 있다. 통일신라 시대 때 건립한 국보 제16호 신세동 법흥사지 7층 전탑이다.

법흥사는 이름만 남기고 사라졌다. 높이 17m인 거대한 탑은 오랜 세월을 견디고 있다.

탑 밑동에 시멘트를 발라 원형을 훼손해 아쉬움을 남긴다.

왕복 4㎞ 남짓 안동 호반나들이길 주변 볼거리는 이게 전부는 아니다.

도산서원 건물배치를 그대로 옮겨 만든 예움터마을(한자마을)이 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마을에서는 전통혼례 등을 체험하고 선현들 정신을 배울 수 있다.

안동민속촌에는 댐 건설 과정에서 수몰 위기를 맞아 옮긴 고택들이 있다. 이곳에서 고택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조정지댐 주변 천연염색박물관, 공예문화전시관, 안동시립민속박물관 등을 돌아보며 문화유산도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견항진(犬項津)이라고 했다는 오래전 기록을 참고해 만든 '개목나루'에서는 낙동강 나루 옛 모습을 그려보고 황포돛배를 타고 주변 풍광을 즐기는 것도 멋진 일이다.

또 안동문화관광단지와 경북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유교랜드 등을 찾으면 다른 곳에서는 하기 어려운 체험도 할 수 있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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