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주기] "딸에게 순직인정 선물해 주고파"..3년간의 절규
할머니는 아직도 손녀 '미국 유학'간 줄 알아
(서울=뉴스1) 박동해 기자 = 2014년 4월16일 갑자기 기울어진 배로 물이 밀려 들어왔다. 단원고 교사들은 5층 객실에 타고 있어 다른 승객들보다 빨리 배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사들은 배 바깥 쪽이 아닌 학생들이 있는 4층으로 내려갔다. 탈출보다 아이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침몰하던 배 속에서 교사들은 끝까지 학생들의 곁을 지켰다. 교사들 사이에는 '기간제 교원인' 김초원씨(당시 26·여)도 있었다. 배가 완전히 침몰한 뒤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초원씨는 주변 학생들과 다르게 구명조끼조차 입고 있지 않았다.
이후 초원씨에게는 '의로운' 죽음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초원씨는 아직도 '순직 교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라 '산업근로자'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은 초원씨의 스물여섯번째 생일날이었다. 이제 3년이 지나 29번째 생일이 다가오는 시점에도 '딸을 순직 교사로 인정해 달라'는 아버지의 호소는 계속되고 있다. 초원씨의 아버지 김성욱씨(57)는 그 사이 목소리 마저 잃었다. 3년간의 외침의 과정에서 그의 성대는 완전히 고장나 버렸고 지난달 인공 성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법적인 싸움도 이어졌다. 성욱씨는 지난해 6월 서울행정법원에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 청구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과 인사혁신처가 초원씨를 교사로 인정하지 않아 순직 심사를 반려하자 '심사라도 해달라'는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오는 5월11일 마지막 심리를 마치면 재판은 끝이 나고 선고 기일이 잡히게 된다.
그는 초원씨의 '순직 인정'을 위한 외로운 싸움 과정에서 '돈 때문에 딸의 죽음을 이용하냐' 라는 식의 오해를 받았을 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고 했다.
"아빠로서 마지막으로 딸의 명예를 찾아주고 싶었어요. 꼭 해주고 싶습니다." 초원씨의 아빠 성욱씨가 이 외로운 싸움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유다.
기나긴 싸움에서 희망적인 소식이 들리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지난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희생자로서 세월호참사 당시 단원고에 재직중이던 기간제 교원은 공무원연금법에 따른 순직 공무원으로 보도록해야 한다'는 규정이 포함된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인사혁신처장에게 '순직 인정시 국가가 고용한 기간제 교원과 비공무원도 포함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성욱씨는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의원들은 대통령 선거에 매몰돼 계류된 법안의 처리는 선거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이고 인권위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는 말그대로 '권고'일 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문제로 성욱씨에게 연락을 해온 대선 캠프는 정의당 한 곳 뿐이었다.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가족의 고통은 진행형이다. 성욱씨의 어머니이자 초원씨의 할머니는 아직도 손녀가 '미국 유학 중'인 것으로만 알고 있다. 할머니는 요즘도 동네 시장에 나가서 "착하고 예쁜 손녀딸이 공부도 잘해서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에 성욱씨의 가슴은 미어진다. 하지만 어머니가 충격을 받을까 봐 손녀가 차가운 바닷속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다는 이야기를 차마 꺼내지 못했다. "비행기 삯이 많이 들어서 못 온대요" "미국은 한국이랑 낮·밤이 달라서 전화도 못 해요" 그렇게 거짓말만 늘어갔다. 5년이면 끝난다고 말했던 딸의 유학도 10년으로 길어졌다.
성욱씨는 15일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가 열리는 광화문 광장에 들렀다가 다음날 딸을 만나러 경기도 화성 효원납골당으로 향할 예정이다. 딸에게 '순직 인정'을 꼭 선물해 주고 싶었지만 올해도 꽃다발만 전해주고 돌아올 예정인 성욱씨는 "아빠가 못나고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해주는 것 같다"며 끝내 울먹였다.
pot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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