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5초만에 79도 우회전, 101분만에 침몰.. 왜?

곽래건 기자 입력 2017. 4. 15. 03:02 수정 2017. 4.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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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세월호 3주기]
3주기 앞두고 인양 마무리.. 사고 규명할 핵심 포인트는

세월호 참사 3주기(4월16일)를 앞두고 세월호 인양 작업이 마무리됐다. 남은 과제는 미수습자를 찾고,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앞서 검찰은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급격한 우회전 ▲무리한 증축으로 인한 무게 증가 ▲부실한 화물 고정 ▲평형수를 빼고 화물을 과적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봤고, 대법원도 인정했다. 그러나 사고 당시 세월호가 왜 급격히 우회전했는지, 왜 그렇게 빨리 침몰했는지는 추가로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선박·해양 사고 전문가 6명에게 자문해 선체조사위가 앞으로 집중 조사해야 할 포인트를 살펴봤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왜 급격히 79도로 우회전했나] "조타기·방향타 연결 밸브에 문제 생겼거나 오른쪽 스크루만 고장나 힘 쏠렸을 가능성"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6분, 전남 진도 앞바다를 지나던 세월호 조타실에서 3등 항해사 박모(29)씨가 조타수 조모(59)씨에게 "140도"라고 지시했다. 배가 나아가는 방향은 '침로(針路)'라고 하는데, 북쪽은 0도, 동쪽은 90도, 남쪽은 180도, 서쪽은 270도로 표시한다. 세월호는 당시 136도(남동쪽)로 항해 중이었다. '140도'라는 지시는 배의 방향을 오른쪽으로 4도가량 더 돌리라는 뜻이었다. 2분 뒤, 3등 항해사는 "145도"라고 추가 지시를 내렸다. 추가로 오른쪽으로 5도 더 돌리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돌연 조타수가 "어, 안 돼! 조타기가 안 돼요!"라고 소리쳤다. 세월호 선체도 오른쪽으로 급격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8시 49분 13초에 150도 방위를 향하던 세월호는 49분 48초엔 229도로 급격하게 오른쪽으로 뱃머리가 돌아갔다. 불과 35초 만에 방향이 오른쪽으로 79도나 바뀐 것이다. 놀란 3등 항해사가 '반대로'라고 외쳤고, 조타수가 조타기를 추가로 조작했지만 상황은 수습되지 않았다.

세월호가 급격히 우회전한 이유는 아직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고 있다. 우선 조타수 조씨가 처음 조타기를 오른쪽으로 얼마나 돌렸는지부터 불분명하다. 검·경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시뮬레이션을 근거로 '조씨가 15도 이상 큰 각도의 타각을 40초 정도 사용했다'고 판단했다. '타각'은 배의 방향을 바꾸는 날개판인 '방향타'의 회전 각도를 뜻한다. 타각을 많이 줄수록 배의 방향이 크게 바뀐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조씨가 조타기를 오른쪽으로 너무 많이 돌렸다"고 사고 원인을 추정했다. 그러나 2심과 3심 재판부는 "조씨가 큰 각도로 방향타를 움직였을 특별한 이유가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기계적 결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1심은 조타 과정에서 과실을 인정해 3등 항해사와 조타수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2·3심은 선체 고장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본지 자문단은 선체를 인양했기 때문에 급격한 우회전의 원인을 찾기가 한결 쉬워졌다고 말한다. 자문단은 "선체 뒷부분에 있는 스크루 2개 중 오른쪽 스크루가 작동하지 않아 추진력 차이가 생기는 바람에 선체 왼쪽에만 힘이 쏠려 오른쪽으로 급회전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자문단은 또 조타기와 방향타를 연결하는 유압 장비인 '솔레노이드 밸브'가 고장났을 가능성도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솔레노이드 밸브에 기름 찌꺼기가 끼여 있으면 조타기를 돌리지 않아도 방향타가 제멋대로 더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방향타는 침몰 당시엔 가운데에서 왼쪽으로 살짝 치우쳐 있었지만, 인양될 때는 오른쪽으로 기운 상태로 올라왔다. 침몰 당시와 인양 후 방향타 방향이 다른 것이다. 자문단은 솔레노이드 밸브 외에도 '조타기-타기실-방향타'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딘가 고장이 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왜 101분만에 가라앉았나] 천막 가려진 C데크로 물 62% 들어와… 車 드나드는 램프 열렸을 수도 C데크, 애초 벽 없이 설계된 듯 램프, 사고 때 닫혀 있었어도 틈새로 물 들어왔을 가능성

세월호는 사고 당일 오전 8시 49분부터 선체가 왼편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옆으로 45도로 기울어진 때는 9시 13분이었다. 선내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옆으로 가파르게 넘어지기까지 24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너무 빠른 침몰이 많은 희생자를 낸 결정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본지 자문단은 침몰 원인과 별도로 침몰 속도가 빨랐던 이유도 선체조사위원회가 꼼꼼히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특히 왼쪽 램프와 C데크(2층 화물칸) 등 두 군데를 빠른 침몰 원인을 풀어줄 키포인트로 지목했다.

①왼쪽 램프로 물 대거 유입? 세월호는 차량을 직접 운전해 배에 싣고(roll on), 목적지에 도착하면 다시 운전해서 차량을 내리는(roll off) 로로(ro―ro) 여객선이다. 차가 드나들 때 다리 역할을 하는 출입로가 선체에 붙어 있어서 열고 닫는 구조인데, 이것을 램프(ramp)라고 한다. 세월호의 램프는 선체 뒤편 좌우에 하나씩 달려 있다.

자문단은 선체가 왼쪽으로 기울면서 왼쪽 램프로 바닷물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김인현 고려대 교수는 "보통 배가 한쪽으로 침몰하면 앞뒤 선체가 균일하게 넘어가는데 세월호는 뒤쪽이 먼저 잠겼다"고 했다. 높이가 11m, 폭이 7.8m로 상당한 크기인 세월호 램프가 열렸다면 엄청난 양의 바닷물이 빠르게 밀려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램프가 완전히 열리지 않았더라도 완전히 밀폐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배가 기울었을 때 램프와 선체 사이의 틈으로 물이 들어오게 된다. 2014년 10월 재판 과정에서 1등 항해사 강모씨는 "사고 전날 선미 램프 밑 부분으로 빛이 들어온 것을 봤다. 수리를 요청했는데 해주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조금룡 시노코쉽매니지먼트 이사는 "램프는 와이어(쇠줄)로 당겨 닫은 뒤 쇠봉을 꽂아 고정시키는데, 평소 자주 쓰지 않았던 세월호 왼쪽 램프는 제대로 고정돼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②천막으로 가려진 C데크로 물 집중 유입?

또 다른 빠른 침몰 원인으로 지목되는 지점은 화물칸 중 가장 위층인 C데크다. C데크 선미(船尾) 쪽 외벽이 천막으로 돼 있어 바닷물이 유입되는 통로가 됐다는 것이다. 선미 램프를 통해 D데크로 진입한 뒤 경사로를 타고 한층 더 올라가면 C데크다. 객실은 C데크 위층에 있다. 세월호 조타수 오용석(사망)씨가 옥중(獄中)에서 편지를 보내 "C데크 선미 아래층 오른쪽 외벽 부분이 천막으로 돼 있었다. 배가 어느 정도 기울었을 때 상당한 물이 유입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사실이 지난달 한 언론 매체 보도로 부각됐다.

전문가들도 선체조사위원회가 C데크를 정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가 세월호 침몰 과정을 시뮬레이션해보니 C데크 선미 외벽 쪽으로 세월호에 유입된 바닷물의 62.1%가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C데크 선미가 철제 벽면이 아닌 것은 일본에서 건조했을 당시부터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본지 자문단은 세월호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 일본에서 나미노우에호란 이름으로 운항할 당시 사진을 근거로 일본에서 1994년 건조될 때부터 C데크 선미 외벽이 벽으로 막혀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는 "철제 벽면으로 설계된 것을 천막으로 바꾼 게 아니라 원래부터 개방돼 있던 곳에 천막을 씌운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당시 밝혔던 침몰 원인] 화물 최대치의 2배 적재… 고정도 제대로 안해 화물 쏠리면서 순식간에 기울어져… 철근 적재량·평형水도 확인해야

세월호의 침몰 원인과 관련해 잠수함 충돌설 같은 의혹이 난무했지만 정부에서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화물 과다 적재'와 '부실한 화물 고정' 그리고 그로 인한 '복원력 상실'이다. 자문단은 세월호를 육지로 건져냈기 때문에 이제 남은 건 정부의 결론이 맞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지워 나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원 판결문과 해양안전심판원 특별 조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국내에 들어온 뒤 개조됐다. 그로 인해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양은 크게 감소(최대 2437t→987t)했고, 채워야 할 선박 평형수 양은 증가(최소 307t→1703t)했다. 그런데 정작 2014년 4월 15일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날 때 실린 화물의 양은 약 2143t으로 최대치를 두 배 이상 과적했고, 선박 평형수는 기준치의 반도 안 되는 약 761t만 실었다. 과적을 했는지 여부는 선체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부 화물은 침몰 과정에서 바다로 떨어졌지만 대부분은 아직 남아 있다.

화물의 고정 상태도 알 수 있다. 정부는 조사 결과 발표 때 "세월호는 기준을 어기고 제대로 화물을 고정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로 인해 화물들이 옆으로 쏠리면서 세월호가 더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는 "해저면에 닿을 때 배에 엄청나게 큰 충격이 전해지기 때문에 고정을 했다면 고정 장치가 부서졌을 것"이라면서 "고정 장치가 멀쩡하다면 고정을 안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논란을 일으켰던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이 실린 양도 눈으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검찰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 286t, H빔 37t이 실려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최소 400t 에서 수천t까지 실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세월호 사고 전문가 자문단] 김대래 한리해상손해사정 대표(해양 사고 처리 전문가), 김용준 변호사(선박 안전관리 법률 전문가),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출신 해상법 전문가), 이상갑 한국해양대 교수(해양 사고 시뮬레이션 전문가), 이윤철 한국해양대 교수(선박 운항 전공), 조금룡 시노코쉽매니지먼트 이사(선박 안전관리 전문가) 〈가나다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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