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동성애자 장교에게 구속영장 청구..어머니 "내 아들 부끄럽지 않아"

허진무 기자 2017. 4. 14.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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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군인권센터의 ‘무지개방패 프로젝트’ 탄원서 화면 갈무리

육군 중앙수사단이 동성애자 장교를 군형법 92조의6(추행) 위반 혐의로 출장 중 체포하고 군사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군인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14일 오후 육군 중앙수사단은 동성과 성관계해 군형법 92조의6를 위반한 혐의로 체포된 ㄱ대위에 대해 육군 보통군사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13일 오전 8시45분쯤 ㄱ대위는 부대 지휘관이 승인한 서울 출장 중 체포됐다.

군인권센터는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동성애자를 색출하는 반인권적 불법 수사’라고 주장하며 14일부터 구속영장 실질심사 전날인 오는 16일까지 해당 장교에 대한 탄원서를 모집 중이다.

군인권센터는 “ㄱ대위는 육군 중앙수사단이 있는 계룡대 영내 거주자이기 때문에 도주의 우려가 전혀 없으며 지난 11일 압수수색도 당해 증거 인멸의 우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육군 중앙수사단은 수사에 불응했다는 것이 체포·구속 사유라고 하지만 ㄱ대위는 변호사 선임을 이유로 출석을 연기했던 것”이라며 “변호사와 함께 출석할 날짜도 통보해 이는 구속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ㄱ대위의 어머니는 같은 날 성명서를 게시해 “대체 우리 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감옥에 가둬서 수사를 한단 말이냐. 저는 제 아들이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 많이 배우지 못해 잘 모르고 혼란스럽긴 하지만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죄가 아니고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오전 군인권센터는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동성애자 군인을 색출해 군형법 92조의6 추행죄로 형사처벌하라’고 지시했다는 제보를 10여명의 피해자로부터 받았다”고 폭로했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장 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육군 중앙수사단 사이버수사팀은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전 부대를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 동성애자 군인 40~50명쯤의 신원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수사팀은 해당 군인에게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주변에 알려질 수 있다’고 협박하고 성관계 체위 등을 캐묻는 등 반인권적 조사를 했다고 군인권센터는 전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동성애자 병사의 평등한 취급, 식별 활동의 금지, 사생활 질문 금지, 입증 자료 제출 요구 금지 등을 규정한 국방부 훈령 1932호 7장(동성애자 병사의 복무)을 장 참모총장이 위반한 것”이라며 “성 정체성을 표적으로 한 반인권적 불법 수사를 중단하고 이를 지시한 장 총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육군본부는 같은 날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군인권센터의 주장에 대해 “파악된 바에 의하면 장 참모총장이 그런 지시를 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력 부인했다.

육군은 “군 기강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현역 군인의 동성 성관계는 군형법 제92조의6을 위반한 추행죄로 처벌한다”며 “앞으로도 엄정한 군기를 유지하기 위해 군 기강 문란행위를 관련 법령에 의거해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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