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달 '엔켈라두스'에 심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

입력 2017. 4.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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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탐사선 '카시니' 관측 물기둥 분석

[동아일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Cassini)’ NASA 제공
태양계에 지구처럼 바다를 가진 천체가 또 있을까.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태양계 행성과 주변 위성에서 바다를 찾으려 노력했다. 바다는 지구 생명체의 근원으로 꼽힌다. 어떤 천체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한다면, 그곳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토성 탐사선 ‘카시니’가 토성의 달(위성) ‘엔켈라두스’의 남극에서 심해수(深海水)의 흔적을 포착했다. NASA는 1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엔켈라두스의 해저에서 뿜어져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물기둥에서 지구의 심해처럼 수소 분자(H₂)가 다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2015년 카시니가 엔켈라두스 표면 아래 49km 깊이에서 물기둥을 관측해 얻은 결과다. 이는 카시니의 역대 관측 중 가장 깊은 지점에서 실시한 것이다.

미국 사우스웨스트리서치연구소(SwRI) 우주과학기술부 헌터 웨이트 프로그램 디렉터와 크리스토퍼 글라인 연구원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13일자에 실렸다.

○ 액체 상태 바다가 있다고 추정되는 엔켈라두스

카시니는 2015년 토성의 달(위성) ‘엔켈라두스’ 남극의 심해에서 솟아오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기둥을 관측했다. 분석 결과 물 다음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수소로, 연구진은 풍부한 수소가 지구에서처럼 심해 열수구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봤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공
엔켈라두스는 목성의 위성 유로파와 함께 액체 상태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천체로 꼽혀 왔다. 엔켈라두스 표면은 40km 두께의 얼음층으로 뒤덮여 있지만, 그 아래에 액체 상태로 이뤄진 수심 10km가량의 바다가 존재하리란 예측이다. 실제로 2005년 카시니는 엔켈라두스 남극에서 물기둥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솟아오르는 현상을 관측했다.

2015년엔 윌리엄 매키넌 미국 워싱턴대 교수가 카시니가 수집한 중력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엔켈라두스를 덮은 얼음층 아래에 액체 상태의 바다가 있으며, 상대적으로 얼음층이 얇은 남극에서 증기 형태로 물기둥이 솟아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오피지컬 리서치 레터스’에 밝혔다.

같은 해 후샹원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교수팀은 물기둥이 수십 km 아래에서 표면 위로 빠르게 솟을 수 있는 이유는 얼음층 아래에 섭씨 90도 이상의 수열(水熱)반응이 활성화돼 있기 때문이리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실었다. 수열반응은 고온 고압의 물에 의해 일어나는 화학반응으로, 암석 안 금속 성분을 산화시키면서 수소를 낸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 물기둥에서 직접 수소가 검출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물기둥 성분 중 96∼99%를 차지하는 물(H₂O)을 제외하고 가장 비중이 높은 성분은 0.4∼1.4%를 차지하는 수소였다. 웨이트 디렉터는 “물기둥에서 발견된 풍부한 수소는 바다와 지각의 암석에 있는 유기물질과 광물 성분 사이에 일어나는 수열반응에 의해 생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과학자들이 ‘물’에 주목하는 이유

지구에서는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심해 열수구(熱水口)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과학자들은 지구 초기에 이곳에서 생명체가 탄생했다고 보고 있다. 빛이 들지 않는 심해에서는 열수구 인근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발견된다. 이들 생물은 태양빛 대신 화합물의 산화·환원 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고균(古菌)인 메탄균 같은 자기영양미생물이 대표적이다. 메탄균은 수소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메탄으로 만드는 메탄 생성 반응으로 에너지를 얻는다. 수소가 미생물의 에너지원이 되는 셈이다.

실제로 물기둥에서는 메탄(CH₄)과 암모니아(NH₃), 이산화탄소(CO₂) 성분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연구진은 엔켈라두스 바다에 미생물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강성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생명공학센터 책임연구원은 “지구의 심해 열수구 주변에는 자기영양미생물과 공생하는 조개, 새우 등도 발견된다”며 “만약 연구진 주장대로 엔켈라두스 지하에 심해 열수구가 존재한다면 해양 생물이 존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구 밖에서 바다를 찾으면 지구 생명체 기원 연구에 도움이 된다. 심(深)우주 탐사에 필요한 물을 얻는 데도 활용 가능하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물은 생활용수뿐 아니라 로켓의 연료와 산화제로 쓸 수 있는 수소와 산소를 만드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NASA는 2020년대에 엔켈라두스와 유로파를 탐사할 새 탐사선을 발사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천체의 상공에서 표면에 가까이 접근해 고해상도 영상을 얻거나 물기둥의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돌아오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송경은 동아사이언스 기자 kyunge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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